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남군의회가 해남군의 제2회 추가경정예산안을 심의·의결하면서 국비가 포함돼 이미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예산까지 대폭 삭감하며 해남군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해남군이 제출한 제2회 추경안 규모는 1110억 원으로 이 중 15%에 달하는 8개 부서 12건 166억 원을 삭감했다. 이는 사상 최대 폭이다.

특히 우수영유스호스텔 리모델링 사업은 2021년 4회 추경에서 국비 10억 원, 2022년 2회 추경에서 군비 10억 원, 2023년 1회 추경에서 국비 30억 원을 통과시켜놓고 이번 2회 추경에서 군비 30억 원을 삭감했다. 7개월 전 열린 326회 임시회에선 청소년수련시설이던 유스호스텔을 관광호텔로 용도를 변경하기 위한 공유재산관리계획안도 통과시켰다.

군의회가 사업을 허가했다가 몇 개월 만에 180도 태도를 바꿔 예산을 삭감한 것으로 의회 스스로 심의 신뢰성을 무너뜨렸다.

남은 사업비를 확보하지 못하면 사실상 추진이 불가능해져 국비 40억 원을 반납해야 할 처지이다. 이미 지출한 설계비 7억 원도 공중으로 사라지고 지출된 국비는 군비로 갚아야 한다. 더욱이 국비 반납에 따른 페널티도 앞으로 군이 짊어질 수밖에 없다.

삭감안을 낸 의원들은 우수영유스호스텔이 진도군에 위치한 대형 리조트와 비교해 경쟁력이 없다며 사실상 사업 추진을 반대하고 있다. 군의회 내에서도 집행부가 일하도록 진행해놓고 첫 삽을 뜨려고 하니 예산을 삭감하는 것은 의회 신뢰도를 무너뜨리고 집행부 발목잡기로 비춰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지만 소수 의견에 그쳤다.

이번 2회 추경안 심의 결과 국비가 포함된 김치원료 공급단지 구축사업 72억5000만원도 삭감됐다.

또한 이미 예산을 통과시켜 설계를 마쳤지만 잔여 사업비가 삭감된 군민광장 친수공간 조성, 우수영관광지 인조잔디 축구장 리모델링 사업은 중단되거나 지연될 수밖에 없게 됐다.

불명확한 삭감 이유에 배경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군청 내에서는 노력해 따온 국·도비도 세워주지 않는데 앞으로 일할 필요가 있냐는 푸념도 나온다. 수 차례 의원간담회에서 공유됐던 사업을 이제와서 반대하다 보니 의원간담회 무용론도 제기되고 있다.

군의원에게는 예산 심의라는 막중한 권한이 주어진다. 그만큼 책임도 져야 한다. 이번 예산삭감에 따른 파장 역시 군의회가 짊어져야 한다. 자신이 휘두른 칼이 누구를 향하고 있는지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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