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곡면 7가구 23명 전입 효과
계곡초 학생 수도 11명 늘어
원주민-유학가족 화합이 주효

▲계곡면주민자치회가 지난달 계곡초 체육관에서 학생들을 상대로 생태놀이터 조성을 위한 워크숍을 가졌다.
▲계곡면주민자치회가 지난달 계곡초 체육관에서 학생들을 상대로 생태놀이터 조성을 위한 워크숍을 가졌다.

올해 2월 서울에서 계곡면 강절리 사촌마을로 일가족이 전입한 노근섭 씨 가족.

부부와 초등학교 4학년 자녀 등 일가족 3명은 그렇게 새 보금자리에 자리를 잡았다. 자녀가 공부보다는 마음 놓고 친구들과 그리고 자연과 어울리고 뛰어놀기를 바람에서였다.

노근섭 씨는 "주민들이 환영해주고 마을 어르신들도 우리 가족을 위해 잘 챙겨주며 적응하는데 큰 어려움은 없었다"고 말했다.

계곡면주민자치회를 비롯해 지역사회가 하나가 돼 폐교 위기에 놓인 학교를 살리기 위해 작은학교 활성화 사업을 추진해 2년 동안 공을 들인 결과 계곡면으로 7가구 23명이 전입했다. 이중 초등학생만 11명으로 계곡초등학교 학생 수도 20명에서 31명으로 늘었다.

계곡면에서 작은학교 살리기가 성공을 거두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 원주민과 유학가족 간 서로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마음이 통했기 때문이다. 일부 마을 주민들은 외지인이 들어와 갈등을 일으킬 수 있다며 유학가족을 받아들이는 데 반대하기도 했고 실제 무산되는 경우도 있었다. 주민자치회가 나서 학교와 마을을 살리자며 주민들을 설득했고 빈집을 제공받아 이후 해남군 도움으로 2000만원 상당의 리모델링비를 지원해 유학가족과 5년 임대계약을 맺었다. 3년 이상 거주할 경우 무상임대를 해주고 달마다 관계기관에서 유학경비도 제공하고 있다.

또 유학가족들에게 미리 마을주민들의 성향이나 잘 어울릴 수 있는 방법 등을 알려주고, 마을주민들은 새 보금자리로 이사 온 가족을 위해 환영 인사를 하고 불편한 점이나 필요한 것은 없는지 대화를 늘려나갔다.

서로가 함께 어울려 사는 공동체임을 강조하며 마을에서는 꽃을 심고 도로를 정비하는 등 마을가꾸기 사업에 유학가족의 참여를 이끌어 냈고 유학가족들은 마을 어르신들을 위해 인터넷이나 휴대폰 사용법을 알려주는 등 자연스럽게 화합이 이뤄졌다.

사촌마을은 올해 전남도가 주관한 행복농촌만들기 콘테스트에서 아름다운 자연경관 아래 귀농인과 유학가정이 정착하기 좋은 행복한 마을을 주제로 우수상을 수상했다.

사촌마을 임두재 어르신은 "유학가정에서 직접 기획에 나서 영상도 찍고 어린이들이 출연해 율동을 선보이며 좋은 반응과 함께 상도 받게 됐다"며 "원주민과 유학가정이 따로가 아니라 모두가 마을주민임을 보여준 사례이다"고 강조했다.

계곡면 주민자치회 등은 계곡면이 살기 좋은 곳임을 강조하기 위해 정부 공모사업을 통해 생태놀이터 만들기 사업에 나서고 있다. 더 안전하고 자연친화적인 놀이터를 만들어 유학가정을 유치할 계획이다.

또 다른 공모사업을 통해 올 한 해 자체적으로 계간지(분기별) 형태의 소식지도 발간하고 있다. 작은학교 살리기 성과도 알리고 계곡면에 들어선 빨래방 소식도 전했다. 계곡초 전교회장인 임준영 군은 학교 자랑도 하고 유학온 친구가 단짝이 됐다며 소식지에 알렸다.

임준영 군은 "6학년으로 전학 온 '김희은'이라는 친구가 있는데 처음 보는 날이 아직도 기억이 난다. 먼저 말을 걸면서 알아가려고 노력했고 지금은 하나뿐인 단짝 친구가 되었다"며 "웃고 즐거운 학교생활은 물론 서로 집에도 놀러가 재밌는 하루를 보낸다"고 밝혔다.

지역사회는 유학가정을 위해 일자리 만들기에도 나서고 있다. 계약직이기는 하지만 계곡면사무소 사무보조나 학교 도서관 사서일 등을 할 수 있었다.

김병준 계곡주민자치위원은 "계곡초에 현재 6학년이 6명, 5학년이 5명으로 이들이 졸업하고 신입생이 없으면 2년 후에는 학생 수가 다시 줄어 폐교위기에 놓이게 된다"며 "지역사회가 지속적인 노력을 통해 학생 유치 등 작은학교 살리기에 나설 예정이다"고 밝혔다.

김남선 전 주민자치회장은 "작은학교 살리기를 무리하게 추진할 경우 학교에 유학생이 더 많이 다니는 역전현상이 우려돼 작은학교 고유의 특성을 살리면서 원주민과 유학생 가족 간 가치를 공유할 수 있도록 1년에 다섯 가족 내외로만 유치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작은학교 살리기를 위해 지속적인 일자리 창출과 빈집 리모델링비 지원 확대 등 많은 숙제와 보완점이 필요하지만 계곡면 지역사회가 보여준 지금의 성과는 또 다른 기적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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