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손 놓고 지자체 대책 '글쎄'
올 전국 배추 생산량 늘어날 듯
수급조절 나섰지만 신청 '미미'

▲ 화원면 한 농가의 밭. 배추를 심어 스프링클러로 물대기를 하고 있지만 사진 위는 양파를 심기 위해 비어있다.
▲ 화원면 한 농가의 밭. 배추를 심어 스프링클러로 물대기를 하고 있지만 사진 위는 양파를 심기 위해 비어있다.

화원면 신용리에서 배추농사를 하는 박장수(63) 씨. 그동안 1만평 규모의 배추농사를 했지만 올해는 7000평만 유지하고 나머지 3000평에는 조를 심기로 했다.

박 씨는 "인건비와 자재값은 폭등한 반면 지난해 배춧값은 폭락하고 산지폐기까지 이뤄졌는데 올해도 똑같은 상황이 우려돼 배추 재배면적을 줄이기로 했다"고 말했다.

화원면 후산리 김현철(58) 씨도 사정은 마찬가지이다. 지난해 7000평에서 올해는 5000평만 배추를 심고 나머지 2000평에는 양파를 심을 계획이다.

김 씨는 "지난해 배추농사를 해서 예년의 절반도 안 되는 2100만원을 벌어 오히려 빚만 더 지게 됐다"며 "올해는 피해를 줄이기 위해 양파를 일부 심기로 한 것이다"고 말했다.

배추 정식이 본격화됐지만 해남지역 배추농가의 얼굴에는 시름이 가득하다.

집중호우와 이상기후로 생육 부진과 수해가 겹치면서 충청과 경북지역을 중심으로 콩이나 논콩, 양배추 대신 배추를 많이 심어 추석을 전후로 홍수 출하가 우려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배춧값은 소비 부진에 여전히 폭락세를 면치 못해 지난 1일 서울 가락시장에서 10kg들이 상품 한 망에 평균 9967원에 거래돼 1년 전과 비교해 절반 정도 떨어졌다.

상황이 이렇지만 정부는 손을 놓고 있고 오히려 물가상승 주범을 농산물로 지목하며 비축물량 방출카드만 만지작거리고 있어 비난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전남도와 해남군이 해마다 반복되는 배추 산지폐기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배추 재배 대신 타 작목으로 전환시 ha당 450만원의 보조금을 지급하는 배추 작목전환 지원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효과를 거둘지는 미지수이다.

지난달 25일부터 신청에 들어간 가운데 7일 현재 신청자는 106농가에 90ha로 전체 배추 농가의 3%, 재배면적으로는 1.8%에 그치고 있는 상황이다. 이렇게 참여가 저조한 것은 홍보 부족으로 농가들이 지원사업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데다 조건도 비교적 까다로워 농가들의 참여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 사업은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배추를 재배했던 농지를 대상으로 하고 있어 올해 배추 대신 다른 작목을 심으려는 농가는 해당되지 않는다. 또 배추 대신 양파, 마늘, 양배추, 무, 대파, 쪽파, 보리, 밀 등 수급 불안 품목을 심을 경우 지원대상에서 제외된다. 단 보리와 밀의 경우 농협이나 유통법인과의 계약재배가 체결된 필지는 지원이 가능하다.

배추농가들은 "다 지원대상에 제외되는데 무엇을 심으라는 것이냐"라며 "결국 계약재배가 이뤄진 보리, 밀 뿐이어서 심을 것이 배추뿐이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지원금 450만원도 1ha에서 배추 순소득액으로 산정된 1125만원의 40% 수준에 불과해 지원금이 너무 적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또 일부 농가의 경우 심어만 놓으면 나중에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식으로 배추를 그냥 심고 있어 농가들의 의식변화도 요구되고 있다.

이에 따라 해남군과 전남도가 정부와 정치권에 배추 수급 대책을 지속적으로 건의하고 나아가 작목전환 지원사업과 관련해 농가들에 대해 홍보를 강화하며 신청기간 연장과 지원 조건 완화 등의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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