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정·이성옥 위원장 사임계 제출
사회단체 항의 방문·성명서 발표 등
의회 "공모사업도 신중히 따져야"

해남군의회가 해남군의 2회 추경안 심의에서 이미 승인해줬던 사업에 대한 잔여사업비를 삭감한 것에 대한 파장이 이어지고 있다.

해남군의회 박상정 총무위원장과 이성옥 산업건설위원장은 이번 사태에 대해 누군가 책임져야 한다며 상임위원장직에 대한 사임계를 지난 5일 제출했다. 상임위원장 사임계 제출은 군의회 사상 처음으로, 잇따른 초유의 사태를 맞고 있는 군의회는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특히 우수영유스호스텔 리모델링(지역특화형 숙박시설 조성) 사업과 우수영관광지 인조잔디 축구장 리모델링 사업비 등이 삭감된 것에 대해 문내면 사회단체들은 조만간 회의를 갖고 해남군의회를 방문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지는 등 주민들은 단체 행동도 준비하고 있다.

박상정 총무위원장과 이성옥 산건위원장은 지난 5일 군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회의를 마치고 의회사무과에 각각 사임계를 제출했다.

해남군의회는 지난달 29일부터 지난 6일까지 제330회 임시회를 열고 해남군이 제출한 제2회 추경안을 심의한 결과 8개 부서 12건에 166억684만원을 삭감한 수정안을 통과시켰다. 삭감된 예산은 군 홍보 광고료 2억2200만원, 지역특화형 숙박시설 조성 30억원과 감리비 2억5000만원, 우수영관광지 인조잔디 축구장 리모델링 7억원, 휴대용 방사능 측정기 구입 4784만원, 김치원료 공급단지 구축사업(2023년) 72억5000만원과 토지매입비 36억원, 군민광장 친수공간 조성 11억원, 고산박물관 전시유물 영인본 제작 500만원, 해남군소상공인연합회 운영비 지원 200만원, 쓰레기 무단투기 감시카메라 저장장치 설치 5500만원, 공룡박물관 잔디광장 정비 3억7500만원이다. 2회 추경안의 규모는 1110억여원으로 삭감된 예산이 15%에 달한다.

상임위원회 예산안 심의에서 박상정 위원장은 우수영유스호스텔 리모델링 사업 등에 대해, 이성옥 의원은 김치원료 공급단지 구축사업 등에 대한 예산 삭감을 반대했다. 하지만 소수의견에 그치며 삭감안이 통과됐다.

박상정 위원장은 "의원 각각의 생각을 존중하지만 의회에서 각 안건을 의결할 때 한 번 승인했다는 것은 계속 승인될 것이라는 최소한의 예측 가능성이 있어야 일에 대한 신뢰가 있다"며 "과거에 설령 판단을 잘못해 의결했다고 하더라도 여기에 대한 책임과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책임과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것에 대한 의회에서 누군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그래서 총무위원장으로서 사임계를 제출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이성옥 위원장은 "상임위원회 의원 간 의견이 다르면 위원장이 중재, 협의, 타협을 통해 중재안, 수정안을 내는데 자기 과욕으로 조율이 이뤄지지 못했다"며 "반대할 것이라면 처음부터 반대해야 했고 일하도록 해놓고 이제와 삭감한 것에 상임위원장이 있을 필요가 없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이어 "이 모든 것은 위원장의 능력 부족이라 생각해 사임계를 제출하게 됐다"고 밝혔다.

군의회는 현재 두 위원장의 사임계를 접수하지 않고 있으며 철회토록 설득한다는 입장이다. 김석순 군의장은 "박상정·이성옥 위원장이 사임계를 철회하도록 설득하고 있다"고 말했다.

군의회 사임계 철회토록 설득

수리되려면 본회의 동의 얻어야

해남군의회 위원회 조례에 따르면 상임위원장은 본회의의 동의를 받아 그 직을 사임할 수 있다. 다만 폐회 중에는 의장의 허가를 받아 사임하게 된다. 박상정·이성옥 위원장의 경우 회기 중 사임계를 제출했기 때문에 본회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우수영유스호스텔은 지난 2008년 8월 개장한 청소년수련시설로 문내면 우수영관광단지 내 위치해 있지만 정작 관광객들이 이용하는 데 한계가 있고 객실도 단체 투숙객 위주로 낙후된 상태다 보니 용도변경을 통해 관광호텔로 리모델링이 추진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군의회는 지난 2021년 4회 추경에서 국비 10억원, 2022년 2회 추경에서 군비 10억원, 2023년 1회 추경에서 국비 30억원을 통과시켜줬지만 이번 2회 추경에서 잔여 사업비인 군비 30억원을 삭감해 사업추진에 제동을 걸었다. 지난 2월 열린 제326회 임시회에서 우수영유스호스텔 및 구 전시관 리모델링 등 용도변경을 위한 공유재산관리계획안도 통과시켜줬다.

삭감안을 낸 의원들은 당초 사업비가 80억원에서 115억원으로 증가했고 여기서 더 늘어날 수도 있지만 진도에 있는 대형리조트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지는 만큼 국비를 확보했다고 하더라도 군비 부담이 큰 이 사업은 지금이라도 멈춰야 한다는 입장이다.

집행부 발목 잡기가 아닌 공모사업에 신중을 기하고 간담회에서 제시된 의원들의 의견이 충분히 검토됐는지, 운영계획도 면밀히 수립됐는지 따져보자는 것이다.

서해근 부의장은 "그동안 국도비가 내려오면 반납해서는 안 되기 때문에 군비를 매칭해줘야 한다는 기본적 논리가 있었지만 이번 삭감은 깊이 생각해보자는 의미다"며 "우수영유스호스텔 리모델링도 사업을 하지 말자는 것이 아닌, 경쟁력 확보방안이 무엇이 있느냐는 것으로 군에 운영에 대해 질문하면 운영계획이 없다는 등 설명이 궁핍한 상태였다"고 말했다.

김치원료 생산단지 구축사업과 관련해서는 "국가가 간척지 땅을 회사에 평당 2만5000원에 팔았고 지금 공시지가가 4만원이 넘는데 회사의 감정평가 결과 78만원이 나왔고 해남군이 55만원에 산다는 것으로 심의과정에서 비싸다는 의견을 제시하는 등 검토를 요구했지만 협의도 안 하고 올라 온 상황에서 올해 내에만 예산을 세우면 되기 때문에 한 번 더 절충해 보라는 의미다"며 "이번 삭감은 군과 대립각이 아닌 무분별한 공모사업을 신중히 하자는 것으로, 운영관리 부분까지 면밀히 검토해 봐야 하며 앞으로 의원 간담회에서도 적당히 의견만 교환하는 것이 아닌 공모사업에 대해 심사숙고하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추경안 삭감에 대해 지역주민들도 행동에 들어갔다. 문내면에서는 발전협의회 등 사회단체들이 7일 회의를 갖고 우수영유스호스텔 리모델링과 우수영관광지 인조잔디 축구장 리모델링 사업비 등이 삭감된 것에 대한 의견을 나누며 회의 결과에 따라 다음주께 해남군의회를 방문한다는 계획이다. 문내면발전협의회 관계자는 "대안이 없는 상태에서 우수영유스호스텔 리모델링 사업이 중단되면 폐허가 될 수밖에 없다"며 "예산 삭감 이유나 이후 대안이 있는지 등에 대해 묻고자 의회를 방문하는 것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있다"고 말했다.

깨끗한 해남만들기 범군민운동본부는 14일 성명서를 내고 군의회의 예산삭감을 비판했다.

이들은 "우수영유스호스텔 리모델링사업은 2021~2023년 기간 동안 3회에 걸쳐 국비·군비 포함 50억원의 예산을 해남군의회가 승인했으며 유스호스텔을 관광호텔로 용도변경하기 위한 공유재산 관리계획도 군의회가 승인해놓고 이번 2회 추경에서 당연히 승인돼야할 군비 30억원을 삭감한 것은 어떤 이유를 들더라도 납득할 군민은 없을 것이다"며 "모든 호텔은 인접한 호텔보다 크게 지어야 경쟁력이 있다는 논리로 경쟁력이 없는 일을 왜 당초에 승인해주고 관리계획 승인까지 해줬는지, 군정이 해남군의원들 장난감인지 묻고 싶다"고 지적했다.

이어 "많은 군민은 이번 군비 예산 삭감은 초선의원들 몇 명이 자신들의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해 군민들의 의견 수렴 없이 다분히 주관적이고 불명확한 삭감이유를 들어 군정을 난도질한 것이라는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원포인트 임시회를 통해 잘못된 예산삭감을 바로 잡을 것, 군의원 개개인의 의사가 아닌 군민 다수의 의견을 수렴하는 올바른 의정활동을 할 것 등을 촉구했다.

군은 우수영유스호스텔 리모델링 사업과 관련해 사업을 포기할지, 보완해 군의회에 다시 예산을 요청할지를 두고 신중히 검토 중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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