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억원 중 나머지 30억 삭감해 제동
"하라고 할 땐 언제고 이제와서…" 국비 반납할 판
2회 추경안 심의서 12건 166억원 무더기 삭감
"일할 의욕 사라진다" 푸념… 간담회 무용론도

▲해남군의회가 지난 6일 열린 제330회 임시회 2차 본회의에서 해남군이 제출한 제2회 추경안을 삭감 수정해 통과시켰다.
▲해남군의회가 지난 6일 열린 제330회 임시회 2차 본회의에서 해남군이 제출한 제2회 추경안을 삭감 수정해 통과시켰다.

해남군의회가 예산을 비롯해 공유재산관리계획 변경 등을 승인하면서 해남군에 사업을 추진하도록 허가해 놓고 돌연 국비 매칭에 따른 군비 예산을 편성해주지 않아 논란이 일고 있다. 지역특화형 숙박시설 조성사업으로 추진 중인 우수영유스호스텔 리모델링 사업비 80억원(국비 40억, 군비 40억) 중 50억원은 이미 통과시켰음에도 나머지 30억원을 삭감하는 등 갑자기 사업에 제동을 건 것이다.

청소년시설인 유스호스텔을 관광호텔로 리모델링하고자 여성가족부의 허가를 받아 용도변경을 마치고 설계까지 완료된 상황에서, 남은 사업비를 확보하지 못하면 사실상 사업 추진이 불가능해지고 이미 지출한 설계비를 비롯해 국비도 반납해야 돼 해남군은 당혹감을 내비치고 있다.

군의회는 해남군의 제2회 추가경정예산안 심의에서 군민광장 분수대를 바닥분수로 새로 탈바꿈시키기 위한 군민광장 친수공간 조성 사업비, 김치원료 공급단지 구축사업비 등도 대폭 삭감시킴에 따라 사업 지연도 불가피하게 됐다. 이미 본예산과 추경 등에서 사업비를 통과시키는 등 사실상 사업추진을 허락했으나 이번 2회 추경안 심의에선 예산을 삭감시켜 일각에서는 군정 발목잡기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군청 내에서는 노력해 따온 국·도비도 세워주지 않으니 앞으로 공모사업이나 국도비를 확보하기 위한 노력 등 일할 필요가 있냐는 푸념과 함께 의원간담회 무용론까지 제기되고 있다.

해남군의회는 지난달 29일부터 지난 6일까지 제330회 임시회를 열고 해남군이 제출한 제2회 추경안을 심의했다. 심의 결과 군이 요구한 예산안 중 8개 부서 12건에 166억684만원을 삭감했다. 삭감된 예산은 군 홍보 광고료 2억2200만원, 지역특화형 숙박시설 조성 30억원과 감리비 2억5000만원, 우수영관광지 인조잔디 축구장 리모델링 7억원, 휴대용 방사능 측정기 구입 4784만원, 김치원료 공급단지 구축(2023년) 72억5000만원과 토지매입비 36억원, 군민광장 친수공간 조성 11억원, 고산박물관 전시유물 영인본 제작 500만원, 해남군소상공인연합회 운영비 200만원, 쓰레기 무단투기 감시카메라 저장장치 설치 5500만원, 공룡박물관 잔디광장 정비 3억7500만원이다. 2회 추경안의 규모는 1110억여원으로 삭감된 예산이 15%에 달한다.

 용도변경·설계 마쳤는데 중단해야
"진도 대형 시설보다 경쟁력 없다"

가장 많은 논란을 일으킨 예산은 우수영유스호스텔을 관광호텔로 리모델링을 위한 지역특화형 숙박시설 조성사업비다. 이 예산은 총무위원회 심의에서 표결 끝에 삭감안이 예산결산위원회로 올라갔고, 예결위에서는 일부 의원이 총무위에 재심의를 요구했지만 결국 삭감안이 통과해 지난 6일 열린 본회의에서 최종 삭감됐다.

지역특화형 숙박시설 조성사업은 해남군이 지난 2021년 의원간담회에서 보고 후 문화체육관광부 공모에 신청·선정돼 추진 중이다. 우수영유스호스텔은 지난 2008년 8월 개장한 청소년수련시설로 문내면 우수영관광단지 내 위치해 있지만 정작 관광객들이 이용하는 데 한계가 있고 객실도 단체 투숙객 위주로 낙후된 상태다 보니 군은 32객실과 로컬체험존, 옥상정원 레스토랑, 체험 놀이터, 맞이정원 수공간 등을 갖춘 관광호텔로 리모델링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지난 2021년 4회 추경에서 국비 10억원, 2022년 2회 추경에서 군비 10억원, 2023년 1회 추경에서 국비 30억원을 확보했다. 군은 이번 2회 추경에서 나머지 군비 30억원을 확보할 계획이었다. 지난 2월 열린 제326회 임시회에서 우수영유스호스텔 및 구 전시관 리모델링 등 용도변경을 위한 공유재산관리계획안도 통과시켜줬다. 당초 사업비는 80억원이었지만 자재값 상승과 우수영관광단지 내 구 전시관도 사업에 포함되면서 115억원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2회 추경에서 군비 30억원이 삭감되면서 사업이 중단될 기로에 놓이게 됐다. 특히 그동안 예산안과 공유재산관리계획안 심의, 의원간담회 등 수차례 사업에 대해 논의되는 과정에서 제기되지 않았던 사업 추진에 대한 반대 의견이 이번 총무위 심의에서 제기된 상태다.

이기우 의원은 "인근 진도군에 대형 숙박시설인 쏠비치 리조트가 있고 또한 한화리조트도 계획되고 있는 상황에서 유스호스텔을 리모델링해 32개 객실을 짓는 것은 경쟁력이 낮다"며 "사업비도 당초 80억원에서 115억원으로 35억원이 더 소요될것으로 예상되고 이보다 더 들어갈 수도 있어 리모델링에 막대한 돈을 쏟아붓는 것보다 진도 숙박객을 우수영관광단지로 유입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예결위에서는 유스호스텔을 청소년을 위한 시설로 보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상정 의원은 예산 삭감에 반대 의견을 냈다. 박 총무위원장은 "해남관광에 부족한 점으로 양질의 숙박시설이 꼽혀 우수영유스호스텔 리모델링 사업이 추진되고 있고 의원간담회 등을 통해 소통도 된 사안이다"며 "지금까지 50억원이 편성돼 6억9000만원이 이미 집행된 상황에서 이제와서 예산을 삭감한다면 신뢰도가 무너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총무위는 결국 지역특화형 숙박시설 조성사업비 등을 삭감한 수정안에 대해 표결을 진행했으며 5명 참석의원 중 4명이 찬성함에 따라 예결위로 바통이 넘겨졌다.

예결위에서는 이성옥 의원이 총무위의 재심의를 요구했다. 이 의원은 "8대 의회부터 진행돼 9대 의회 들어서도 예산을 통과시켜주고 의원간담회에서 구 전시관 리모델링도 같이 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을 제시해 사업 확대되면서 사업비도 증액된 부분으로 집행부가 일하도록 진행시켜놓고 첫 삽을 뜨려고 하는 예산을 삭감한다는 것은 이해되지 않는다"며 "이대로 삭감된다면 의회 신뢰도가 우려스럽고 집행부 발목잡기로 비쳐질 수 있는 만큼 총무위에서 재검토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예결위에서는 총무위의 이중적인 예산심의도 지적됐다. 유스호스텔 리모델링 사업을 못하도록 예산을 삭감해 놓고 우수영관광지 인조잔디 축구장 리모델링 7억원을 숙박시설이 지어지면 축구장 소음 우려가 있고 축구장 활용도가 낮아 차라리 주차장이 더 낫다는 의견이 있어 삭감했다는 것. 이성옥 의원은 "축구장도 안되고 호텔도 안된다는 것은 이중 잣대로밖에 이해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산업건설위원회에서 삭감한 김치원료 공급단지 구축사업도 많은 논란이 제기됐다.

군은 안정적 원료 수급 환경조성 등 인프라 구축을 위해 2022년 김치원료 공급단지 구축사업에 공모를 신청·선정돼 사업을 추진 중이다. 산이면 솔라시도기업도시내 건립할 계획으로 토지매입안을 해남군의회에 제출해 지난 2월 열린 제326회 임시회에서 가결했다.

"기업도시 땅 평당 55만원도 비싸"
 효율적 집행계획 내면 다시 심사

하지만 이번 추경에 올라온 군의 기업도시내 부지매입 비용이 비싸다는 것.

이성옥 산건위원장은 "지난 1회 추경에서도 14억1000만원이 올라왔는데 6억원을 삭감했으며 현재 4000여만원 지출된 상황이다"며 "기업도시측은 평당 단가로 78만원을 감정평가 받은 상황에서 군은 55만원에 매입키로 협의했지만 여전히 비싸다는 의원들의 의견이 많아 삭감안을 올리게 됐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상정 의원은 "국비 사업이라고 모두 수용하는 건 아니지만 김치원료 공급단지 구축사업은 지역 내 배추 등 김치 원료를 공급하는 해남 미래를 위해 바람직한 사업이다"며 "군비 매칭이 안되면 국비를 반납할 수밖에 없는 만큼 토지매입비가 문제라면 이 예산만 삭감하고 구축사업비는 재검토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민찬혁 의원은 "2022년도 국비 중 900만원만 집행되는 등 현재 집행 실적이 미비하고 이번 추경에서 예산을 삭감한다고 해 바로 반납해야 하는 사업은 아니다"며 "효율적인 집행계획을 세워 다시 심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산건위는 당초 김치원료 공급단지 구축사업과 관련해 2022년도 예산 6억원도 삭감했지만 예결위 정회 때 재논의를 거쳐 이 사업비는 되살리고 2023년도 72억5000만원, 토지매입비 36억원을 삭감했다.

군의회는 방사능 측정기 구입은 측정기 성능 및 종류·가격대 재분석을 통한 예산 책정이 필요하다며, 군민광장 친수공간 조성은 사업규모와 내용을 군민들과 공감대를 형성한 후 군민의 쉼터로 거듭나고 국비 등의 지원사업비 확보가 필요하다며 예산을 삭감했다. 또한 고산박물관 전시유물 영인본제작은 영인본의 체계적 제작 준비가 필요하다며, 해남군소상공인연합회 운영비 지원은 당초 지원비에서 지출이 가능하다며, 쓰레기 무단투기 감시카메라 저장장치 설치는 전체 CCTV에 대해 통합관제센터에서 일괄 운영·관리방안이 필요하다며, 공룡박물관 잔디광장 정비는 설계 실시 후 사업비 산출해 예산 편성이 필요하다며 삭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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