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나는 농촌의 빈집은 인구감소에 따라 점차 소멸의 길로 들어서는 대표적인 징후이다. 마을 주민들은 오랫동안 정을 나누던 집주인이 사망하거나 요양원 입소 등으로 방치된 빈집을 야밤에 지나가려면 등골이 오싹함을 느끼기도 한다.

흉물로 전락한 농촌의 빈집은 여러 문제를 야기한다. 경관을 해칠 뿐 아니라 주민들의 삶의 질도 떨어뜨린다. 잡초만 무성한 채 곧 쓰러질 듯한 빈집은 범죄의 온상이 될 수 있고 안전사고 우려도 높다. 자녀들이 처분하려고 해도 사려는 사람이 나타나지 않는다. 애물단지이자 골칫거리로 전락한 것이다. 이 때문에 날로 늘어가는 농촌 빈집을 두고 정부나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정비도 쉽지 않다. 예산 문제도 수반되고 집주인의 의사도 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일본에서는 오는 2026년부터 빈집세를 신설할 방침으로 알려져 있다. 세금이라도 물려서 빈집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그만큼 농촌 빈집은 심각한 문제이다.

해남군이 빈집을 다시 활용하는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마침 올해 농림축산식품부가 민관협력으로 추진하는 농촌 빈집 프로젝트의 1호로 선정된 것이다. 이를 위해 지난 12일 농식품부에서 해남군, 전남도, 이마트, 대중소기업·농어업협력재단 등이 참여한 가운데 업무협약도 체결했다.

이번 협약에 따라 군은 8억5000만원을 지원받아 마산과 북평 등의 빈집 20채를 리모델링할 계획이다. 마산의 경우 빈집 10채를 농산어촌 유학가족 등에게 작은학교 살리기와 연계한 임대주택으로 개조한다. 북평도 10채를 리모델링해 마을자치회 등에서 민박 운영이 가능한 마을호텔로 활용할 예정이다. 여기서 나온 수익은 마을 주민에게 돌아가게 된다. 이번 빈집 리모델링 사업이 성공하면 앞으로 전국적인 모델로 자리잡게 되고, 해남에서도 지속적으로 추진될 예정이다.

해남에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716채에 달하는 빈집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민관이 함께 나선 빈집 재생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이뤄지고, 확대되면 농촌이 활력을 되찾는 기회가 된다. 귀촌이나 귀농·귀향을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큰 문제는 주거공간 확보이다. 그리고 농촌에서 쾌적한 생활을 할 수 있는 환경이다. 잘 추진되면 이런 과제가 해결되고, 도시민이 농촌을 체험하고 여가를 즐기는 공간으로 발돋움할 것이다.

들어오는 사람 없이 고령화만 진행되면 마을의 소멸은 기정사실이 된다. 빈집 재생 프로젝트가 소멸위기에서 벗어나고 활력 넘치는 농촌의 방향타가 되길 기대한다.

저작권자 © 해남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