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호해역(마로해역) 김 양식장 어업권을 둘러싼 해남과 진도 어민들의 분쟁이 좀처럼 해결되지 않고 있다. 전남도의 중재안 일부에서 타협의 실마리를 찾았다고 하지만 정작 중요한 '어업권 보장'이라는 핵심 내용에서 이견을 좁히기 위한 길은 여전히 첩첩산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만호해역 김 양식장(1370ha)을 삶의 터전으로 삼아온 송지 어란의 174어가는 올해 김 농사를 사실상 포기했다. 지난 15일까지 김 양식 준비를 해야 하지만 이날까지 협의가 되지 않아 채묘를 위한 종자 신청을 철회했기 때문이다. 다만 잇바디돌김 양식은 불가능해졌지만 앞으로 한 달 정도 여유가 있는 일반김(슈퍼김)은 그 사이 합의가 이뤄지면 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

사정이 이렇게 진행되자 어란 어민들의 생계도 막막해졌다. 특히 만호해역에서만 김 양식을 하는 40명 넘는 젊은 어민들은 눈앞이 캄캄해졌다. 해남 어민들은 진도 어민들이 발 시설에 들어가는 이달 하순 바다로 나가 어장 사수를 위한 단체 행동에 나설 계획을 갖고 있다.

만호해역 김 양식장 문제가 이 지경까지 내몰리게 된 데는 '어떻게 되겠지'라며 허송세월을 보낸 해남 측에도 책임이 있지만, 상생하자는 눈물의 호소를 외면한 진도 측의 대응을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

해남 어민들은 소규모 어장에 의지해 살아가는, 말 그대로 생계형 양식이 대부분이다. 반면 진도 어민들은 김 양식을 통해 연간 5억 원 이상 수입을 내는 '대농'(大農)이다. 그것도 소작농이 지주에게 내듯이 상생협력금으로 연간 2억 원씩 어장 사용료를 지급하겠다는 데도 매몰차게 뿌리치고 있다.

지난 18일 진도군 실내체육관에서 김영록 전남도지사가 참석한 가운데 열린 '도민과의 대화'에 나온 발언을 보면 대부분 상생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김희수 진도군수는 체육관 밖에서 해남 어민과 어린이 등 가족 500여 명이 생계를 지켜달라고 호소하고 있는데도 "(해남 어민들이)깡패 짓을 하고 있다"는 막말을 퍼부었다. 아무리 표를 먹고 사는 지자체장이라지만 공개석상에서 내뱉은 이런 악담은 해남 어민들에게 사과해야 한다. 고약하기 이를 데 없이 다가온다.

만호해역 문제는 더이상 시간이 허락하지 않는다. 양 측이 한 발씩 물러서 상생의 해법을 찾아내야 한다. 또한 첨예한 대립을 풀 수 있는 게 정치이다. 그런데도 정치인들의 움직임은 찾아보기 힘들다. 국회의원을 비롯한 정치인들은 지금이야말로 제 역할을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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