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악취로 주거환경권 침해받는 농촌

② 악취 때문에 떠나는 농촌, 공동체 갈등 부른다
③ 지역주민의 참여 보장과 상생으로 답을 찾다
④ 악취 사업장 이전·폐쇄, 주민 우선하는 적극 행정
⑤ 지역소멸 앞당기는 악취 어떻게 할 것인가

 
▲지난해 12월 당진시청에 열린 축산악취개선협의회 회의 모습.
▲지난해 12월 당진시청에 열린 축산악취개선협의회 회의 모습.
악취개선협의회로 민원 감소 '당진시'
 

축사만 1700개가 넘는 농촌이던 충남 당진시는 산업화, 도시화로 인구가 늘고 도농복합도시로 탈바꿈하면서 축산악취 민원이 크게 증가했다. 지난 2018년 122건, 2019년 157건이던 악취 민원은 2020년에 220건까지 치솟았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당진시는 악취 민원을 줄이기 위해 주민 참여와 상생의 단어를 꺼내들었다. 2021년에 전국 최초로 축산악취개선협의회를 구성했다. 협의회는 축사 악취분야 전문가, 시민대표, 축산단체장, 축산농가, 중앙부처 담당자, 행정기관 등으로 구성돼 악취개선 방안을 논의해오고 있다. 회의 개최 때는 축산농가는 물론 해당 마을 대표를 참석시켜 애로사항이나 의견을 청취하고 시설개선이 끝난 후에는 주민 설문조사와 악취 측정 등을 통해 성과평가에도 나서고 있다. 악취 민원이 들어와야 출동하는 소극적 행정에서 벗어나 축산농가와 마을 주민도 참여시켜 악취 저감 방안을 함께 논의하는 적극 행정을 실현하고 있는 셈이다. 

협의회를 열어 서로 목소리만 높이는 게 아니라 실제 대안을 마련해 실천하고 있다. 축산악취개선협의회에서는 주거밀집지역에 위치해 주민 민원이 계속되고 있는 축사를 대상으로 2021년 17곳, 지난해 10곳, 올해는 8곳을 선정해 노후시설 현대화 사업과 악취 저감시설 설치 등에 나서고 있다. 축산환경관리원과 전문 교수들이 해당 농가를 방문해 정밀진단을 실시하고 결과 보고에 이어 협의회에서 논의를 거쳐 현장 맞춤형 지원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규모가 크고 악취 민원이 상습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곳은 현대화 사업을 추진하고 중소 축사는 해당 농가의 상황에 맞춰 축사 밀폐화와 악취 포집장비 설치, 액시 순환시스템, 축분 고속발효기 설치, 탈취제 지원 등에 나서고 있다. 

당진시는 또 전국 최초로 가축분뇨 배출 및 처리시설 설계시공 지침을 마련해 축종별 악취 발생 원인과 시설설치 기준을 세분화해 설계부터 준공까지 악취 발생을 최소화하고 있다. 또 고질적인 악취 농가에 대해서는 축산악취 측정 장비를 설치하고 상시 모니터링하면서 측정값을 데이터하고 악취농도가 높은 농가는 이동식 악취 포집차량을 통해 단속에 나서고 있다. 이같은 노력으로 2020년 220건으로 크게 늘었던 악취민원은 2021년 149건,   2022년 138건으로 크게 줄었다. 2년 만에 민원이 38%가 준 셈이다.

한돈협회 당진시지부 전명규 사무국장은 "냄새가 난다, 안 난다로 다투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냄새가 나서 주민이 불편하다는 것을 전제로 서로 소통하고 상생 방안을 찾으며 성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고 강조했다.

 

▲나주시 공무원이 악취통합관제센터에서 악취 상황을 체크하고 있다.
▲나주시 공무원이 악취통합관제센터에서 악취 상황을 체크하고 있다.
악취관제센터로 모니터링 '나주시'
 

지난달 나주시청사 별관 3층 전산교육장을 리모델링해 만들어진 악취통합관제센터. 전담 인력이 실시간 모니터를 바라보며 악취상황을 파악하고 악취배출사업장에 설치된 악취측정기에서 기준치에 근접하는 악취발생 비상센서가 작동하면 현장으로 출동해 악취포집과 함께 신속한 단속을 실시한다.

도비 5억 원을 포함해 총사업비 12억 원이 투입된 악취통합관제센터는 공간정보시스템 기술을 통해 악취발생 상황을 시각화할 수 있는 통합 관제시스템으로 연중무휴로 24시간 운영이 가능하다. CCTV로 범죄를 실시간 예방하는 CCTV통합관제센터와 비슷한 구조로 CCTV 대신 주요 악취배출사업장에는 악취측정기 30대와 기상관측기 5대가 설치됐다. 실시간 악취 상황 자료를 수집해 데이터화하고 악취 발생 예측, 경로 추적이 가능하다. 신속한 단속을 위해 이동식 악취 포집차량도 운영하고 있다. 센터 상황실에는 전담 인력이 교대로 배치돼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있다. 

나주시 악취전담팀 김홍찬 주무관은 "아직 시행 초기로 필요 인력 6명 가운데 3명만 채용돼 현재는 새벽 1시까지 운영되고 있지만 추가 채용이 이뤄지면 24시간 운영이 가능할 것이다"며 "앞으로 홈페이지를 통해 센터에서 제공하는 실시간 악취정보를 확인하고 시민들이 직접 모바일 앱을 통해 악취를 신고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도 계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도단속과 별개로 무엇보다 악취와 관련해 시민들에게 투명하게 정보를 제공하고 선제적으로 악취 문제에 대응할 수 있는 적극적 행정이라고 볼 수 있다. 

나주시는 악취 없는 쾌적한 도시환경 조성을 내세우며 지난해 환경관리과 안에 공무원 4명으로 구성된 악취개선팀을 신설했다. 또 악취 문제를 환경관리과에만 맡기지 않고 도시미화과, 축산과 등 관련 5개 부서를 모아 악취개선추진단을 만들어 악취 문제와 현황을 공유하고 협업을 통해 체계적인 악취관리에 나서고 있다. 이밖에 시의원, 전문가, 대학교수, 시민단체 관계자 등 9명으로 악취대책위원회를 만들어 악취 저감 시책도 발굴하고 있다.

나주시는 현재 시민의 일상과 직결된 악취 저감에 120억 원을 투입해 17개 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농식품부 농촌공간정비사업에 선정된 노안면 금안리, 문평면 오룡마을에서는 대규모 돈사를 철거하고 정비된 공간에 귀농·귀촌 숙박시설과 영농실습장 등을 조성할 계획이다. 

정주여건 개선을 위한 과감한 투자와 적극행정이 부러워지는 대목이다.
 

▲영암군 공무원들이 악취 저감시설을 설치한 대형 양돈농장을 둘러보고 있다.
▲영암군 공무원들이 악취 저감시설을 설치한 대형 양돈농장을 둘러보고 있다.

갈등 해소 사전고지 조례 '영암군'

악취 문제 해소를 위한 영암군의 적극행정도 눈에 띈다. 태양광과 폐기물업체, 대형 축사 등이 우후죽순 들어서며 곳곳에서 갈등이 빚어짐에 따라 영암군은 지난해 '갈등유발 시설 사전고지 조례'를 제정해 운영하고 있다. 이미 영암, 광양을 비롯해 전국적으로 30여 자치단체가 조례를 만들어 시행하고 있다. 

이 조례는 농촌지역의 집단 민원과 갈등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을 줄이기 위한 것으로 사회적 갈등이 예상되는 시설에 대해 인·허가시 주민들에게 사전에 위치와 용도, 구조 등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영암의 경우 사전고지 시설로 대형 축사와 위험물 시설, 폐기물 처리장, 발전시설, 장례시설은 물론 골재와 토석채취, 광업 등 대규모 개발행위가 수반되는 시설 등으로 규정하고 있다. 인·허가 신청이 접수되면 7일 이내 군청 홈페이지에 게재하고 이장과 공동주택 입주자 대표에 고지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주민들은 이들 시설에 대해 군수에게 서면으로 의견을 제출하고 군수는 검토 결과를 주민에 통지하도록 하고 있다. 

상당수 기피시설이 주민도 모르게 추진되다가 나중에 갈등으로 확산되는 사례가 늘면서 이들 시설에 대한 최소한의 정보를 주민들에게 제공하고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 좀 더 주민 편에서 적극행정을 펴겠다는 자치단체의 자세가 엿보인다.

영암군은 또 깨끗한 마을 환경 조성을 위해 '마을 내 축사 이전비 지원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가축사육제한구역에 관한 조례 시행 이전 마을 내 지어진 축사를 대상으로 1곳당 6000만원까지 축사 이전 비용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2년 전 2000만원을 지원하기로 하고 첫 사업을 추진했지만 신청자가 없자 지원금을 세 배로 늘렸다. 현재 주민 의견수렴을 거치고 있으며 이르면 내년부터 시행에 들어갈 예정이다.

영암군 축산정책팀 박세환 주무관은 "현재 관련 조례에 주거밀집지역에서 250m 떨어진 곳에 소 축사를 짓도록 하고 있지만 이전에 지어진 축사의 경우 마을에서 50m 이내에 있는 것도 많다"며 "이 사업을 통해 축사를 마을 밖으로 이전해 갈등 해소와 함께 주민 삶의 질 향상을 가져오기 위함이다"고 강조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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