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고 싶은 마을 만들기 위해 뭉친
옥천군 안남면지역발전위원회
농로 포장 등에 쓰던 기금으로
머리 맞대 중장기 발전계획 수립

▲
▲안남면지역발전위원회가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해 추진한 마을순환버스는 14년째 12개 마을을 운행하고 있다.
▲
배바우작은도서관은 방과후나 주말, 갈 곳 없는 학생들의 놀이터로 자리매김했다.
① 해남 주민자치 활성화 위한 방안은
② 머리 맞댄 주민들 마을계획 수립도, 브랜드화도
③ 마을자치연금으로 공동체 다지는 성당포구마을
④ 주민자치 실행 위해 필요한 예산도 주민이 요구


충청북도 옥천군 안남면에는 면내 12개 마을을 순회하는 마을순환버스가 운행하고 있다. 또한 학교를 마친 학생들이 책을 읽고 공부하고 생일파티도 여는 작은도서관도 있다.

이 시설들은 모두 주민들이 지역에 필요한 사업을 발굴하고 제안해 옥천군에서 최초로 안남면에 들어섰다. 주민들의 자치 활동은 삶에 긍정적인 변화를 불러왔고 이 같은 경험들이 쌓여 현재도 문화·복지·경제 등 다양한 분야에서 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다양한 사업들이 진행되고 있다.

안남면 주민자치 시작은 2000년대 초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현재는 각 자치단체별로 주민자치 조례를 제정하고 정부에서도 주민자치 활동을 권장하고 있지만 안남면은 주민자치란 단어가 익숙하지 않을 때부터 주민들의 필요에 의해 자발적으로 시작된 것이다. 현재 안남면은 주민자치 1번지로도 꼽히며 그 중심에는 안남면지역발전위원회(이하 안남지발위)가 있다.

인구 수가 1400여 명으로 옥천군 9개 읍면 중 가장 작은 규모의 안남면은 금강수계 상류에 위치해 지난 2003년부터 5억여 원이 주민지원금으로 매년 지급되고 있다. 이 기금은 면내 각 마을로 배분돼 농로 포장, 용배수로 설치, 마을회관 보수 등에 쓰여졌다.

하지만 매년 소모성으로 사라지다 보니 지역 내에서 일부라도 안남면 전체를 위해 써보자는 제안이 나왔고 안남면 중장기 발전계획을 수립하기 위해 지난 2006년 안남면지역발전위원회가 조직됐다.

안남지발위 1~3대 위원장을 맡은 주교종 씨는 "주민지원금 중 40%는 안남면 전체를 위한 사업에, 나머지는 이전과 같이 각 면별로 필요한 사업에 쓰자는 의견들이 모아졌고 안남면 중장기 발전계획 수립을 주도할 민간의사결정기구가 필요해 마을대표, 단체 관계자 등이 참여하는 안남지발위가 설립됐다"고 말했다.

안남지발위는 12개 마을 이장을 비롯해 각 마을에서 선출된 주민 1명씩 12명, 면 새마을부녀회, 의용소방대, 체육회, 풍물단, 주민자치회 등 사회단체장 40여 명으로 구성됐다. 임기는 3년이다.

주민들의 이 같은 행동은 금강유역환경청의 주민지원사업 지침도 변화시켰다. 안남지발위는 농촌, 농업의 중장기 발전계획을 수립하기 위해 3년간 컨설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었지만 환경청은 지침상 이전과 같은 방식으로 해야 한다고 맞선 것이다.

결국 주민들의 의견이 받아들여져 시범사업으로 컨설팅을 실시키로 했으며 컨설팅에 필요한 과업지시서도 주민들이 직접 만들고 업체도 선정했다. 컨설팅 업체는 2곳을 선정해 한 곳은 주민 소득을 높이는 방안을 중점으로, 또 다른 한 곳은 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방안을 중점으로 연구토록 했다. 이를 위해 주민들도 매주 회의와 교육을 반복했으며 아이디어 공모전 등을 통해 안남면 주민 모두가 참여하는 방식으로 필요한 사업을 결정해 갔다.

그 결과 안남면의 농업·농촌 발전 비전인 '행복한 안남, 살맛나는 안남'을 선포하고 도농교류센터 건축(산수화권역사업), 안남면 공식 브랜드 살맛나는 지역공동체 안남, 농산물 공동브랜드 행복방앗간 배바우, 마을순환버스 운행 등 주민지원사업 계획을 확정했다. 배바우는 안남면 연주1리의 자연마을 이름으로 주민들이 오랫동안 면소재지를 지칭하는 이름이다.

안남지발위는 매년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해 주민지원금으로 실시할 사업계획서를 만든 후 각 마을별로 설명회를 갖고 주민들의 동의로 확정한다. 이 사업계획서는 안남지발위가 환경청에 전달하면 이 계획에 따라 환경청에서 사업을 실시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서강진 안남지발위 위원장은 "초기에는 이해관계에 따라 갈등도 빚어지고 안남지발위에 대해 안좋은 시선으로 보는 주민들도 있었지만 하나둘 성과가 나타나기 시작하면서 주민들이 호응해 주고 인정해주게 됐다"며 "주민들의 단합과 화합을 바탕으로 주민들의 삶의 질이 높아지고 불편함이 없도록 하는 것이 안남지발위의 역할이다"고 말했다.

갈 곳 없는 학생 위해 도서관 건립
옥천 최초 12개 마을 순회 버스 시동
 

옥천군 최초로 안남면에 들어선 배바우작은도서관도 주민자치 성과 중 하나다.

안남면에는 초등학교(재학생 16명)가 있지만 방과후 갈만한 문화시설도, 청소년들의 공간도 없는 상황에서 지난 2006년 책읽는사회문화재단과 국립중앙도서관이 작은도서관 만들기 지원사업을 한다는 소식을 듣고 주민들이 모여 안남도서관설립추진위원회를 구성했다. 수차례 회의와 타지역 견학 등을 갖고 2007년 공모사업을 신청, 2억 원을 지원받게 됐다. 부지는 안남농협(현 대청농협 안남지점)이 영구 무상임대해 줬다.

그렇게 들어선 작은도서관은 청소년들의 놀이터이자 주민들의 사랑방 역할을 하고 있다.

9000여 권의 장서와 보드게임 등을 갖추고 있어 방과 후 학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일요일과 공휴일에는 운영하지 않지만 토요일에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문을 열어 청소년들이 함께 점심도 해결한다.

도서관 관계자는 "학생들은 오후 3시45분께 스쿨버스를 타고 도서관에 와 6시까지 시간을 보내다 마을순환버스를 타고 집으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곳은 청소년운영위원회가 있어 새 책 구입, 공간 조성 등 도서관의 크고 작은 일도 스스로 결정한다.

안남면에서 운행 중인 마을순환버스도 숱한 우여곡절 끝에 시동을 걸 수 있었다. 처음 수립한 안남면 농업·농촌 중장기 발전계획에서 주민들이 가장 원하는 사업으로 마을버스가 선정됐지만 민간단체에서 추진하기에는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등에 저촉되는 등 난관이 많았다. 옥천군은 마을버스가 운행되면 계속해 예산을 투입해야 한다며 난색을, 옥천시내버스는 버스 운행수익이 줄어든다며 자신들이 벽지노선 운행 등의 방식으로 마을로 들어가겠다며 반발했다. 일부 주민들은 인건비, 기름값 등을 계속 부담해야 하는 것에 대해 반대하는 등 주민들 간에도 의견이 갈려 갈등도 빚어졌다.

하지만 안남지발위는 포기하지 않았다. 12개 마을을 다니며 다시 한 번 마을버스에 대한 서명을 받았고 문화예술 등의 사업과 연계해 공공이익을 위한 순환버스는 운영을 허용한다는 예외 조항을 찾아냈다. 주간신문사인 옥천신문은 마을버스 기사를 다루며 지역의 정책의제로 끄집어냈다. 그렇게 마을도서관과 연계하는 방식으로 결론 짓고 2009년 첫 시동을 걸었다.

마을버스는 오전 8시부터 오후 6시까지 하루 9차례 한 시간마다 12개 마을을 순회 운행한다. 안남면은 작은도서관을 비롯해 어르신을 대상으로 한글수업 등의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안남어머니학교가 운영되고 있어 면소재지까지 나오기 어려웠던 교통약자들의 소중한 발이 되고 있다. 특히 면민들의 면소재지의 접근성이 높아지다 보니 면소재지 활성화에도 도움이 되고 있다고 한다.

마을버스 운영비는 안남지발위가 매년 사업계획서에 반영해 주민지원사업비에서 유류비와 각종 유지보수비 등으로 연 2000만~2500만원 지출한다. 기사 인건비는 옥천군의 작은도서관 순환버스 인건비 지원사업을 통해 해결하고 있다.

안남지발위는 현재 농촌중심지 활성화사업으로 40억원을 들여 옥천면에서 처음으로 목욕장도 건립 중이다. 또한 인구유입을 위해 빈집을 구입한 후 귀농인에게 임대하는 사업을 비롯해 야외 수영장, 족구장, 도농교류센터, 로컬푸드직매장, 다목적회관 등 각종 개발사업도 행정에 의존하지 않고 지역현안에 대한 해결방안을 고민하고 주민합의를 통해 직접 실행하고 있다. 사업들은 옥천군 뿐만 아니라 충북도, 정부 공모사업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안남지발위는 2년 전부터 자체적으로 안남씨앗기금도 조성해 지역공동체를 다지는 한편 인구감소에 자체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위원들이 1만원 등을 매월 정기 후원하는 한편 각종 단체들로부터 후원금을 받아 안남면에서 출생한 신생아를 비롯해 유치원 입학축하금, 초등학교 입학·졸업 축하금, 귀농인의 집 운영 사업 등에 사용한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저작권자 © 해남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