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단장 오픈 6개월간 옛날 시장의 절반도 안돼
한여름 한증막 열기에 가게 동선 파악도 어려워
입점 상인들 "활성화 노력 체감이 좀체 안 된다"

▲비닐 에어막 천장으로 들어오는 햇빛과 열기에 시장 내부에 파라솔을 펼쳐져 있다.
▲비닐 에어막 천장으로 들어오는 햇빛과 열기에 시장 내부에 파라솔을 펼쳐져 있다.
▲해남매일시장 활성화를 위해 다섯 차례에 걸쳐 야시장이 열렸다.
▲해남매일시장 활성화를 위해 다섯 차례에 걸쳐 야시장이 열렸다.
▲매일시장 2층에는 청년몰, 식당 등이 들어서 있으나 손님들이 거의 찾지 않아 썰렁한 모습이다.
▲매일시장 2층에는 청년몰, 식당 등이 들어서 있으나 손님들이 거의 찾지 않아 썰렁한 모습이다.

해남매일시장이 시설현대화사업을 마치고 재개장한 지 6개월을 맞았다. 시장은 한결 안전하고 깨끗해졌고 해남군과 상인회는 매일시장 활성화를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 중이다. 하지만 가시적 성과와 노력 이면으로 운영상의 문제와 시장 시설에 대한 불편함이 지적되고 있다. 지난 11일 입점 상인들과 시장 이용자들을 만나 매일시장 운영과 시설 현황을 들어봤다.

△매일시장 현황= 1981년 처음 개장했던 해남읍 매일시장은 노후화로 인한 안전과 위생문제를 개선하는 시설현대화사업을 거쳐 지난 2월 다시 문을 열었다. 연 면적 1674㎡, 지상 2층 규모로 185억8000만원의 예산이 투입됐다. 햇볕이 잘 들고 통풍이 원활한 높은 천장의 비가림시설과 통일된 형태의 간판, 넓은 통행로가 확보되면서 시장 이용객들은 쾌적하고 여유롭게 장을 볼 수 있게 되었다.

1층에는 65개의 상설점포, 2층에는 청년몰 6개소와 식당 등이 들어섰다. 또한 엘리베이터, 상인회 사무실, 놀이방, 수유실, 주차장 등 편의시설도 갖췄다. 특히 기존의 농수산물과 청과류, 건어물, 분식, 통닭 상가는 물론 식당, 공예품, 화장품, 베이커리, 공방 등 새로운 업종이 입주해 다양한 품목을 만나볼 수 있다.

해남군은 매일시장 활성화를 위해 상인회와 다양한 이벤트를 진행해왔다. 시장 준공식 이후 '2월은 매일시장 가는 달'의 일환으로 경매행사와 튀김 막걸리 파티, 버스킹 공연, 경품추첨 등의 이벤트가 열렸다. 5월부터 현재까지 총 6회의 야시장도 열렸으며 앞으로도 야시장, 추석 명절 장보기 행사, 크리스마스트리 게시 등 다양한 이벤트를 통해 매일시장 이용을 유도할 계획이다.

맘먹고 들르는 시장 전락

△활성화 현주소= 매일시장은 안전하고 깔끔하게 단장되고 야시장 등을 통해 홍보도 됐지만 여전히 마트나 인터넷 쇼핑에 밀려 상인들이 체감하는 이용자는 오히려 예전보다 줄어들었다고 한다.

상인 A 씨는 "시장을 고치고 나서 예전보다 사람도 더 안 오고 장사도 더 안돼 손님이 절반은 줄어든 것 같다"며 "지난달에 인근 마트가 공사한다고 한 달 문을 닫았는데 그때는 확실히 손님이 더 많았다"고 말했다.

상인 B 씨는 "예전에는 주민들이 지나가다가도 쉽게 시장에 들어와 구경하고 물건을 사갔지만 지금은 맘먹고 들러야 하는 곳이 됐다"며 "그래서인지 되레 손님이 5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고 말했다.

수산물 상점을 운영하는 C 씨는 "시장은 주로 마트와 비교된다. 시장에서 장을 보면 손에 장바구니나 봉지를 들고 다녀야 하는데 마트처럼 간이 카트가 구비되어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요즘에는 가족 수가 적고, 집밥을 많이 안 먹기 때문에 상인들 스스로 물건을 마트처럼 소포장하고, 여러 가지 물건을 하나로 포장하여 파는 방식, 배달과 인터넷 판매 등을 시도할 필요가 있다"며 "시장 내 나이든 상인들이 소포장 판매나 인터넷 판매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실행, 활용할 수 있도록 해남군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야시장 등 행사때만 반짝 수요

△활성화 이벤트= 상인들이 직접 기획하고 운영하는 매일시장 야시장은 회를 거듭할수록 다채로운 주제와 다양한 먹거리, 볼거리가 추가되고 기발한 이벤트가 열려 매회 300~400명의 지역민들이 찾고 있기도 하다.

텀블러나 다회용기 지참시 음료수 이벤트, 주류 2000원, 시장 상품권 룰렛 이벤트 등과 라디오 DJ, 피아노와 색소폰 연주 등의 공연도 열리게 되면서 야시장이 해남의 특색있는 문화공간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는 평가다.

수산물 가게를 운영하는 D 씨는 "시장은 사람이 북적여야 한다. 야시장이 열리는 날 사람들로 북적이는 시장을 보면 기분이 좋다"며 "다만 반짝 사람들이 오는 게 아니라 끊이지 않고 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먹거리 위주로 소외 많아

△야시장 운영= 야시장 특성상 먹거리 소비가 중심이다 보니 튀김, 분식, 통닭, 족발 등을 파는 가게에는 손님들이 제법 있지만 채소나 건어물 점포, 공방 등은 참여에 있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었다.

야채가게를 운영하는 E 씨는 "야시장 열리는 날이면 오후 4시께 문 닫고 들어간다. 상인회에서는 참여하라고 하는데 어떻게 참여할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2층 청년몰에서 공방을 운영하는 F 씨는 "지금까지 야시장에 한 번 참여했다. 먹거리가 아닌데다 2층이다 보니 한계가 있는 것 같다"며 "다음번에는 상인회에서 1층에 공간을 마련해주겠다고 했다. 체험부스, 공예품 판매 등의 참여방법을 고민 중이다"고 말했다.

반찬가게는 야시장에 참여하기 위해 고심 끝에 수육을 삶고, 과일가게는 각종 과일을 묶음 60개로 만들어 야시장에서 판매했다고 한다. 야시장 품목들은 겹치기도 하고 소비자들은 시장에 다양한 상품들이 있을수록 오히려 볼거리, 먹거리가 많아져 좋아했다.

상인회 박기용 대표는 "야시장에서 점포들이 술안주만을 팔 필요는 없다. 점포마다 특성을 살려 전시를 하거나 체험부스를 하거나 소품을 파는 등의 다양한 참여방법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에어막 구조로 열기 가득

△시설 불만= 매일시장 내부의 열기로 인해 종일 상주하는 상인들과 시장 이용자들은 더위로 힘들어하고 농산물 관리에도 어려움이 있다.

매일시장의 천장은 투명한 비닐 주머니 사이에 공기가 들어있는 에어막 구조이다. 이로 인해 여름인 7, 8월에는 데워진 공기가 밖으로 빠져나가지 못하고 마치 비닐하우스처럼 내부에 갇혀 시장 내부는 열기로 가득 찬다. 하루 내내 점포를 지키는 상인들은 통로 곳곳에 선풍기를 켜고, 파라솔을 펴고 장사를 하고 있다.

반찬가게 이용자 G 씨는 "밑반찬을 살 때는 항상 매일시장에 오는데 시장 안에 들어갔다 나오면 금방 땀으로 범벅이 된다"며 "이렇게 더운데 목적이 있지 않은 이상 시장보다는 시원한 마트를 간다"고 말했다.

과일가게 상인 H 씨는 "하루 종일 가게를 지키고 있으면 천장에서 내려오는 열기를 견딜 수가 없다. 그 열기에 과일이나 채소도 금방 시들해진다"며 "에어컨을 달고 싶어도 전기요금이 너무 무서워서 그냥 몸에 앞뒤로 아이스팩을 붙이고 찬물을 마시고 참고 있다"고 말했다.

에어컨 설치도 쉽지 않았다. 점포들이 맞닿아 있고 창문이 없는 점포들이 많다 보니 실외기를 설치할 적당한 장소가 없어 선풍기 하나로 폭염을 이겨내야 한다.

이에 대한 조치로 상인회는 해남군과 어닝(가림막) 설치를 논의 중에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인지 의문이다.

복잡한 동선 "헷갈린다"

△미로같은 구조= 시장 이용자들은 매일시장의 구조가 미로처럼 복잡하다고 불편해했다. 시장의 남문부터 입구가 두 군데이고, 동문 입구와 피낭시에 옆에도 통로가 있다. 더구나 십자형 복도구조로 시장 내부에도 골목이 많아 어디로 가야 통닭 골목인지, 수산물 골목인지 한 번에 찾기가 어렵다. 시장 전체를 동네 한 바퀴 돌 듯 둘러볼 수 없는 구조이다 보니 시장을 찾은 이용자들은 동선을 어디에서 시작해서 끝내야 할지 모르겠다고 호소했다. 화장실 역시 표지가 곳곳에 붙어 있었지만 찾아가려면 동선학습을 다시 해야만 찾아갈 수 있었다.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엘리베이터 입구 역시 어디인지 한 번에 찾기 어려웠다.

상인 I 씨는 "시장 이용자들이 찾는 가게에 바로 갈 수 있도록 바닥에 화살표나 고속도로에 있는 초록색, 분홍색 유도선 등으로 안내표시와 동선표시가 필요하다"며 "1, 2층 전체 점포를 아우르는 매일시장 투어 A코스, B코스 같은 동선을 만들어 보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매일시장 전면의 모습. 출입구는 남문 2개, 동문 1개 외에도 골목골목 입구가 있다.
▲매일시장 전면의 모습. 출입구는 남문 2개, 동문 1개 외에도 골목골목 입구가 있다.
▲현대화사업 이전의 매일시장 모습.
▲현대화사업 이전의 매일시장 모습.

손님 없으니 악순환 되풀이

△외면받은 2층 시장= 2층에는 상인회 사무실과 놀이방, 수유실, 청년몰 6개와 식당 하나가 입점해 있다. 베이커리, 라탄 공예방, 비누공장 등 다양한 가게들이 있지만 2층을 찾는 이용자들은 많지 않다고 한다.

2층에서 공방을 운영하는 J 씨는 "2층으로 올라오는 입구를 찾기 어렵고, 2층이 있다는 걸 모르는 사람들도 많다. 기대감을 갖고 매일시장에 입점했지만 사람들이 거의 오지 않아 청년몰 운영자들은 외부로 수업을 다니게 됐다"며 "그렇게 2층 점포를 비우다 보니 어쩌다 찾은 손님들에게 비어있는 가게 이미지를 주게 되어 악순환이 반복된다"고 말했다. 또 "2층에 손님들이 많이 찾아오면 청년들이 외부수업을 다닐 필요가 없다"며 "건물 외벽에 2층도 점포들이 있음을 알리는 표시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용객 주차는 거의 못해

△주차장 시설= 매일시장 주차장은 동문에 7면과 남문앞 도로변에 마련돼 있고 인근으로도 곳곳에 주차장이 조성돼 있지만 장기 주차하는 차량들로 정작 시장 이용객들은 주차할 곳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에 상인회에서는 2시간 이상 주차를 자제해달라는 현수막을 내걸고 있지만 단속이 아닌 권고사항이다 보니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

매일시장 활성화를 위해 거빈 한정식집 앞 공영주차장 옆 부지에 주차장이 조성될 예정이지만 15면의 주차장을 조성하는데 필요한 사업비가 군 추정으로 11억7600만원에 이른다. 한 면에 7840만원이 소요되는 꼴이다. 이에 새 주차장 조성에 예산을 쓰기보다 이미 조성된 주차장의 활용도를 높이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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