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순(교사)

최근 부자 감세와 긴축재정 등으로 세수가 줄자 나라 살림을 일괄 대폭 줄이는 정책을 강행하면서 사회 곳곳에서 비명소리가 들린다. 특히, 내년부터 당장 줄어드는 분야는 교육, R&D (과학기술 등 연구개발), 기후환경 등 우리나라의 발전과 생존을 위해 장기적으로 투자해야 하는 미래 예산들이다.

교육예산은 작년에 비해 6조 3000억이 줄었는데 그 중 투표권이 없는 유·초·중학교 예산을 7조 이상 줄이고 대학 등 고등교육에 7조를 증액했다. 학부모 교육에 대한 요구와 기대는 커지고 있고, 심지어 보육 기능마저 학교에 미루는 형편인데 콕 집어 그 예산을 줄여서 대학 등의 고등교육에 투자한다는 것이다. 그 여파는 교원감축의 압박으로 나타나고 있다.

해남의 작은 학교들도 예외는 아니어서 교사 정원을 줄이는 계획을 강요당하고 있다. 교사들의 목숨이 파리 목숨이다. 지금도 모든 작은 학교에 과목 교사가 배치되지 않아 다른 학교에서 지원받는 과목이 3과목 이상이고, 그나마 있는 과목 교사도 다른 학교 지원을 나가고 있다. 여기에 과목 교사를 더 줄여야 할 형편이라 술렁이고 있다. 외부 지원을 받는 경우 하루에 한 과목을 3~4시간 연강 수업을 하다 보니 수업 파행이 오기도 한다.

지금 교육현장에서 교권 추락으로 벌어지고 있는 사태는 여러 원인이 있으나 근본적인 원인 중 하나가 과밀학급이다. 읍 단위, 시 단위 대규모 학교의 경우 대부분 30명에 가까운 숫자가 한 교실에서 수업을 받는다. 각각의 개인에게 맞는 배움과 돌봄이 이루어지기보다는 획일적인 통제와 일제식 수업이 이루어지는 수용소에 가깝다. 학생 한 명 한 명에게 관심을 가질 수 없기 때문에 학생들은 학생대로 교사는 교사대로 각자도생하면서 서로 불신하고 갈등을 빚는다. 반면 작은 학교는 학생 한 명 한 명이 소중하게 존중받고, 배움과 돌봄이 이루어져 신뢰의 관계가 형성되어 배움이 순조롭다.

게다가 20여 년 전보다 교육환경은 급변하였다. 산업화 시대에는 교사가 다수의 학생에게 지식을 전달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미래 교육이 필요한 시대이다. 지식만이 아니라, 역량교육, 민주시민교육, 디지털 교육 등 각자에 맞는 삶 중심 교육이 필요한 시대이다. 학급당 20명이 넘는 교실에서는 불가능한 교육이다. 학급당 20명은 교육의 질적 차원을 구분 짓는 경계 수치이며, 집단적이고 일제식 학습형태를 탈피하여 학생별 개별화 학습이 가능한 숫자이다. 코로나 재난 시절에 학교가 문을 닫을 때도 20명 이하 학급에서는 수업이 이루어졌다. 선진국 OECD는 평균 21,2명이다.

자원이 부족한 우리나라가 살길은 과학 발전과 인재 양성이었다. 그래서 IMF의 경제 파국 속에서 허리띠를 졸라매면서도 교육예산을 늘려 학급당 정원 60명에서 35명으로 줄이는 파격적인 교육 정책을 폈다. 학급당 학생 수가 교육의 질과 관련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후 여러 교육환경 변화에 따른 학급당 20명으로 정원을 줄여줄 것을 지속적으로 요구해 왔으나 크게 변하지 않고 있다.

교육은 당장 돈을 벌어오거나 표가 되는 예산이 아니다. 모든 국가가 미래를 내다 보며 투자를 하는 것이다. 지금 당장 투자한 만큼 표가 되지 않고, 가시적인 효과가 보이지 않는다고 예산을 줄이면 교육이 파행 될 것이다. 교육을 파행시키는 것은 우리 미래를 파행시키는 것이다.

인구 급감으로 학생 수가 절대적으로 줄어드는 것은 사실이나 위기를 기회로 삼을 좋은 계기이다. 교원 정원 감축 계획을 철회하여, 작은 학교에도 교사가 있는 정상적인 교육과정을 운영할 수 있게 해야 한다. 또한 대도시 과밀학급 정원을 축소하여 교육이 가능한 교실, 즉, 선진국 형태의 교실을 열어야 한다. 또한 현재 교원을 양성하는 대학 교육은 교사들이 학교 현장에서 교육하는데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교원 양성체제를 학교 현장에 맞게 미래지향적으로 개혁하여 대학 교육이 학교 교육에 도움되는 방향으로 개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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