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 재고미 처분해 창고 '텅텅'
계약 물량 맞추기 위해 '발 동동'
농민회 "농정실패 농가에 전가"

지난해 재고미 대란을 겪었던 농협들이 올해는 이와 반대로 원료곡(벼)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상당수 농협은 지난해 쌀값 폭락으로 전년에 매입한 벼를 처리하지 못해 창고마다 재고미가 산더미처럼 쌓였고 일부는 다른 지역 창고를 빌려 보관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부에서 네 차례에 걸쳐 시장격리에 나선데다 재고미를 보관하던 농협들도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미곡종합처리장이 있는 농협이나 정미소 등에 서둘러 재고미는 물론 지난해 수매한 햅쌀도 판매에 나서면서 지금은 농협 창고가 텅텅 빈 상태이다.

문내농협과 화원농협, 산이농협 등은 그동안 창고에 가득 쌓여 있던 재고미 등을 모두 판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40kg 기준으로 한 가마에 5만6000~5만7000원에 판매한 것으로 알려졌다. 창고 보관에 따른 제비용까지 감안하면 일부는 적잖은 손해를 봤을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재고미 대란이 빚어지며 농협마다 서둘러 재고미 처리에 나선데다 최근 정부가 지난해 공공비축용으로 수매한 산물벼에 대해 공매를 하지 않고 전량 인수에 나서겠다고 밝히면서 반대로 원료곡 확보에 비상이 걸린 상황이다.

실제 자체 미곡종합처리장(RPC)이 있는 농협들의 경우 지난해산 공공비축 산물벼를 정부로부터 사들일 예정이었지만 불투명해지자 이미 계약된 물량을 맞추느라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한 농협의 경우 편의점 김밥이나 도시락 납품 등으로 관련 업체와 1년 치 계약을 했지만 원료곡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계약물량을 맞출 수 없는 상황이다.

쌀 확보에 비상이 걸리면서 최근에는 산지 벼 가격이 다시 7만원대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의 오락가락 쌀 정책 때문에 널뛰기 쌀값이 이어지며 농가와 농협, 소비자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정부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한 농협 관계자는 "다음 달부터 올해 햅쌀 수매가 시작되는데 지난해보다 생산량이 늘어날 경우 다시 쌀값 하락이 불가피한 상황이다"며 "정부가 임시방편 일변도의 쌀 정책에서 벗어나 쌀값 안정을 꾀할 수 있는 실질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농민회는 정부와 농협을 싸잡아 비판하고 나섰다.

이무진 해남군 농민회장은 "이미 원료곡 부족사태가 지난해 말부터 예견됐는데도 정부가 양곡관리법 폐기에만 신경쓰느라 대처를 제때 못해 이 지경이 됐고, 농협들도 조금 가격이 오르니까 다 팔아버리고 이제 와서 재고가 없다고 정부에 쌀을 달라고 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처사다"고 비판했다.

또 "정부가 최근까지도 쌀값을 80kg 기준으로 20만원 수준이 되겠다고 거듭 밝혀놓고 예측 실패와 농정 실패의 책임을 다시 농가에 전가하려 하고 있다"며 "이것이 진정 농민을 위한 대책이냐"고 따져물었다.

한편 정부는 농협들이 원료곡이 부족하다고 하소연하자 당초 전량 인수 방침을 바꿔 의향 조사를 통해 지난해산 공공비축미 12만8000톤 가운데 5만톤 정도를 농협에 공매도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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