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부터 전국에 쏟아진 '물 폭탄'으로 많은 인명이 희생되고 재산 피해도 속출했다. 해남에서는 다행히 인명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지만 큰 생채기를 안겼다.

해남에는 주말과 휴일인 지난 15, 16일 이틀간 현산면에 300㎜가 넘는 비가 내리는 등 대부분 지역에서 200㎜ 이상의 폭우가 쏟아졌다. 이번 폭우로 현산에서는 농로 배수 작업을 하던 40대 농부가 배수로에 빠졌다가 구조되는 아찔한 상황도 벌어졌다. 또 주택 14채가 침수되고 논 610ha, 하우스 7ha가 물에 잠기는 피해를 입었다.

침수된 논이나 하우스는 1~2일 후 물이 빠졌으나 농작물 생장에 지장을 줄 수밖에 없고 병해충도 극성을 부릴 것으로 우려된다.

이런 침수 피해도 문제이지만 정작 심각한 것은 얼마든지 예방이 가능한데도 매년 반복되는 인재형 피해이다. 문내면에 위치한 화원 제2방조제는 바닷물과 마을 하천의 흐름을 조절하는 방식으로 홍수 예방을 위해 만들어졌다. 일제 강점기 당시 만들어진 방조제는 제 기능을 하지 못하자 수백억 원을 들여 수문을 만들고 개보수 작업을 해왔다.

그런데도 여전히 방조제 수문이 갯벌에 파묻혀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큰비가 쏟아지면 화원과 문내에 걸쳐있는 수백ha의 논이 물에 잠기는 피해를 입곤 한다. 주민들은 수년간에 걸쳐 배수장 추가 설치나 수문 높이를 더 높게 설치하는 등의 근본 대책을 요구했다. 주민들의 이런 요구에도 방조제를 관리하는 농어촌공사는 포크레인을 동원해 갯벌을 파내는 원시적이고도 주먹구구식의 대처만 하고 있다.

이런 안이한 대처는 이번 폭우에 또다시 침수 피해를 불러일으켰다. 해마다 되풀이되는 피해는 어쩌면 당연한 결과이기도 하다. 이는 결코 자연재해라고 할 수 없다. 뻔히 알고도 당하는, 그야말로 한심하기 이를 데 없는 인재에 다름 아니다.

우리는 기후변화, 기후위기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인간이 자초한 측면이기도 하지만 일찍이 접해보지 못한 자연의 재앙이 닥쳐올 것이다. 예측불허의 집중호우도 그 중 하나이다.

뻔히 알면서 당하는 것처럼 한심한 노릇도 없다. 기후위기의 시대에 100년 이상의 대비를 해야 하지만, 상습적인 침수 피해는 이젠 멈추게 해야 한다. 해남에는 폭우에 허술한 많은 위험지역이 도사리고 있다. 최고 수준의 재난을 예측하고 분석해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선제적으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재난에는 과잉 대비란 게 있을 수 없다.

저작권자 © 해남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