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 78주년을 맞아 해남에서는 우리나라 국기인 태극기의 의미를 다시금 짚어보게 하는 소식이 전해졌다. 황산 산소마을에서 집집마다 1년 365일 태극기가 펄럭이는 모습과 화산면민의 날에 광복을 기념하는 체육대회 및 태극기 행진이 펼쳐진 것이다.

산소마을 주민들은 예전부터 연중 태극기를 게양한다는 생각을 가졌으나 여러 사정으로 인해 제한적으로 이뤄졌다. 수년 전 마을을 방문한 명현관 군수에게 마을 입구에서 위판장까지 2㎞ 구간에 태극기 게양대 설치를 건의했으나 수억 원의 예산문제에 가로막혔다. 이후 2년 전에는 한국자유총연맹 해남군지회가 태극기를 기증해 주민들이 자율적으로 게양했으나 거센 바닷바람에 게양대 가 부러지는 일이 빈번했다. 그래도 주민들의 집념은 꺾이지 않았다. 올해 으뜸마을 사업 공모에 선정되면서 500만원의 사업비로 55개의 게양대를 주민 손으로 직접 만들어 집집마다 태극기가 펄럭이게 한 것이다. 마을회관 벽에는 태극기 문양의 벽화가 그려져 있고, 입구에는 '나라사랑, 태극마을'이라는 안내판도 설치되어 있다. 올해 광복절을 앞두고 자유총연맹의 지원을 받아 내걸린 태극기를 교체하기도 했다.

또 지난 15일 열린 화산면민의 날 겸 8·15 광복기념 체육대회에도 태극기를 되새기는 행사가 열렸다. 이날 참석자들이 태극기를 휘날리며 행진을 벌이고 광복을 기념하는 만세삼창도 이어졌다. 행사장 주변에는 대한독립 만세 태극기, 경주학도병 서명문 태극기, 김구 서명문 태극기, 태극기 목판 등 현수막이 전시돼 눈길을 끌었다. 이런 광복절 행사는 수십 년간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해오고 있다.

이처럼 해남에서 태극기의 소중함을 되새기는 행사 등이 펼져지고 있지만 아쉽게도 국경일에 태극기 게양이 점점 시들해져 가고 있다. 일제로부터 해방된 광복절 태극기의 상징성이 여느 국경일보다 크지만 그 의미마저 퇴색하고 있다.

태극기는 우리 역사와 함께 해온 정신적 상징이다. 태극 도형은 삼국시대부터 사용했다고 전해지며, 지금의 태극기는 해방 이후 1949년 수차의 논의를 거쳐 확정됐다.

국경일 태극기 게양은 사소하고 보잘 것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나라를 사랑하고 지역을 사랑하는 표시로 태극기 게양만큼 쉽고도 중요한 것을 별로 없다.

태극기를 다는 정신이 모이면 민족의 미래도 밝아질 것이다. 누가 권유하지 않아도 국경일에 집집마다 태극기가 휘날리는 모습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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