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장애인들이 장성숲체원에서 협동심을 키우는 목재카프라 재활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이용장애인들이 장성숲체원에서 협동심을 키우는 목재카프라 재활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동호회 멤버들이 해남읍 한 볼링장에서 취미활동을 하는 모습.
▲동호회 멤버들이 해남읍 한 볼링장에서 취미활동을 하는 모습.

어엿한 직장생활하며 장애인 자립의 길 걷는다

출퇴근하며 작업·재활프로그램
'둔주포 우리 두부' 입소문에 인기
"일이 너무 재밌다" 한목소리
 

계곡면 둔주포(덕정리)의 옛 계곡중 부지에 자리한 해남군장애인직업재활시설은 직업능력이 낮아 취업이 쉽지 않은 중증장애인 23명이 몸담은 직장이자 삶의 일터이다. 장애인들은 이곳에서 어렵게 일을 시작했으나 점차 어엿한 사회인으로 활동하게 하는 버팀목이 되고 있다.

발달장애인인 김대용(26·해남읍) 씨는 이곳에서 2018년 2월부터 5년 넘게 직장인으로 일을 하고 있다. 처음엔 일이 하기 싫어 도망가기 일쑤이고 화장실에서 1시간 넘게 숨어 있기도 했다. 그런 그가 올해 장애인의 날(4월 20일)을 맞아 직업인으로서 적응에 성공한 모범인으로 선정돼 군수 표창을 받았다. 지난해에는 동료들의 추천으로 작업반장을 맡아 화합을 강조하며 맡겨진 임무를 잘 소화하기도 했다.

김 씨는 "두부 제조나 포대 비닐 씌우기 등의 작업이 익숙해지면서 일하는 게 즐겁고 취미활동 등 여러 프로그램이 기다려진다"고 말했다.

김 씨의 어머니는 "아들이 고교를 졸업하자 마땅히 갈 데도 없는 상황에서 집에만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니 앞이 캄캄했다"면서 "이젠 어엿한 직업인으로 생활하는 아들의 인생이 알차져 이루 말하기 어려울 정도로 감사하다"고 말했다.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로 근근이 살아오던 송란아(60·해남읍) 씨는 6년 전 생애 처음으로 이곳에서 직장을 얻었다. 송 씨는 "무엇보다 직장에서 일하는 게 보람으로 다가오고 돈도 벌어 좋다"면서 "주공 아파트에 생활하며 직장 동료들과 볼링을 하는 취미생활도 생겼다"고 말했다.

이들처럼 20~70대 나이의 장애인 23명(경증 1명 포함)은 장애인직업재활시설에서 매일 오전 9시에 출근해 오후 4시까지 근무한다. 오후 2시까지 작업을 하고 나머지 2시간은 재활프로그램이나 취미 활동을 한다. 시설 차량이 매일 해남읍버스터미널을 오가며 출퇴근을 돕고 있다.

지난 2017년 6월 개원한 장애인직업재활시설은 대흥사가 해남군으로부터 위탁받아 운영하는 장애인들의 일터이다. 일을 하며 재활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취미나 여가활동도 한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둔주포 우리두부'는 순수 국산콩을 원료로 햇섭(HACCP·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 인증을 받고 품질도 우수해 해남에서는 입소문이 났다.

둔주포 우리두부는 해남과 강진에 위치한 모든 교육시설(유치원부터 고교까지)에 공공급식으로 납품되고 농협 하나로마트, 해남군로컬푸드, 마트 등 19개 판매점에서 팔리고 있다. 원장과 직원들이 신선도 유지를 위해 냉장탑차로 직접 배달하고 있다.

지난해 두부 매출액은 2억 원 정도에 이르고 있으나 국산콩을 사용하다 보니 원재료 비용이 50%에 이른데다 포장 등 부대비용을 감안하면 순이익률이 20~30%에 지나지 않는다. 올해에는 매출이 10% 정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

윤례중 원장은 "근무하는 선생님(이곳에서는 장애인 이름 뒤에 '선생님' 호칭을 부른다)들이 만든 두부는 우수한 품질로 입소문이 많이 났다"면서 "일반 기업처럼 이윤추구가 목적이 아니기 때문에 실제 수익이 매출액과 비교해 많지는 않다"고 말했다.

이곳에서는 또 친환경 국산콩으로 콩나물도 생산해 로컬푸드와 단체 급식으로 납품하고 포대 속지 임가공작업도 하고 있다. 여기에서 나오는 이익으로 장애인들에게 월급을 주고 있는 것.

비단 일만 하는 게 아니다. 지난 26일에는 볼링 동호회 멤버들이 해남읍 볼링장을 찾아 취미활동을 하기도 했다.

앞서 지난 12일부터 1박 2일 일정으로 장성 북이면에 위치한 국립장성숲체원에 다녀오기도 했다. 이번 프로그램에서는 장애인들이 편백나무 향기 주머니 만들기, 숲 체험, 장기자랑 등의 활동을 하며 직업재활의 의지를 다지기도 했다.

윤 원장은 "직업재활시설은 장애인들에게 재활훈련 프로그램과 근로의 기회를 제공해 인간다운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돕는 시설이다"며 "앞으로 장애인들이 더욱 안정된 직업을 갖고 보람을 느끼며 일을 해나도록 힘쓰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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