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내 화원지구 국가관리방조제
10여 개 마을 일대 200ha 침수
갯벌높이 비슷한 수문 기능 상실
배수장 추가 등 근본 대책 시급

▲갯벌에 파묻혀 제 역할을 못하는 배수갑문. 
▲갯벌에 파묻혀 제 역할을 못하는 배수갑문. 
▲지난 16일 오전 신용마을. 진입도로는 물론 도로 옆의 농경지도 모두 물에 잠겼다.
▲지난 16일 오전 신용마을. 진입도로는 물론 도로 옆의 농경지도 모두 물에 잠겼다.

수백 억원을 들여 만든 방조제 수문이 갯벌에 파묻혀 제 기능을 하지 못하면서 올해도 인근 마을 농경지가 물바다가 되는 피해가 발생해 근본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 15일부터 내린 폭우로 화원 제2방조제 인근 신용, 궁항, 산촌, 온수, 공영, 용정, 증도리 등 화원과 문내 10여 개 마을에서 농경지 200ha가 물에 잠기는 피해가 났다.

논 곳곳은 흙탕물로 변했고 마을 앞 도로까지 물에 잠겨 차가 다니지 못하는 상황이 됐다.

주민들은 "해마다 이게 뭔 일인지 모르겠다"며 "홍수 피해 예방한다고 막대한 예산을 들여 만들어놓고도 수문이 제 역할을 못하고, 추가 대책을 요구해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다 보니 결국 올해도 물난리가 났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한국농어촌공사는 일제 강점기에 만들어진 방조제에 대해 지난 1999년 90억 원을 들여 개보수사업을 진행해 수문 8개를 만들었다.

또 2021년까지 64억 원을 들여 기존 수문 8개를 보강하고 비상수문 3개를 추가로 설치했다.

이 방조제는 바닷물 수위가 높아지면 마을 하천 저류지로 물을 흘려보내고, 반대로 저류지 수위가 높아지면 바다로 물을 흘려보내는 방식으로 홍수 예방을 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그러나 수문 높이가 2.4m에 불과해 갯벌 높이와 맞먹으며 갯벌에 막혀 수문이 아예 열리지 않는 문제점이 발생하면서 막대한 예산만 낭비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수백 억원을 들여 설치하고 보강했지만 농어촌공사는 폭우에 대비해 포크레인으로 갯벌을 파내는 원시적인 방법을 동원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농어촌공사는 이번 폭우에 앞서 지난 11일 수천만원을 들여 수문 인근 갯벌을 포크레인으로 파내는 작업을 실시했다.

농어촌공사는 이 작업을 통해 수문이 제대로 작동했지만 많은 비가 한꺼번에 내려 침수피해가 났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주민들은 수문이 제대로 작동했으면 침수피해가 날 일이 없다며 특히 시대가 어느 시대인데 포크레인 동원하는 게 대책이냐며 작업 후 곧바로 갯벌이 밀고 내려와 수문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서 피해를 막기에 역부족이었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문제는 주민들이 수년 전부터 배수장을 추가로 설치해달라거나 수문을 지금보다 더 높게 설치해 줄 것 등 근본 대책을 요구했지만 해남군은 농어촌공사 소관이라고 미루고, 농어촌공사는 예산 타령만 하고 있다.

주민 A 씨는 "현재 배수장 한 곳에 펌프시설이 3개가 있어 계속 물을 바다 쪽으로 뿜어내는 작업을 하고 있는데 역부족이다"며 "지금으로서는 배수장을 늘리고 펌프시설을 6개 정도 더 추가하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주민들은 또 주변 간척지 조성 과정에서 갈대가 제대로 제거되지 않아 비만 오면 토사가 갈대에 걸려 침수피해가 발생하고 있다며 행정기관이 나서서 갈대 제거 작업에 나서줄 것도 요구했다.

농어촌공사 측은 "기후변화로 서남해안 방조제에서 갯벌이 쌓이며 지형변화가 계속되고 있고 당시에는 이를 예상하지 못해 시설이 설계된 측면이 있다"며 "지난해 시급한 현안으로 배수개선사업비 99억원을 올렸지만 반영되지 못했고 내년 예산에는 꼭 반영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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