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올해 쌀 수확을 코앞에 두고 공공비축미(정부미) 5만 톤을 시장에 방출하기로 하면서 가까스로 회복 기미를 보인 쌀값 폭락도 불가피할 것으로 우려된다. 이에 따른 피해는 또다시 농민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가게 되면서 반발도 거세지고 있다.

정부가 비축미 방출을 하기로 한 배경에는 최근 원료곡이 부족해진 전국의 농협과 민간 미곡종합처리장(RPC)의 요구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재고미 대란을 겪은 농협은 올해 초부터 지난해 수매물량을 서둘러 처리하면서 원료곡마저 바닥한 것이다.

하지만 방출 시기가 햅쌀 수확을 목전에 둔 상황이어서 쌀값 하락을 부추겨 생산농가들이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아야 할 처지에 놓였다. 이에 해남군농민회와 전국쌀생산자협회 해남군지부는 엊그제 기자회견을 갖고 연내 더 이상 비축미 방출을 하지 말것을 촉구했다.

농민회 등은 성명에서 "정부는 한 달 전까지 쌀값 20만원이 안 되면 방출은 없다고 단언하다가 그럴 개연성이 충분하다는 이유로 방출을 결정했다고 설명하고 있다"면서 "연내 시장 방출은 더이상 없음을 국민에게 선언하라"고 촉구했다. 또 정부에 원료곡이 부족하니 방출해달라고 요구한 농협은 농민의 등에 비수를 꽂은 행위라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농협은 쌀값 20만원(80㎏)에 맞춰 올해 조합원 벼 수매가격을 6만7000원 이상으로 확정해 공표할 것을 요구했다.

농민들은 정부의 비축미 방출 자체도 문제이지만 쌀값 상승을 막겠다는 신호를 시장에 줘 쌀값 하락을 더욱 부채질할 우려가 높다고 주장하고 있다. 쌀값이 올해 4월부터 회복세를 탔다고 하지만 농자재값과 인건비 급등 등 치솟은 생산비를 감안하면 적정가에도 한참 못 미친다.

정부가 비축미 방출의 이유로 농협과 민간RPC 요구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으나 한편으로는 물가관리 차원도 있을 것이다. 올해의 상황은 2년 전 수확기를 앞두고 공공비축미 8만 톤을 방출해 쌀값을 폭락시킨 전력이 재연될 우려가 높다. 농민들에게 피해가 불가피한 비축미 방출은 철회하는 게 마땅하다. 또한 농협이나 민간RPC도 곧 수확기가 다가오기 때문에 부족한 원료곡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농민의 권익에 앞장서야 할 농협이 당장 힘들다고 농민의 피해를 외면한 채 정부에 손을 내밀어서야 되겠는가.

정부와 농협은 농민들을 피눈물 나게 하는 정책을 더이상 되풀이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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