경로의 달인 10월을 맞아 읍면별로 경로 행사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6일 해남읍을 시작으로 북평, 송지, 황산면에서 이미 열렸고 나머지 면도 오는 31일 북일까지 경로 행사가 예정되어 있다.

정부는 지난 1997년에 10월 2일을 노인의 날, 10월 한 달을 경로의 달로 지정해 매년 행사를 치르고 있다. 올해로 27회를 맞은 노인의 날 및 경로의 달에 갖는 기념식과 경로 행사는 국가발전에 헌신하고 사회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한 어르신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어르신 존경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한 것이다.

해남의 인구를 보면 지난달 말 현재 6만4909명 가운데 35.7%인 2만 3195명이 65세 이상 어르신이다. 해남읍(20.2%)을 제외하면 면 단위에서는 2명 중 1명, 즉 절반이 65세 이상 노인이다. 다만 65세 이상을 노인으로 통일하고 있으나 신체 나이 등을 감안하면 70대도 노인으로 호칭하기엔 어색하게 다가온다. 이 때문에 유엔은 66~79세를 중년, 80~99세를 노년의 기준으로 삼고 있다.

이런 상황을 고려하지 않더라도 천편일률적으로 진행되는 경로 행사를 보다 다양하고 내실 있게 꾸밀 필요가 있다. 해남에서 진행되는 경로의 달 행사는 30~40명에 이르는 내외빈 소개, 표창패 수여, 기념사 및 축사 등에 40분 정도를 보낸다. 기념식이 끝나면 가수 공연을 감상하거나 점심을 한 뒤 또다시 공연을 지켜봐야 한다. 2~3시간을 딱딱한 의자에 앉아있어야 하는 것도 어르신에게는 여간 곤욕스럽지 않다. 어르신이 무대에 오를 기회라고는 마지막 순서로 잡힌 노래자랑뿐이다.

이런 틀에 박힌 행사보다는 어르신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거나 좀 더 흥겨운 무대를 선사하기 위한 고민이 뒤따라야 한다. 예를 들어 어르신들이 건강진단이나 상담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거나 행복한 노후 생활 소개 등은 어떤가. 읍면별로 특색있는 프로그램을 짜고 가수들의 노래만 아니라 마술 등 다양한 내용을 포함하면 좋을 듯싶다. 여기에다 어르신에 대한 감사의 의미가 담겨 있다면 젊은 층의 참여를 적극 유도하고 손자·손녀 재롱잔치도 생각해봄 직하다.

물론 이러한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그렇더라도 경로의 달 행사라는 이름표를 달고 진행하는 프로그램이라면 어르신이 주인이 되고 흥겨운 자리가 되어야 한다. 올해는 이미 짜인 프로그램이어서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도 내년에는 보다 알찬 행사가 되도록 여러 방안을 강구하면 좋겠다.

저작권자 © 해남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