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주(해남군 환경과 환경지도팀장)

출근하자마자 전화를 받고 뛰어나간다. 해남읍에 누군가 건축폐기물을 버리고 있다고 한다.

민원이 들어온 곳으로 이동하는 중에도 핸드폰은 계속 울린다. 인근 밭에서 퇴비 냄새가 심하게 나니 조치를 해달라고 한다. 자리에 앉아 있지도 못한 채 행정전화를 핸드폰으로 착신해 현장으로 바쁘게 움직이는 하루가 또다시 시작되었다.

악취, 소음, 폐수, 먼지, 폐기물…. 셀 수 없는 환경 민원 업무로 처리해야 할 일들은 끝이 없는 싸움과도 같다. 해남군 환경지도팀 3명이 관리하는 환경오염물질 배출사업장은 2500여 곳에 달한다.

인력 부족의 문제를 탓하고자 함은 결코 아니다. 당장 내 주변, 내 동네에 쓰레기를 무단투기하고 간다면 나 또한 화가 나고, 단속하지 않는 공무원을 탓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쓰레기를 버리는 사람도, 악취를 유발하는 사업장도 먼 타지의 낯모르는 나쁜 사람이 아닌 우리 이웃, 우리 군민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나 하나쯤은 괜찮겠지, 옆집도 이렇게 하던데 나도 한번', 그동안 많은 인식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우리 동네 쓰레기를 다른 동네에 버리면 언젠가 그 쓰레기가 다시 돌아올 수밖에 없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여름철이 다가오면서 악취 관련 민원 신고가 급증하고 있다.

우리 직원들은 다른 민원 현장에 들렀다가 귀청하는 길에는 반복적으로 악취 민원이 들어오는 사업장들을 늘 방문하여 인근의 주민들을 위해 악취저감에 신경 써달라고 신신당부를 한다.

악취 신고를 받고 바로 현장을 나가도, 늑장 대처라고 큰소리가 난다. 공무원이 오기 전에 사업장에서 무슨 조치를 해 냄새가 안 난다고 말이다. 포집한 악취를 검사 의뢰하러 전라남도보건환경연구원에 다녀오면 하루가 훌쩍 지나간다.

악취 검사는 보건연구원 연구사들이 직접 냄새를 맡아 판정하는 방식인 관능법에 의해 측정된다. 악취 결과 '적합'이 나와도 주민들은 법과 기준만을 따진다고 야단친다.

악취 민원은 너무 어렵다.

앞으로 군에서는 축산사업소, 농정과, 환경과 세 부서가 협업해 축사, 비료공장 등 악취 반복 사업장을 중점관리할 계획이다. 악취배출허용기준 측정을 위한 악취 포집 후 전문기관에 검사를 의뢰할 예정이다. 근본적인 악취 원인을 찾고 해결책을 논의하게 된다. 또한 관련 조례제정과 민관협의체를 구성해 적극적으로 대처할 계획이다.

악취 발생 사업장인 비료공장이 2025년에는 대기배출시설 의무설치대상 사업장이 된다. 하루라도 빨리 설치할 수 있도록 반복 독려할 예정이다. 아울러 절임배추 폐기물 등 생활폐기물이 아닌 사업장 폐기물은 정당하게 위탁 처리토록 홍보를 강화할 계획이다.

기후변화 때문에 모든 지역이 몸살을 앓고 있다.

지역의 환경을 지키려는 우리의 작은 실천 하나하나가 모여 큰 변화를 일으킬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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