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훈재(본사 대표이사)

우리 민족의 최대 명절인 추석이 다가오고 있다. 한해 농사를 끝내고 오곡을 수확하는 시기에 해남 민생은 먹구름만 가득 낀 듯하다.

올해 해남군은 이상저온현상과 폭우, 폭염이 겹쳐 농산물 생산량 감소와 가격 폭락이 지속되고 일본 오염수 방류로 인한 수산물값 반토막, 만호해역 어업권 패소, 해남군과 군의회 추경안 갈등, 초저출산에 따른 인구 소멸위험지역 지정 등 위기를 맞고 있다.

해남군은 2008년 전국 최초로 출산장려팀을 만들었다. 1969년 23만명에 달하던 인구가 2000년 10만명선이 깨지고 매년 수천명씩 줄어들자 특단의 출산 대책을 세워 다른 지자체보다 먼저 출산 장려금을 지급했다. 당시에는 파격적인 수준이었으며 해남군은 2012년 당시 가파라져가는 인구감소를 막기 위해 출산장려금을 늘려 합계출산율을 전국 1위로 끌어올렸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출산장려금을 노리고 전입하면서 단기간 출산율은 증가했지만 출산장려금 수령 이후 떠나는 먹튀들이 생겨났다.

지난 8월 현재 해남군 인구수는 6만5004명으로 인구 감소율이 절벽으로 곤두박질치고 있고 신생아 출산 수는 171명에 그쳐 인구소멸 위험지역으로 지정돼 있다. 앞으로 2~3년 후면 유치원, 어린이집, 초등학교는 물론 관련단체 및 시설들의 존립 여부도 불투명하다. 벌써 우리군 면단위 초등학교 일부는 학생 수보다 교직원 수가 많은 곳이 생겨나고 있는데 해남군 정책 입안자들의 목소리와 대책은 들리지 않고 본인들의 존재감만 드러내려 군 예산을 가지고 아웅다웅하는 모습만 보인다.

감사원은 출산율을 인위적으로 높이려는 출산장려금 정책이 해당지역 출산율이 증가하더라도 출산 후 지역 이동으로 해당 지자체의 지속적인 인구 증가로 이어지는 효과는 제한된다고 지적했다. 출산장려금 수령 이후 해남군을 떠난 인구로 미뤄봤을 때 출산장려금 정책은 사실상 실패했다는 것이다. 출산장려금 정책만으로 인구증가에 큰 효과가 없다며 출산율이 낮다는 것은 그 지역에 거주하기 어렵다는 의미이며 출산에 집중하기보다 주거 자원이나 보육환경 개선 등 아이를 키우기 좋은 환경조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지역소멸 위기를 막기 위해 특단의 정책이 수립돼야 하며 저출산, 고령화, 청년층 인구유출 등이 해남군에 복합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서 지역소멸 문제가 해남군의 가장 중차대한 정책 과제라고 생각된다.

그러나 지금 해남군과 군의회의 모습들은 어떠한가? 해남군과 군의회는 추경안을 가지고 상호 발목잡기냐, 아니냐로 극한 대립과 파행으로 이어지고 있다. 군청 관계자는 예산을 삭감하면 앞으로 공모사업이나 국도비사업 확보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겠는가라고 반문하고 있고, 군의장 입장은 지금까지 국도비 매칭 사업은 당연히 해주는 걸로 했는데 이제는 공모사업도 운영 관리비 부담이 많은 만큼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상호 논의와 협의가 없는 대립과 갈등 구조가 지속되고 있다. 지역소멸 문제가 우리지역의 가장 중차대한 일이라고 생각되는데 지역 미래에 대한 대안과 정책은 뒷전이고 자신들의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한 모습으로만 비쳐진다.

이번 추석 대명절은 밝게 빛나는 보름달처럼 마음까지 풍요로운 명절을 기대하는 바람인데 먹구름만 가득한 미래를 생각하니 염려스럽고 안타까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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