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일 작은학교 살리기 성과로 확산
주민 제안 사업들도 조금씩 속도 내

▲지난해 열린 옥천면 주민총회에서 자치위원과 학생들이 의제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지난해 열린 옥천면 주민총회에서 자치위원과 학생들이 의제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산이면주민자치위원회가 읍면 장기발전계획 시범사업을 통해 마을별 브랜드를 강화시키고자 전국 최초로 제작한 13개 법정마을별 로고와 캐릭터.
▲산이면주민자치위원회가 읍면 장기발전계획 시범사업을 통해 마을별 브랜드를 강화시키고자 전국 최초로 제작한 13개 법정마을별 로고와 캐릭터.
▲황산면 자치계획을 주민들이 스스로 결정하기 위해 진행됐던 주민투표 모습.
▲황산면 자치계획을 주민들이 스스로 결정하기 위해 진행됐던 주민투표 모습.
① 해남 주민자치 활성화 위한 방안은
② 머리 맞댄 주민들 마을계획 수립도, 브랜드화도
③ 마을자치연금으로 공동체 다지는 성당포구마을
④ 주민자치 실행 위해 필요한 예산도 주민이 요구

지역주민들이 주체가 돼 스스로 지역의 문제를 논의하고 해결 방안을 모색해 나가는 주민자치가 해남에서도 본격화된 지 2년이 지났다. 읍면별로 주민자치회와 주민자치위원회가 출범하면서 풀뿌리 자치를 위한 기반을 다지고 해남군이 실시하는 읍면 장기발전계획 수립 공모사업에 참여, 직접 마을조사와 분과활동 등을 통해 지역에 필요한 의제를 발굴하고 주민총회도 치르는 경험을 쌓고 있다. 하지만 일부 현장에서는 여전히 새로운 단체가 설립됨에 따라 기존 단체와 갈등을 빚거나 방향성을 잡지 못하며 1년 가까이 회의 한 번 갖지 못하는 등 시행착오도 겪고 있다. 그럼에도 주민자치는 거스를 수 없는 시대 흐름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에 본지는 해남지역 주민자치 실태를 점검하고 타 지역의 우수사례를 취재·보도해 해남의 주민자치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한다.

 

해남군 내에서도 풀뿌리 주민자치를 위한 새로운 도전과 실험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해남군은 주민들의 자치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지난 2020년 12월 '해남군 주민자치회 시범설치 및 운영에 관한 조례'를 제정하고 이듬해인 2021년 3월 26일 삼산면 주민자치회가 처음으로 창립 총회를 가졌다. 이어 각 읍면별로 주민자치회와 주민자치위원회가 출범하는 등 의욕적으로 출발했다.

북일면 주민자치회가 쏘아올린 작은학교 살리기 운동은 계곡·현산 등 해남 전역으로 확산될 예정이다. 또한 이불 빨래를 하기 어려운 고령 인구가 늘어남에 따라 지역 내 빨래방이 필요하다는 주민들의 제안에 황산·산이·계곡 등에는 빨래방이 들어서는 등 주민들이 지역에 필요하다고 발굴·제안한 사업들도 속도감 있게 추진되고 있다.

북일면 주민자치회는 지역 내 학교가 문을 닫을 상황에 처하자 2021년 11월 지역사회와 함께 직접 서울에 찾아가 학생 모심 운동을 펼쳤다. 지역에 방치된 빈집을 무상으로 수리해 학생 가족에게 저렴하게 임대하고 전교생 해외연수와 장학금 지급 등 각종 혜택을 제공하며 인구 감소가 심각한 농어촌지역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학생 수가 부족해 지난 10여 년 간 인근 북평초와 연합 운동회를 열어야 했던 북일초는 이 같은 작은학교 살리기 운동으로 2021년 22명이던 학생이 올해 62명(유치원 포함)으로 늘어 올해부터 단독으로 운동회를 여는 긍정적인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북일면은 지난해 해남군 내 14개 읍면 중 유일하게 인구가 늘어나는 등 성과가 크다.

해남군은 이같은 북일지역 작은학교 살리기 모델을 현산면과 계곡면으로 확산시키고 있다.

일각에서는 낯선 시골로 내려 온 주민과 거주 중이던 주민 간 갈등도 빚어지는 등 부작용도 겪고 있고 '퍼주기식' 정책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부정적인 시각이 있는 것도 분명하다.

하지만 매년 1000명 이상의 인구가 줄어들면서 행정안전부의 인구감소지역으로까지 선정된 해남군은 주민들이 주민자치 운동을 통해 스스로 나서 불러온 유·무형의 긍정적인 변화의 불길을 꺼트리지 않아야 한다. 지역에서 처음으로 시도된 정책인 만큼 시행착오를 줄여나가며 주민자치회의 동력이 힘을 잃지 않도록 주민자치 운동의 불길이 더 거세질 수 있는 정책적 지원방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지역 내 주민자치(위원)회들은 각종 공모사업 등을 통해 지역의 현안 해결에 나서고 있다.

산이면 주민자치위원회는 해남군의 2021 읍면 장기발전계획 시범수립 공모사업을 통해 호원대학교와 협력해 개발한 해남김두부과자, 배추만두 등을 해남미남축제에서 선보여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여기에 지방소멸대응기금으로 예산을 확보, 주민자치활동으로 개발된 지역 특산품을 이용한 푸드레시피를 활용하는 '해남군 세대어울림복합 커뮤니티센터' 건립도 진행 중이다. 주민총회에서 의제로 선정된 마을 빨래방 구축사업은 우리 지역 맞춤형 공모사업을 통해 면사무소 옆 사무실을 임대해 조성하고 운영 중이다.

계곡면주민자치회도 해남군의 지역맞춤형 공모사업에 선정돼 빈 건물을 활용해 공공 빨래방을 개소했다.

옥천면주민자치회와 옥천면, 해남군 미래공동체과가 공동으로 기획한 '함께 행복한 공동체 모델 구축'은 지난해 행정안전부의 주민생활현장 공공서비스 강화사업에 선정되기도 했다. 공공서비스 강화사업은 각각 나뉘어져 지원되는 공공서비스의 한계를 극복하고 복합적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공과 민간의 다양한 주체들이 연계·협력해 지원을 강화하도록 돕는 사업이다.

주민 관심·참여 끌어내는 게 숙제
간섭보단 동기 부여할 정책 전환

주민들의 주민자치 활동을 통한 긍정적인 변화만 있는 것은 아니다.

주민자치가 지역에 자리 잡기 위해서는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밑바탕 돼야 하지만 관심은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특히 읍면별로 공고되는 자치위원 모집도 일부 지역은 인원을 채우지 못해 재공고되고 있다.

주민자치회 조례에는 월 1회 정기회의를 개최토록 하고 있지만 A면 주민자치회는 주민총회 이후 분과모임 등 회의가 열리지 않을 정도로 주민자치 위원들의 관심마저 멀어진 상태다. A면 주민자치회는 최근 자치회장이 바뀌어 다시 활성화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자치위원을 지낸 B 씨는 "주민자치가 해남에 바람이 불고 취지가 좋다는 생각에 참여했지만 무엇을 해야 하는지 막막하기만 하고 지역에 있던 다른 단체들과 어떤 차별성이 있는지 몰라 점차 회의에도 참석하지 않게 됐다"고 말했다.

일부 주민자치(위원)회에서 실시 중인 사업들은 기존 단체들의 사업과 비슷하고 해남군이 주민자치 토양을 다지고자 실시 중인 읍면 장기발전계획 수립 공모를 통해 주민들이 제안한 사업들도 걷기 길 조성 등 대부분 지역이 비슷한 의제를 뽑고 있어 무용론도 나오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주민자치(위원)회에서 의견을 전달하면 간섭으로 받아들이고 제안한 사업에 대해 일만 만든다거나 자치회가 왜 하려고 하느냐는 등 부정적인 시선으로 주민자치를 받아들이는 경우도 있어 개선될 필요가 있다.

또한 주민자치 활동을 하고 싶어도 예산과 인력이 없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자치위원은 무보수 명예직으로 사실상 우리가 사는 마을을 좀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변화시켜야겠다는 사명감만으로 버티고 있는 상황에서 동력이 상실되지 않도록 제도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는 방안도 살펴봐야 한다.

시행착오 속에서도 주민자치는 대한민국 발전 과정에서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흐름으로 자리하고 있는 만큼 속도보다는 토양에 중심을 두고 지역내 여건을 다져나갈 필요가 있다. 주민자치의 핵심인 주민들의 역량 강화와 참여, 주민자치 기반 조성에 달려있는 만큼 실패에 대한 두려움보다 주민들이 부딪치며 스스로 깨우쳐 갈 수 있는 토양 마련이 필요한 것이다.

주민자치 바람이 불며 해남군은 몇 년 내에 14개 읍면에 주민자치 조직을 만들겠다, 주민자치위원회를 언제까지 주민자치회로 전환하겠다는 목표를 설정·추진했지만 이는 행정의 과도한 간섭이자 밀어붙이기식이다. 때문에 주민들이 스스로 주민자치를 하고 싶도록 느낄 수 있는 동기를 부여하는 정책으로 방향을 설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마을 활성화를 위해 실시되는 각종 마을 만들기 사업도 사실상 주민자치와 성격이 유사한 만큼 주민자치에 대한 시선을 넓힐 필요가 있다.

해남군이 탄소중립마을 만들기 사업계획 공모를 내고 주민들이 사업계획서를 제출, '해남군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에서 심의 지원 여부를 결정하는 과정도 주민자치의 한 틀이다. 주민들이 직접 지역에 필요한 일을 찾고 민관이 함께한 위원회에서 사업을 심의, 주민이 직접 시행하는 이 모든 과정이 주민자치라 할 수 있는 것이다.

주민참여예산제 역시 주민자치의 한 통로인 만큼 주민자치와 연계해 시너지 효과를 거둘 수 있도록 정책의 틀도 다져나갈 필요가 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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