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비닐 등 영농폐기물 심각성 인식
시범사업으로 직접 수거·처리 실험
"할 수 있다"는 경험이 자치회 동력
실제 수거되니 주민들 관심 높아져
모니터링하며 정책 방향 등도 모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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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농폐기물 불법 소각을 방지하고 자원으로 인식될 수 있도록 마을을 찾아가는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장곡면주민자치회 생활·환경분과위원회가 실시한 영농폐기물 수거 시범사업을 통해 모아진 영농폐기물을 환경공단으로 옮기기 위해 주민들이 트럭에 싣고 있다.
▲장곡면주민자치회 생활·환경분과위원회가 실시한 영농폐기물 수거 시범사업을 통해 모아진 영농폐기물을 환경공단으로 옮기기 위해 주민들이 트럭에 싣고 있다.

① 해남 주민자치 활성화 위한 방안은
② 머리 맞댄 주민들 마을계획 수립도, 브랜드화도
③ 마을자치연금으로 공동체 다지는 성당포구마을
④ 주민자치 실행 위해 필요한 예산도 주민이 요구

밭에 한 번 사용되고 나면 영농폐기물이 되지만 일손 부족과 주민들의 환경오염에 대한 인식 부족 등으로 제대로 수거가 되지 않아 농경지와 농촌의 환경오염 주원인으로 꼽히는 폐비닐. 충청남도 홍성군 장곡면주민자치회는 바람에 날려 경관을 해치거나 소각되면서 2차 환경오염도 일으키는 영농폐기물 문제를 지역사회 의제로 뽑아냈을 뿐만 아니라 지속가능한 수거·처리를 위해 홍성군의 조례로까지 제정해 냈다. 특히 이 같은 경험은 주민들이 힘을 합치면 지역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쌓이며 주민자치에 대한 주민들의 관심을 높이고 활성화되는 계기도 됐다.

장곡면주민자치회 김혜란 생활·환경분과 위원장은 "지역에서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주민 설문조사에서 영농폐기물 문제가 가장 높게 나왔고 주민총회에서도 가장 많은 표를 얻으며 1순위 의제로 꼽혀 영농폐기물을 문제로 인식하고 있지만 정작 실천에 나서지 못하는 실정이었다"며 "생활환경분과에서 2년간 시범사업과 공모사업으로 수거·처리 사업을 진행했는데 사업이 끝나면 또다시 방치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와 조례 제정까지 나서기로 의견을 모았고 지난해 11월 '홍성군 영농폐기물 수거·처리 등 지원에 관한 조례'가 제정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단순히 계획 수립만이 아닌 직접 영농폐기물을 수거해가는 사업을 진행하다 보니 주민들이 피부로 느끼며 인식을 변화시킬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또한 "주민자치 활동을 통해 바람에 날려 전봇대나 가로수 등을 휘감고 불법으로 소각하면서 환경오염뿐만 아니라 주민들 간 마찰도 심했다"며 "생활·환경분과에서 영농폐기물을 의제로 발굴했고 실태에 대한 조사를 실시하며 해결방안을 모색해 나갔다"고 말했다.

생활·환경분과에서 마을별(29개 마을) 이장과 부녀회장 등을 대상으로 영농폐기물 실태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공동집하장이 있는 곳은 10개 마을, 없는 곳이 19개 마을이었다. 영농폐기물 자원화가 어려운 이유에 대해서는 36%가 관행적 불법소각을, 25%가 외부인 무단투기를, 21%가 수거운반 불편을 꼽았다.

영농폐기물 처리 개선을 위해 우선적으로 추진할 과제로는 26%가 실질적 눈높이 교육을, 25%가 영농폐기물과 생활쓰레기 분리 관리를, 24%가 공동집하장 관리인력 지원을, 11%가 마을 책임자 선정 및 보상체계 마련을 선택했다.

생활·환경분과는 5개 마을을 선정해 주민자치회 예산으로 2021년 영농폐기물 자원화 시범사업도 직접 추진했다. 이 사업은 영농폐기물을 밭 한 곳에 모아놓으면 생활·환경분과에서 고용한 인력과 차량이 이장의 안내로 직접 수거해 환경공단으로 배출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분과위원들도 함께 다니며 소요시간, 근무형태, 노동 강도, 수거량 등을 직접 모니터링했다. 수거 전에는 마을회관에서 영농폐기물과 생활쓰레기 분리 후 올바른 배출 방법 등에 대한 교육도 실시했다. 예산은 200만~300만원 정도 소요됐으며 영농폐기물 수거보상금은 종량제봉투로 각 마을에 지급했다.

한성숙 간사는 "영농폐기물 수거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 부족과 무관심으로 사업 초기에는 어려움도 많았지만 주민자치회에서 실제 영농폐기물을 수거해간 후에는 깨끗해져 좋다, 다음에는 언제 오느냐, 대상마을을 늘려 달라 등 주민들의 직접적인 반응이 오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생활·환경분과는 다음해인 2022년에 마을을 확대코자 했지만 문제는 예산이었다. 수소문 끝에 숲과나눔재단에서 공모사업을 한다는 것을 알게 됐고 15개 마을을 대상으로 영농폐기물 수거사업을 실시한다는 사업계획서를 직접 작성해 제출했다. 특히 영농폐기물 수거뿐만 아니라 영농폐기물 불법 소각을 방지하고 생활과 영농폐기물을 자원으로 인식할 수 있도록 지역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눈높이 환경교육과 이 교육을 진행할 강사를 직접 양성해 나가는 프로그램도 더해졌다.

사업은 봄작기가 끝나고 가을작기를 준비하는 시기인 7~8월 중 차량이 없거나, 고령농·소농 등을 중심으로 약 1만9070㎏의 영농폐비닐을 수거했다. 사업 후에는 평가회도 열어 개선방안도 모색했다.

주민들은 폐비닐과 농약병뿐만 아니라 차광막, 부직포, 포트, 모판 등까지 수거 품목을 확대하는 방안, 영농폐기물과 일반 쓰레기가 혼합되는 공동수집장에 관리 인력을 지원하는 방안, 환경공단에서 5톤 이상만 수거해가 인근 마을이 수거일을 맞추는 방안, 가을작기 후 영농폐기물이 더 많이 발생하는 만큼 상시 수거하는 방안, 산에 방치돼 있는 폐기물을 공공일자리를 통해 수거하는 방안, 마을회관마다 아이스팩 수거함을 비치하는 방안 등이 제안됐다.

생활·환경분과는 영농폐기물은 장곡면만의 문제가 아니며 지속가능한 수거·처리 체계를 구축할 필요성이 제기된 만큼 이 문제를 홍성군 조례로 제정코자 '농촌 영농폐기물 수거, 무엇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란 주제로 정책토론회를 열기도 했다.

김 분과위원장은 "2021년에는 주민자치회 자체 시범사업으로, 2022년에는 숲과나눔재단의 공모사업으로 진행했지만 분과회의에서 사업이 끝나면 중단될 수밖에 없어 영농폐기물의 지속가능한 자원화체계 구축을 위해 조례 제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됐다"며 "마을연구소인 일소공도와 정책토론회를 함께 열며 지역의 관심과 공감대를 이끌어 나갔다"고 말했다.

조례 제정을 위해 전국 시군구 단위 자치단체에 영농폐기물 수거·처리 조례가 있는지 등 자료조사에 나서는 등 조례안 문구도 주민들이 직접 만들어 갔다. 당초 주민발의로 조례를 제정하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 주민 서명도 직접 받아야 하는 등 절차가 복잡해 상대적으로 절차가 간편한 의원 발의로 제정을 준비해 나갔다. 의원 발의 조례로 제정코자 정책토론회 때 지정토론자로 참여한 최선경 홍성군의원을 찾아갔고 3차례 회의 끝에 조례안을 마련, 2022년 11월 '홍성군 영농폐기물 수거·처리 등 지원에 관한 조례'가 제정됐다.

조례가 제정됨에 따라 홍성군도 올해 영농폐기물 수거·처리를 위해 1억 원의 사업비를 편성하고 면별 수요조사에 나서고 있다.

장곡면주민자치회는 농어촌버스가 마을까지 오지 않아 불편이 큰 문제도 해결코자 머리를 맞대고 있다. 홍성군에서는 대중교통 취약지역 주민들의 이동권 확보를 위해 농촌형 교통모델인 수요응답형 마중버스가 운영되고 있지만 버스가 운행하지 않는 마을도 있고 배차간격이 100분 이상 돼 버스를 한 번 놓치면 오랫동안 기다려야 하는 것이다.

마중버스는 정해진 노선이나 운행계획 없이 수요가 발생될 때 제공되는 대중교통으로 1시간 전에 예약해야 하는 등 불편도 따르고 있다.

이에 장곡면주민자치회는 토론회 등을 열고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마중버스 대상 마을 확대를 요구하는 한편 운행대수 증차 및 배차간격 조정, 정류장 증설, 정류장 보수 및 안내판 설치 등을 요구하며 주민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있다.

지역의 의제를 발굴하고 직접 정책적 실험에 나서는 한편 이 결과를 토대로 조례 제정까지 나선 장곡면주민자치회는 이 같은 경험을 바탕으로 지역의 변화를 위한 다양한 실험에 나서고 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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