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수로 뿌리 못 내리고 고사
고추·깨 등 밭작물도 큰 피해
병해충 우려도 높아 걱정 태산

▲지난 24일 박광은 씨의 논콩 농경지. 비가 내린 지 하루가 지났지만 여전히 물에 잠겨있다. 
▲지난 24일 박광은 씨의 논콩 농경지. 비가 내린 지 하루가 지났지만 여전히 물에 잠겨있다. 
▲25일 정기정 씨의 깨밭. 가장자리를 중심으로 일부만 남아있고 이마저도 말라 죽어가고 있다.
▲25일 정기정 씨의 깨밭. 가장자리를 중심으로 일부만 남아있고 이마저도 말라 죽어가고 있다.

황산면에서 논콩을 재배하는 박광은(61) 씨. 파종을 마치고 한숨 돌리나 했더니 긴 장마에 햇볕을 전혀 보지 못한데다 지난 주말에 내린 비로 논콩 전체가 물에 잠기면서 수확을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 됐다. 물에 잠겨 휩쓸리고 남아있는 것도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고사하는 데다 병해충 피해도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지난 24일 찾아간 박 씨의 논콩 농경지는 비가 그치고 하루가 지났는데도 여전히 물에 잠겨있고 일부만 물이 조금 빠진 상황이었다.

박 씨는 "예전처럼 벼를 심었으면 그나마 피해가 덜했겠지만 정부 정책에 따라 벼 대신 논콩을 심었다가 피해가 불가피한 상황이 됐다"며 "자연재해인 만큼 국가차원에서 보상이 이뤄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장마가 길어지며 파종조차 못한 농가는 더 큰 문제다. 올해부터 정부가 전략작물직불금 100만원을 지급할 예정이지만 파종이 돼 있지 않아 대상자에서 탈락할 위기에 놓였다. 재해보험 가입을 미룬 곳도 보험혜택을 받지 못하게 된다. 해남지역 논콩 재배농가는 242농가에 재배면적은 420ha에 이르고 있다.

밭작물 피해도 심각하다. 수확을 앞두고 침수 피해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마산면에서 깨와 고추 농사를 하는 정기정(70) 씨는 한해 농사를 다 망쳤다고 하소연했다. 지난 25일 정 씨의 깨밭은 물에 휩쓸려 깨가 다 뽑히고 가장자리에만 일부 남아 깨밭인지 분간하기 힘들 정도였다.

고추도 열매가 열려 있지만 그동안 물을 많이 머금고 햇볕을 보지 못해 물러진 상태로 상품가치가 없어 수확을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정 씨는 "20년 깨 농사하면서 수확을 포기할 상황은 처음이다"며 "힘들게 농사를 지었더니 수확의 기쁨조차 얻지 못하게 됐다"고 말했다.

해남군은 논콩과 밭작물에 대해 피해조사에 나서고 있으며 피해 농가에는 농약대를 지원할 계획이다. 또 논콩의 경우 재배보험 가입기간을 다음달 18일까지 연장했다. 긴 장마로 파종이 지연되고 재해보험도 가입하지 않은 농가를 구제하기 위함이다. 논콩 재배농가에 대해서는 방제지원도 나서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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