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순(교사)

연일 학교폭력과 교권 침해 이야기가 뉴스에 오르고 있다. 젊은 선생님들이 학부모 민원에 시달리거나 혹은 학폭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심한 교권 침해를 받고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스로 교사 노동자이지만 그간 교사로서 참교육, 학생중심 교육을 실천하려고 노력했으나, 노동자로서 교사의 임금 등 처우 개선이나 교권 등에 대해 상대적으로 무심했다. 결과적으로 교권이 추락하여 벼랑 끝에 몰려도 교사 혼자 감당해야 하고, 최고의 인재들을 임용하여 최저 임금에 가까운 대우로 극히 불안한 상황을 후배 교사들에게 물려준 것 같아 미안하기 그지없다.

이런 상황에서 서울 서이초 교사가 극단 선택을 한 사건이 터졌다. 숨죽이던 교사들이 주마다 수만 명씩 교육을 할 수 있는 교권을 보장하라고 집회를 하고 있다. 그런데 사건을 원인부터 면밀하게 파악하고 근본 대책을 수립해야 할 교육관계자들이 임시방편 대책을 내세워 학교 내 갈등을 부추기거나, 학생 인권을 강조해서 나타난 현상이라며 엉뚱한 방향으로 해법을 제시하여 정쟁을 벌이고 있다.

지난 23일 자로 발표된 교육부의 '교육활동 침해 조치 사항'을 보면 교육권과 학생 인권의 균형을 위해 '학생 인권조례'를 개정할 것을 천명하였으며, 교육활동 침해 학생에 대하여 생활기록부에 기재하여 경각심을 높이겠다고 발표했다. 또한 아동학대 신고에 대해 대응력을 높이겠다고 했으나 법을 개정하지 않고 관련 부처와 협조하겠다고 했다. 실제 효과보다 학교 내 갈등을 키우고, 정쟁에 휘말릴까 심히 우려스럽다.

학생과 교사는 적대적인 관계가 아니다. 상호 존중과 신뢰와 협력이 없이는 수업도 배움도 일어날 수가 없다. 존중과 신뢰와 협력은 학생 인권조례를 개정하고, 생기부에 침해 내용을 기록한다고 생기는 것이 아니다. 교사와 학생 간 서로를 존중할 수 있는 여러 여건이 필요하다. 교육이 더 이상 입시를 위한 점수 지상주의 경쟁교육의 허물을 벗고, 개인의 특성에 맞게 성장할 수 있도록 민주시민교육, 전인교육 등 교육 본연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입시제도를 개선하여야 한다. 학력 향상이란 탈을 쓴 지금의 경쟁교육은 학생들이 살아갈 미래시대에 필요한 실력이나 역량이 결코 아니다.

아울러 학급당 학생 수를 줄여야 한다. 20명을 넘어서는 대규모 교실에서 교육과 돌봄이 제대로 이루어질 수 없다. 경제 효율을 앞세운 학생들을 수용하는 수용소일 뿐이다. 학급당 정원을 줄여 교사가 학생과 눈맞춤을 하고, 관계를 회복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주기를 바란다.

학생 인권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학생들은 교복을 입은 시민이다. 청소년은 존재 자체만으로 존중받고 환대받으며 많은 경험과 체험과 교류와 고민속에서 자아를 발견하고 성장하여 나의 성장이 곧 사회의 발전일 수 있는 건강한 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존중 받아 본 사람이 다른 사람을 존중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집 밖을 나서면 청소년들이 맘 편하게 쉬고, 놀고, 공부하고 환대 받을 수 있는 청소년의 쉼터와 놀터, 배움터 등이 필요하다. 그러나 현실은 어떤가? 그들을 기다리는 곳은 친구를 이기기 위한 학원이나 휴대폰 속의 무한한 게임 세상이다. 투표권이 없어도 복지가 필요한 시민으로 대우하라.

체벌은 인간사회 그 어디서도 허용되어서는 안 된다. 특히, 가정폭력으로부터 아동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아동학대법'이 학교 교육 행위에 추를 맞추면서 교육권을 훼손하고 있다. 관계기관과의 협조만으로는 근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교육권을 회복할 수 있도록 '아동학대법'을 개정하여야 한다.

우리 지역은 상대적으로 교권 침해가 덜 하다. 학생들이 과도한 경쟁에 덜 내몰린 까닭도 있고, 학교 규모가 작아서 학생들이 교사로부터 충분한 돌봄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어제 만난 동료 교사는 아이들이 친구와 교사를 존중할 수 있는 학부모의 문화 수준이 높다고 하였다. 공감하며 학부모와 지역민에게 감사와 찬사를 드린다.

그럼에도 한 가지 부탁이 있다면 우리 아이가 행복하려면 우리 학교 모든 아이가 행복해야 한다는 것을 이해해주셨으면 한다. 학부모는 우리 아이 입장만이 아니라, 우리 전체 아이들의 입장을 헤아리는 모든 아이들의 부모님이 되어주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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