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평마을로 귀향한 주민이 마을에서 바라보이는 폐기물업체를 가리키고 있다.
▲월평마을로 귀향한 주민이 마을에서 바라보이는 폐기물업체를 가리키고 있다.
▲지난 2021년 4월 해남군청 앞에서 화산 호동마을 악취 대책을 호소하며 1인 시위를 벌인 귀농인.
▲지난 2021년 4월 해남군청 앞에서 화산 호동마을 악취 대책을 호소하며 1인 시위를 벌인 귀농인.
▲송지면 송종마을. 서해랑길 표시지역 인근 공장 뒤편 부지에 축사신축이 추진될 예정이다.
▲송지면 송종마을. 서해랑길 표시지역 인근 공장 뒤편 부지에 축사신축이 추진될 예정이다.

① 악취로 주거환경권 침해받는 농촌
② 악취 때문에 떠나는 농촌, 공동체 갈등 부른다
③ 지역주민의 참여 보장과 상생으로 답을 찾다
④ 악취 사업장 이전·폐쇄, 주민 우선하는 적극 행정
⑤ 지역소멸 앞당기는 악취 어떻게 할 것인가
 

5년 전 가족과 함께 제주도에서 해남으로 이사를 온 A(60) 씨. 아무런 연고가 없었지만 해남에서도 밀감 농사가 가능하고 운송비를 줄일 수 있겠다는 부푼 꿈에 새 터전을 잡았다. 경치 좋고 조용한 분위기에 노후생활까지 고려해 화산면 호동마을을 택했다. 마을에 잘 정착하기 위해 부녀회장직도 맡았다.

그러나 그게 악몽의 시작이었다. 인근 퇴비공장(폐기물 재활용시설)에서 나는 악취가 발목을 잡은 것이었다.

A 씨는 "악취가 심할 때는 송장이나 동물 사체 썩는 냄새가 나 두통과 구토는 물론이고 새까만 벌레들이 날아들어 빨래도 밖에 못 널고, 여름에는 문을 열 수 없으며, 밭에서 일도 할 수 없을 정도였다"고 말했다.

주말과 밤, 비 오는 날에 특히 심했고 시도 때도 없이 반복되는 악취는 행복과 만족스러운 주거 환경 대신 악몽과 후회라는 단어를 떠올리게 했다.

한번은 외국인 노동자들과 함께 밭에서 일하다 밥을 먹게 됐는데 갑자기 날아든 악취에 외국인 노동자들도 밥 먹는 것을 포기하고 일도 못할 정도였다고 한다. 또 부부의 전원생활을 부러워하며 제주도에서 놀러 온 남편 친구들도 '무슨 냄새냐', '어떻게 참고 사느냐'고 말할 정도였다.

A 씨는 지난 2021년 해남군청 앞에서 출근 시간에 악취 대책마련을 호소하며 1인 시위를 벌였다. "악취가 이렇게 심한 줄 알았으면 귀촌하지 않았을 거예요"라고 외쳤다. 민원도 넣고 문제 제기도 했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기준치 이하라는 말만 오갔을 뿐이다.

그렇게 화산면 호동마을에서 3년을 생활한 A 씨는 2년 전 마을을 떠나 현산면으로 다시 이사를 했다. 몇가지 이유가 있었지만 귀촌해서 왜 다른 곳으로 이사했냐는 주위 사람들의 질문에 그녀의 답변은 '악취 때문에 못 살겠어'였다.

5년 전 옥천면 월평마을로 아내와 함께 귀향한 B(72) 씨. 해남서 고등학교까지 다닌 뒤 외지에서 생활하다 50여 년 만에 고향으로 다시 돌아왔다.

                          "50년 만의 귀향 악취로 스트레스"

월평 본 마을과 합치기 전 예전 강성마을이 그의 고향인데, 어렸을 때 25가구 70여 명이 살던 고향은 이제 빈집이 더 많고 6가구 10여 명이 모여 사는 소규모 마을이 돼 있었다.

예전과 바뀐 게 또 있었다. 계곡면과 옥천면 경계 지점으로 마을에서 1km 정도 거리에 퇴비공장(폐기물 재활용시설)이 들어선 것이다. 선산이 바로 공장 옆에 있어 귀향 전에 시제나 명절 때 선산을 방문했을 때 악취에 대한 좋지 않은 기억이 있었지만 막상 귀향해 하루하루 생활하다 보니 이렇게 심할 줄은 몰랐다.

B 씨는 "하수슬러지 냄새가 나는데 민원을 하도 많이 제기하다 보니 담당 공무원 이름까지 알 정도였다"며 "나야 고향이니 참고 살자고 아내에게 말하지만, 따라온 아내는 이런 줄 모르고 괜히 왔다는 말이 바로 나올 정도였다"고 말했다. B 씨의 아내는 "우리같이 나이 든 사람들이귀농, 귀촌하는 이유가 경치 좋고 사람 살기 좋은 곳에서 여유롭고 행복하게 노후를 즐기기 위한 것이고 그래서 가장 환경을 중요시 하는데 악취가 심한 줄 알았다면 오지 않았을 것이다"고 말했다.

마을 아래 월평천을 따라 농로가 경치 좋은 산책길이었지만 지금은 악취 때문에 나서기가 꺼려진다고 한다. 강진에 사는 어느 노부부도 이곳의 경치가 좋아 차를 몰고 와 산책을 자주 했는데 지금은 악취는 물론 퇴비공장을 오가는 대형화물차 때문에 방문이 뜸해졌다고 한다.

B 씨는 빈집이 늘어나며 이제 마을이 사라질 것을 염려하고 있다. 마을이 유지되려면 사람이 모여야 하고 군에서 인구 유입이니 지역소멸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악취 문제 해결 없이는 공염불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B 씨는 "우리 마을에 빈집이 많아 귀농 귀촌을 희망하는 지인이나 다른 지역 사람들이 와서 살고 싶다고 묻곤 하는데 악취 문제를 그대로 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며 "이렇게 묻는 사람들은 있지만 얘기를 듣고 실제 이사를 온 사람은 없는 실정이다"고 말했다.

송호마을 인근 땅끝해안로에 위치한 송지면 송종마을. 송호해변과 땅끝 가는 길목인데다 주변에 달마산, 돌섬바다, 땅끝황토나라테마촌, 인문학 작가들의 창작공간인 토문재, 국토순례길 등 다양한 관광인프라가 몰려 있는 아름다운 마을이다. 귀촌한 사람들이 늘고 있고 작가들의 방문이 줄을 잇고 있으며 서해랑길의 제1코스가 시작되는 곳이요, 남파랑길 마지막 지점이다 보니 국토순례를 하는 사람들의 발길이 늘고 있다.

                         공동체 갈등 속 대안 찾는 사람들

한때 이곳에 한 주민이 도로에서 수백 미터 떨어진 곳에 축사를 짓기 위해 지난 2021년 개발행위 허가까지 받으면서 공동체 간 갈등이 빚어졌다.

귀촌인들은 경치 좋고 관광 길목인데다 봄바람과 여름 하늬바람이 시작되는 바람길에 축사가 들어서면 악취 민원이 불을 보듯 뻔하다며 어떻게 이런 곳에 축사 허가가 나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반면에 축사를 추진하는 주민과 원주민들은 농사짓기가 힘들어 생업을 위해서고 악취 저감시설도 갖출 것이며 적법한 절차를 거친 것인데 일부가 반대하고 있어 답답하다는 입장이다. 그 뒤로 축사가 본격화되지 않고 있지만 여전히 갈등의 불씨가 남은 상태에서 주민들은 스스로 나서 대안을 찾고 있다. 갈등 대신 공존의 방안을 마련하고 있는 것이다.

9년 전 가족과 함께 귀촌한 C(45) 씨는 "어쩔 수 없이 축사가 들어서야 한다고 하면 이곳의 특성을 살려 자연체험을 하는 방목형 자연농장으로 운영해서 소달구지나 치유승마를 체험하는 땅끝치유관광특구로 활성화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며 "기후변화시대에 탄소 절감이나 해남군이 추진하는 해남형 ESG에도 적합한 방안일 것이다"고 말했다.

축사를 추진하는 주민도 "동물복지 농장 등을 고려해 다른 지역에 견학을 다녀오기도 했지만 돈이 많이 들어가는 문제여서 고민 중인데 군에서 적극적인 지원이 있다면 검토해 볼 만한 방안이다"고 말했다.

악취 때문에 떠나는 해남, 공동체 갈등이 빚어지고 있는 해남. 일부라고 치부할 수 없을 정도로 곳곳에서 문제가 커지고 있다. 문제 해결을 위해 행정기관과 지역사회가 답을 내놓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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