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악취로 주거환경권 침해받는 농촌
② 악취 때문에 떠나는 농촌, 공동체 갈등 부른다
③ 지역주민의 참여 보장과 상생으로 답을 찾다
④ 악취 사업장 이전·폐쇄, 주민 우선하는 적극 행정
⑤ 지역소멸 앞당기는 악취 어떻게 할 것인가

▲김해시 주촌면 지역에 밀집돼 있는 돈사. 2026년까지 이 일대 돈사 6곳이 철거되고 그 자리에 농업클러스터와 주거단지 등이 조성될 예정이다. 
▲김해시 주촌면 지역에 밀집돼 있는 돈사. 2026년까지 이 일대 돈사 6곳이 철거되고 그 자리에 농업클러스터와 주거단지 등이 조성될 예정이다. 

30년 악취 돈사·퇴비공장 
이전·철거 나서는 '괴산군'

충북 괴산군 사리면 백마권역은 주민들이 찹쌀과 고추, 대학찰옥수수, 배추 농사를 짓고 있는 전형적인 농촌마을이다. 2001년 폐교된 보광초 백마분교에 백마 활성화센터를 만들어 마을공동체 활성화와 인성교육, 도농교류장으로 활용하고 있다. 겨울에는 눈썰매와 빙어 뜰채 잡기, 연날리기 등 전통놀이를 체험하는 겨울놀이 축제가 열리는 관광지로도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 지역 주민들은 주거지 인근에 위치한 퇴비공장, 돈사 3개소로 인해 30년 넘게 고통을 겪어왔다. 돈사 중 한 곳은 규모가 3만 평에 달했고, 퇴비공장은 닭똥을 원료로 인삼농가에 퇴비를 제공하는 곳으로 모두 대규모이지만 시설이 낡아 악취 민원이 계속돼왔다. 여름에는 더운데도 창문을 닫고 살아야 했고 이곳으로 이사를 왔다가 악취를 견디지 못하고 다시 떠나간 사람도 발생했다. 국도 34호선, 증평IC, 음성IC, 충청내륙고속화도로 등이 인접해 우수한 지리 여건을 갖추고 있지만, 축사와 퇴비공장에서 나온 악취로 민원이 잇따르며 상권 축소와 인구 감소로 지역소멸 위기에 놓여 있었다.

이같은 위기상황을 이겨내기 위해 괴산군과 지역사회는 악취사업장 철거라는 해결방안을 빼들었다. 예산이 문제가 되자 사업장 주인을 만나 설득하고 주민들과 함께 철거 후 활용계획 등을 협의하며 지난 6월 농림축산식품부가 주관하는 '2023 농촌공간정비사업'에 공모해 최종 선정됐다. 괴산군은 이번 공모사업 선정으로 국·도비 117억 원을 포함 총 280억 원의 사업비를 확보해 2027년까지 퇴비공장과 돈사 3개소를 철거하고 청년 창업농, 귀농인을 위한 일자리 인프라와 어울림센터, 임대주택 등을 조성해 나갈 계획이다. 사업장별로 감정평가를 거쳐 보상이 이뤄지는데 보상과정에서 일부 어려움이 예상되지만 큰 틀에서 사업주들도 철거를 약속한 만큼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류임걸 사리면 주민자치위원장은 "30년을 주민들이 고통받고 살았는데 이제는 사업주들이 양보해달라고 호소했다. 최대한 보상을 많이 받을 수 있도록 감정평가가 진행될 때 마을주민간 상생을 말해준다고 해 결국 설득했다"며 "농촌공간 정비사업에 최종 선정되자 이를 환영하는 현수막이 마을 곳곳에 100개 넘게 걸리기도 했다"고 말했다.

괴산군은 사리면 외에 연풍면 신풍지구에서도 농촌공간 정비사업을 통해 140억 원을 들여 2025년까지 축사 21동을 철거한 뒤 경관 개선, 공원 조성, 옛 마을회관 리모델링, 마을안길 확장, 담장·빈집 정비 등에 나선다.

이밖에 칠성면도 지역활력타운 공모사업에 선정돼 242억 원을 들여 수십 년간 상산마을 주민들에게 악취 고통을 안긴 돈사를 철거하고 이곳에 은퇴자, 귀농·귀촌 희망자를 위한 주거단지를 조성할 계획이다.

세 개 면지역에서 악취 사업장을 철거하고 주민 공간으로 변화시키는 데 들어가는 비용만 무려 700억 원. 괴산 지역사회는 일방적으로 고통을 전가하지 않고 상생의 자세와 설득, 정부 공모사업을 통한 예산 확보로 해결방안을 찾아가고 있다.

한해 악취 민원만 수천 건 달해 
악취 오명 벗기 나선 '김해시'

경남 김해시는 다른 지역과 비교해 축사와 소규모 공장이 많아 악취에 취약하다. 제조업체는 7500개가 밀집해 있다. 돼지는 지난해 사육두수 기준으로 104농가에 19만7216마리로 경남 18개 시·군 가운데 가장 많고, 소는 793농가에 3만 6948마리로 합천에 이어 두 번째를 차지하고 있어 악취 민원이 많은 실정이다.

특히 축사가 밀집해 있는 주촌면 지역에 신도시가 개발돼 8000세대가 넘는 아파트가 입주했거나 입주할 예정으로, 인구가 3000여 명에서 2만여 명으로 6배나 늘면서 지난 2021년에만 4000건이 넘는 악취 민원이 발생했다. 주거밀집지역과 주변 돈사와는 직선거리로 2㎞ 안팎에 달하고 있다.

김해시도 악취 문제가 주민 삶에 큰 문제로 부각하자 이를 해결하기 위해 농림축산식품부의 농촌공간 정비사업에서 해답을 구했다. 김해시는 지난해 6월 농림축산식품부 주관 원지지구 농촌공간 정비사업에 선정됐다. 이를 통해 확보한 예산 450억 원을 투입해 주촌면 원지리 대리마을과 석칠마을 일대 6개 돈사를 정비할 예정이다. 김해시는 돼지축사를 폐업하게 한 뒤 2026년까지 이 지역에 농업클러스터, 치유공원, 주거단지 등을 조성할 계획이다.

김해시 건설과 김재현 주무관은 "돈사가 철거된 곳에는 먹거리 활성화나 가공센터가 들어서고 텃밭을 체험하는 공간이 들어설 예정이며 치유공원에는 치유센터는 물론 반려동물과 교감하는 장소, 허브 정원이 조성돼 악취를 없애고더 살기 좋은 도시로 만들어갈 계획이다"고 강조했다.

김해시는 사업주들의 동의를 바탕으로 공모사업이 추진돼 선정된 상태로 감정평가를 통한 보상과정에서 일부 의견차가 있을 수 있지만 차질없이 진행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동안 협의를 통해 돈사 1곳은 폐업이 확정됐고 5곳은 계속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해시는 이와 별개로 축사 악취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2021년부터 2025년까지 축산악취저감 5개년 종합대책을 세워 추진하고 있다. 부서 간 협업으로 축산악취 개선, 축사밀집지 스마트화 등 25개 사업을 펼치고 있다.

지난 7월부터는 24시간 악취에 대응할 수 있는 통합관제센터도 가동에 들어갔다. 악취 민원이 많은 곳이나 발생 가능성 있는 지역에 40여 대의 악취측정기를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악취 농도를 실시간으로 측정해 배출허용기준을 초과하면 관련 정보를 악취관제센터로 알리고 동시에 측정기 인근 공장과 축사에도 기준치 초과 사실과 주의가 필요함을 알리고 있다. 담당 직원 등 야간에도 인력을 배치해 시민들이 24시간 악취 신고를 할 수 있고 악취 민원이 많은 곳은 야간 현장 순찰도 있다.

김해시도 주민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악취문제 해결을 행정의 우선순위에 두고 있다. 말로만 살기 좋은 도시를 외치지 않고 주민 민원에 적극 행정으로 답을 하고 있다.

▲악취피해가 지속되던 괴산군 사리면이 지난 6월 농촌공간 정비사업에 선정되자 환영 현수막이 곳곳에 내걸렸다.
▲악취피해가 지속되던 괴산군 사리면이 지난 6월 농촌공간 정비사업에 선정되자 환영 현수막이 곳곳에 내걸렸다.

농촌공간 정비사업에 눈 돌려야
매년 전국에서 40곳 추진 예정

축사와 폐기물 공장 등으로 인한 악취 문제로 농촌마을 곳곳이 몸살을 앓고 있다. 이를 해결할 방안으로 상당수 자치단체들이 농림축산식품부의 농촌공간 정비사업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이 사업은 시·군이 수립한 농촌공간계획을 기반으로 농촌 공간을 재생·관리하도록 하고 이를 위해 정부가 재정적인 지원에 나서는 사업이다. 한마디로 축사나 공장 등 유해시설을 철거나 이전시키고 그 자리에 지역 특성을 반영한 공간조성 사업을 지원하는 것이다.

농식품부는 2021년 5개 농촌 마을을 선정해 농촌공간정비 시범사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지난해부터 사업 대상을 대폭 확대해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총 34개 사업 지구가 신규로 선정됐고, 앞으로 매년 40개소 정도를 추가로 선정해 지원할 계획이다.

개소당 최소 50억 원에서 최대 250억 원을, 생활권당 최대 350억 원을 지원할 계획인데 농촌의 삶의 질 향상을 목표로 농촌을 농촌답게 만드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각광받고 있다.

해남에서는 지난해 현산 시등지구가 공모에 선정돼 50억 원을 들여 장기 방치 건물 정비 등에 나서고 있다. 올해에는 산이면 금호지구가 선정돼 127억 원을 확보해 2027년까지 폐교와 폐공장, 축사를 철거해 귀농귀촌 임대주택과 사회간접자본시설 등 설치에 나설 계획이다.

그러나 악취 민원이 지속되고 있는 지역의 경우 여전히 대책마련이 이뤄지지 않고 있어 지역사회와 협의해 농촌공간 정비사업 등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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