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금수 (향교삼호학당 고문)

▶與民同樂(여민동락) -논어 안연편-

직역하면 "군주가 백성들과 마음을 나누며 함께 즐긴다"는 뜻이다. 이퇴계가 벼슬을 그만두고 고향에서 제자들을 양성한다는 말이 널리 알려지면서 영의정을 지낸 권철이 찾아오자 퇴계는 동구 밖까지 나와 예로써 권철을 맞는다. 두 학자는 기쁜 마음으로 학문을 토론한다. 여기까지는 좋았는데 저녁이 되어 밥상이 나왔는데 보리밥에 소찬이다 보니 평소 산해진미로 길들여진 권철은 몇 숟갈 뜬 척하다가 상을 물린다. 다음날 조반상도 그대로였으니 권철은 식사 문제로 서둘러 떠나게 된다.

권철이 "우리가 만난 기념으로 좋은 한 말씀 남겨주시지요"라고 했다. 이에 퇴계는 "촌부가 무슨 여쭐 말이 있겠나이까만은 모처럼 말씀하시니까 한 말씀 올리겠습니다. 제가 올린 밥상은 백성들이 먹는 밥상에 비하면 성찬인데 대감께서 제대로 들지 못하니 나라 장래가 심히 걱정된다"고 말했다. 누구도 감히 하기 어려운 말을 한 것이다. 권철은 이에 경의를 표하고 집에 가면 실천하겠다고 했고 약속을 끝까지 지켰다고 한다.

지금 이 나라 정치하는 분들은 그런 충고를 하는 사람도 없거니와 또 그러한 충고를 받아들일 위인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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