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김장시기 맞춰 앞당겨야 하나
질척인 밭에 멀칭 농기계 진입 못해

▲마산면의 한 배추밭이 계속된 비로 비닐 멀칭작업을 하지 못하고 있다.
▲마산면의 한 배추밭이 계속된 비로 비닐 멀칭작업을 하지 못하고 있다.

본격적인 배추 정식시기에 접어들었지만 최근 잦은 비로 인해 농기계가 밭에 들어가지 못하면서 비닐을 까는 멀칭작업을 못한 농가들의 정식 작업이 늦어지고 있다.

해남군농업기술센터에 따르면 해남지역 가을배추 정식 적기는 오는 5~10일이지만 농가들은 가을배추 수요가 가장 많은 수도권 김장시기에 맞추기 위해 배추 모종을 밭에 옮겨 심는 정식 시기를 앞당기고 있는 것이다.

이른 정식은 뿌리마름병, 무름병 등의 발생이 증가될 것으로 우려되지만 수도권 김장시기에 충청북도 등 위 지역과 경쟁해야 하는 해남 농가들로서는 출하 시기를 맞춰 경쟁력을 확보코자 8월 말부터 가을배추 정식을 시작한 상태다.

마산면에서 가을배추 농사를 짓는 A 씨는 8월 말까지 배추 정식을 마칠 계획이었지만 잦은 비로 작업이 늦춰지고 있다. 정식 시기에 맞춰 모종도 준비했지만 계속된 비로 밭이 마르지 않아 비닐을 씌우는 멀칭작업을 하러 농기계가 들어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해남지역은 지난달 22일(7㎜), 23일(46.6㎜), 24일(2㎜), 27일(6.7㎜), 28일(29.6㎜), 29일(18.9㎜), 30일(17.3㎜) 비가 내렸다. 또한 1일부터 3일까지도 비가 예보된 상태로 농민들은 하루빨리 밭이 마르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A 씨는 "예년 같으면 정식을 마쳤어야 할 밭들이 지금은 비닐도 못 씌워놓고 있다"며 "지금 심어야 수도권 김장시기에 맞출 수 있는데 주말에도 해남에 비가 예보돼 있어 작업을 할 수 있는 날만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배추 적기 정식시기까지는 아직 여유가 있는 상태다. 해남의 가을배추 정식 적기는 오는 5일부터 10일로 이때 심어 11월 중순께 수확해야 가장 맛있고 품질 좋은 배추가 생산된다. 한계기는 15일까지로 이 시기를 놓치면 미결구 배추가 늘어나는 등 상품성이 떨어질 수 있다. 겨울배추 정식 적기는 15~20일, 한계기는 25일까지다.

해남군은 수도권 김장 시기에 맞춘 조기 재배로 배추 품질이 저하되고 있는 만큼 적기 농작업으로 고품질 배추가 생산될 수 있도록 지난달 16일부터 현장기술지원단을 편성해 정식 전 토양관리, 적기 정식, 건묘육성 등에 대한 지도에 나서고 있다.

농업기술센터 관계자는 "이른 정식은 뿌리마름병, 무름병 등 발생이 증가하고 정식시기가 늦으면 미결구 배추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 적기에 정식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파종 직후에는 잘록병, 나방류, 진딧물 등 사전방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강원, 경기, 충청 등의 배추가 소비된 다음 해남을 비롯한 전남지역 배추가 출하되다보니 농민들은 자칫 정식 지연으로 출하시기가 늦어져 판로를 잃지 않을지 우려하고 있다.

한편 해남군이 실시한 배추 재배 의향조사에 따르면 올해 가을배추는 2358㏊, 겨울배추는 1600㏊다. 이는 지난해 가을배추 3071㏊, 겨울배추 1711㏊보다 감소했다.

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가을배추는 지난해 출하기 가격이 낮았던 영향으로 전년보다 7.5%, 평년보다 4.4% 재배면적이 감소할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해남지역에서 겨울배추에서 가을배추로 작형을 전환하는 의사가 증가하고 영남지역의 경우 콩 등으로 작목을 전환코자 했던 농가들이 7월 장마로 콩 파종 시기를 놓쳐 배추로 전환한 경우가 많아 실제 식재면적은 의향조사 때보다 늘어날 수 있는 상황이다.

특히 절임배추를 구입해 직접 김장을 담그기보다 김치를 구매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고 김치 소비량은 지속적으로 감소하다 보니 해남도 배추 식재 면적을 감축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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