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의 생물, 플라스틱' 읽고 도서연구회원들이 결성
분기마다 줍기행사… 활동 SNS 올려 중요성 전파

▲'기후잔소리'는 어촌마을을 돌며 해양쓰레기를 줍고 분리 배출하는 활동을 한다. 
▲'기후잔소리'는 어촌마을을 돌며 해양쓰레기를 줍고 분리 배출하는 활동을 한다. 

동호회 '기후잔소리'는 동화 읽는 어른들의 모임인 어린이도서연구회(어도연) 회원들이 '바다의 생물, 플라스틱(아나 페구, 살림어린이)'을 읽고 지난해 8월 실천 의지를 모아 만든 해양쓰레기 줍는 모임이다.

회원들은 지난해 7월 어도연 정기 발행집 '동화 읽는 어른' 회보에 실린 '이별하고 일년'이라는 글을 읽으며 '죽을 때 가장 마음에 걸리는 것'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고 한다. 권은하(53) 회원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 같은 기후위기를 맞은 지구를 이대로 남겨두고 죽는다는 것이 가장 마음에 걸렸다"며 "기후위기의 원인은 여러 가지지만 특히 바다 쓰레기 줍기를 활동 내용으로 정한 것은 '바다의 생물, 플라스틱' 책 덕분이다"고 했다.

회원 주단우(38) 씨는 "우연히 몇 글자 읽어보자는 가벼운 마음으로 책을 펼쳤는데 서문의 '행동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를 보고 마음이 울렁거렸다"며 "해결되지 않는 사회 문제나 현실을 소재로 한 책을 읽을 때마다 가슴이 답답하고 조바심이 났는데 이 책을 보고 가슴속의 답답함을 손과 발로 옮겨 실천해보자고 모두의 의견이 모아졌다"고 말했다.

'바다의 생물, 플라스틱'에서는 플라스틱을 바다의 생물로 표현한다. 이 플라스틱 생물은 다양한 모습으로 발견되고, 아예 투명하기도 하며 독이 있어 바다생물들뿐만 아니라 인간도 위협한다. 태평양에는 한국의 17배 크기의 플라스틱 섬이 있고, 2050년에는 플라스틱이 물고기의 양보다 더 많아질 거라고 한다.

'기후잔소리'라는 동호회 이름에 대해 공은정(41) 회원은 "잔소리를 좋아하는 사람은 없지만 살다 보면 잔소리가 필요할 때가 있다. 특히 기후와 관련된 잔소리는 꼭 필요한 잔소리라고 생각해서 '기후잔소리'로 정했다"며 "모임의 맏언니인 권은하 회원이 특히 환경과 관련해 잔소리가 많아서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회원들은 2주마다 독서모임을 하고 분기마다 한 번씩 해양쓰레기 줍는 날을 정한다. 단순히 쓰레기를 모아 봉지에 내놓는 플로깅과는 다르게 기후잔소리는 해양쓰레기를 모아 분리배출을 한다. 활동이 있는 날이면 회원들은 장갑과 집게, 가위와 바닥이 넓은 장바구니를 준비한다. 가위는 모래나 바위틈에 깊이 묻힌 끈 종류를 수거할 때 쓰이고, 처음부터 쓰레기를 봉투에 담으면 나중에 분류할 때 다시 꺼내기 힘들기 때문에 장바구니도 필수다.

해양쓰레기를 줍고 같은 종류끼리 분류한 후에는 작가 '아나 페구'처럼 사진을 찍어 기록, 각자의 SNS에 올린다. 회원들의 활동과 결과물이 SNS를 타고 퍼져 자연과 이웃에 선한 영향을 주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첫 활동은 지난해 9월 25일 송호해수욕장이었다.

박영주(38) 회원은 "해남군에서 관리하는 곳이어서 쓰레기가 별로 없겠지 했는데 한 시간 넘게 주워도 다 주울 수가 없었다"며 "관광지라 그런지 담배꽁초가 아주 많았고, 여름을 막 지내고 난 터라 폭죽 잔해도 많았는데 특히 예상치 못하게 물티슈와 크록스 장식인 파츠도 많았다"고 말했다.

어란진 어촌마을 바닷가는 관광지와는 확연히 다르게 커피캔, 각종 음료수캔, 생수병, 목장갑 등 바닷일을 하는 어민들이 남긴 것으로 추정되는 것들이 많았다고 한다. 북평 바닷가는 깨진 유리가 특히 많았다.

공은정 회원은 "누가 일부러 와서 버렸나 싶을 정도였다. 주우면 주울수록 나왔는데 너무 많아 다 줍지 못하고 돌아와야 했다"고 말했다.

주단우 씨는 "환경과 지구를 위해 작은 실천을 해보자고 네 명이 시작해 벌써 4회차가 되었고, 어린이들과 어도연 해남지회 회원들이 20여 명이 함께 참여하고 있다"며 "책만 읽고 끝나는 것이 아닌 스스로 마음을 내어 실천까지 하게 된 점이 뿌듯하다. 우리의 행동이 다른 사람들에게 선한 잔소리가 되어 지구 보호를 위한 마중물이 되길 소망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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