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자원(해남등대원 원장)

6·25 전쟁 후 혼돈의 시기에 아이들에게 등대의 역할을 하시고 또 그 아이들이 자라 이 시대의 등대가 되길 바라셨던 고 이준묵 목사님의 설립 이념으로 1953년 3월 6일 아이들을 품기 시작하여 어느덧 많은 세월이 흘렀다.

명절이 다가오면 마음이 무겁다. 어른이 되어 느끼는 삶의 무게 때문이기도 하지만, 명절만이라도 원가족과 보내고 싶으나 형편이 못되어 시설에서 외롭게 보내야 하는 우리 아이들의 마음이 절절하게 내 속을 후벼 파기 때문이기도 하다.

명절을 앞두고 귀한 손님들이 방문하였다. 13년 전 병든 엄마로 인해 양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네 살 사내아이를 동네 이장님이 데리고 오셨는데, 그 동네 어르신들이 아이 용돈과 과일을 사가지고 오신 것이다.

많은 시간이 흘렀음에도 그 동네에서 잠시 살았던 작은 아이를 잊지 않고 찾아오신 그 분들의 마음을 무엇으로 표현할 수 있을까? 오신 분들도 다들 연로하신데 우리 아이뿐만 아니라 요양원에 계신 동네 어르신들, 또 병원에 입원한 동네분들을 방문한다고 하셨다. 시골 인심이 사나워졌다고 운운하지만 먼저 정을 나눠주었는지, 조건 없는 나눔을 실천해 보았는지 묻고 싶다.

다행히 아이는 그런 많은 분의 따뜻한 에너지를 잘 받아서인지 심성도 착하고, 무엇보다 달리기를 잘해서 올해 체육인재 장학생으로 선발되어 건강한 10대 시절을 보내고 있다. 따뜻한 아랫목과 같은 마을 어르신들이 계시기에 외로운 아이들이 그 온기로 살아가는 것이 아니겠는가?

사회복지 현장에 있다 보면 물질이 가난한 사람, 마음이 가난한 사람, 콩 한 조각도 나눠 먹으려고 애를 쓰는 사람 등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데 그 어르신들의 발길이 오늘도 그리고 내일도 건강하기를 바라본다.

많은 아이들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를 이곳 등대원에서 지내야 하는데 우리 아이들에게 어떤 것을 유산으로 내어줄까? 수많은 고민을 한다.

'착하게 살아라', '바르게 살아라', '배려하며 살아라' 좋은 말들은 참으로 많지만 사람들과의 건강한 소통을 통해 자신을 소중히 여기며 삶의 가치가 무엇인지를 고민하며 살아갈 수 있는 사회인으로 키워낼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 같다.

아이들이 이곳에서 살아가는 동안 따뜻한 기억, 행복한 추억, 그리고 소중한 인연 등으로 가슴을 채워나갈 수 있도록 여러분도 함께 손 내밀어 지지해 주신다면 더 힘이 날 것 같다. 사람만큼 귀한 게 어디 있을꼬!

해남등대원 아이들에게 '언제나 내편'이 되어 주시는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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