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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교리 아파트 단지 바로 인근에 유지제조업체인 유맥이 위치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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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동마을의 한 주택. 악취가 빨래에 밸까봐 밖에 비닐하우스를 설치해 빨래를 널고 있다.
▲신평마을 인근 폐기물 업체. 지붕 덧씌움과 천막으로 밀폐했지만 주민들은 악취를 호소하고 있다. 
▲신평마을 인근 폐기물 업체. 지붕 덧씌움과 천막으로 밀폐했지만 주민들은 악취를 호소하고 있다. 

 

농촌에서의 악취는 과거에는 농촌 특성에서 발생하는 시골의 향기 정도로 여겼다. 그러나 폐기물업체와 축사가 밀집하고 주거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삶의 질 문제로 확대되고 있다.

① 악취로 주거환경권 침해받는 농촌
② 악취 때문에 떠나는 농촌, 공동체 갈등 부른다
③ 지역주민의 참여 보장과 상생으로 답을 찾다
④ 악취 사업장 이전·폐쇄, 주민 우선하는 적극 행정
⑤ 지역소멸 앞당기는 악취 어떻게 할 것인가


"해남읍에서 동물 사료냄새 나요"
 

지난해 12월 해남의 한 맘카페에는 '해남에서 개사료 냄새가 나요'라는 글이 올라왔다. 구교리에 위치한 식물성 유지(식용유) 제조업체 ㈜유맥의 악취와 관련한 내용이었는데 댓글이 30여 개가 달릴 정도로 공감하는 사람이 많았다.

'짜파게티나 짜장 냄새인 줄 알았는데 간장 달인 내로 변하다 사료 냄새로 점점 심해져요', '냄새가 심해서 머리 아프다고 호소하는 분들은 해리나 고도리로 이사 가는 경우 봤어요', '심한 날은 금강골에서도 나요, 그 냄새 땜에 해남 살기 싫어요'라는 댓글도 있었다.

유지의 원료인 옥수수 씨눈을 건조해 볶는 과정에서 냄새가 나는 것이다.

유맥을 둘러싼 악취 논란은 수십 년째 이어지고 있다. 회사가 1991년 구교리에 자리를 잡은 뒤 2000년대 들어 주변에 아파트가 속속 들어섰는데 주민들은 대책위원회를 구성해 대책을 호소해왔다.

주민들은 악취로 인한 고통을 호소하며 외곽으로 이전을 주장해왔다. 그러나 구교리 아파트단지보다 유맥이 먼저 건축됐고 공업지역에 적법하게 설치된 공장인데다 전남보건환경연구원의 악취오염도 검사결과에서도 두 차례나 적합한 것으로 나왔다. 특히 설령 공장주가 이전에 동의한다 해도 막대한 이전 비용을 누가 부담할지, 이전 예정부지 주민들의 또다른 반대는 어떻게 해결할지도 논란거리이다.

문제는 주민들 민원이 계속되고 있고 냄새를 피해 이사 가는 일도 나타나고 있는 상황에서 언제까지 이 문제를 바라만 봐야 하는 것이다.

한 주민은 "해 질 녘이나 습한 날에는 더 나는데 주민들이 계속 민원을 제기해도 방법이 없다 보니 그냥 계속 흘러가고 있다"며 "주민들의 주거환경권과 행복권은 어디에서 찾아야 하느냐"고 하소연했다.

유맥 측은 막대한 비용을 들여 밀폐시설과 탈취시설을 새로 설치하는 등 악취저감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또 "자체적으로 대기나 냄새에 대해 조사를 하고 있고 최근에는 냄새를 소각하고 물로 세정하는 악취저감시설을 새로 도입하는 등 주민 민원을 최소화하는 데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화산면 호동마을에 사는 유종식(63) 씨. 20여 동안 악취 때문에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유 씨는 "악취 때문에 구역질은 물론이고 눈이 시리고 눈물까지 나는데 일부 주민은 병원 치료까지 받고 있지만 원인을 모르겠다는 답만 되돌아온다"며 "외지에 사는 자녀들이 집에 올 때면 어떻게 이런 데서 사느냐며 이사 가자고 한다"고 말했다.

                         "악취로 구토·눈 시림 유해 걱정"

지난해 3월 부산에서 이곳으로 귀촌한 A 씨. 경치 좋고 조용한 마을 분위기에 흡족했지만 얼마 뒤 악취는 악몽으로 다가왔다. A 씨는 "화학약품을 섞은 듯한 냄새에 구역질이 나고, 밤에 났다가 휴일에 더 심했다가 시도때도 없는 데다 밖에 빨래를 널어놓으면 악취가 밸까 봐 빨래용 비닐하우스까지 설치했다"며 "더는 견딜 수 없어 다시 이사 가는 방안을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A 씨가 사는 집은 이미 2명이 귀촌했다가 악취 때문에 버티지 못하고 떠났으며 A 씨도 이사하면 세 번째가 된다.

이 마을을 포함해 화산에 있는 42개 마을은 지난 2021년 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퇴비공장 반대 운동에 나서고 있다. 문제의 퇴비공장은 지난 2002년 화산면 율동리에 세워진 뒤 2006년에 지금의 삼원바이오비료 영농조합법인이 인수해 가축분퇴비를 생산하고 있다.

호동마을 이장은 "퇴비 부숙작업을 하면서 수시로 작업장 문을 열어놔 악취가 더 심하게 나지만 해남군은 단속은커녕 악취가 기준치 이하이고 거의 나지 않는다며 업체 대변만 하고 있다"며 "화산면민 3000여 명이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인지 실제 이곳으로 이사해 한 달만이라도 살아보고 그런 말을 하라"고 호소했다.

주민들은 폐기물 원료가 허가받은대로 제대로 사용되고 있는지 단속을 강화하는 것은 물론 주기적으로 대기질을 측정해 공개하고 필요하다면 주민건강검진을 실시하며 민관협의체를 구성해 악취 대책을 논의하는 등 적극행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지난 2013년 자부담을 포함해 국비와 군비 4억4000만원을 지원받아 퇴비공장 현대화사업을 하고도 악취가 줄지 않고 있는 이유가 무엇이냐며 제대로 시설이 지어진 것인지에도 의문을 나타내고 있다.

업체 측은 "부숙과 건조를 마친 퇴비의 경우 이물질을 가려내기 위해 선별창고로 보내야 하는데 전에는 후숙동과 창고가 천장으로 연결돼 있었지만 무허가 시설로 고발당해 뜯겨지면서 어쩔 수 없이 창고로 보내는 과정에서 문을 열고 작업을 하고 있다"며 "올 하반기 냄새포집기를 추가로 마련할 예정으로 있는 등 악취 저감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계곡면 신평마을회관 게시판에는 악취민원을 신고할 기관과 군 환경과장의 연락처가 적혀 있다. 악취가 나면 주민 모두가 바로바로 민원을 제기하기 위함이다.

                          40차례 조사에서 단 1회 적발

신평마을 주민들은 마을 인근 폐기물처리시설(퇴비공장)에서 나는 악취 때문에 일상생활이 어려울 정도로 고통을 겪고 있다고 호소하고 있다. 주민들은 5년 전 (유)좋은날이라는 법인이 공장을 인수해 목포와 진도, 해남에 있는 하수처리장 오니를 주원료로 퇴비를 만들면서 냄새가 더 심해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오니는 하수처리 과정에서 생기는 침전물로 하수슬러지로 불리는데 10여 년 전부터 해양투기가 금지돼 퇴비나 연료 등 원료로 재활용되고 있다. 그러나 원료 자체에 유해성 논란이 여전한데다 오니를 싣고 오는 과정이나 왕겨와 섞어 퇴비화한 다음 숙성 과정에서 악취가 불가피해 민원이 이어지고 있다.

주민들은 "악취가 심할 때면 머리가 아프고 속이 뒤집어지는 등 일상생활이 어려울 정도다"며 "악취를 신고하면 어떻게 아는지 작업이 잠시 중단되다시피 해 냄새가 줄고 늦게 출동한 공무원들은 기준치 이하라며 냄새가 나지 않는다는 답변뿐"이라고 말했다.

업체 측은 수억 원을 들여 지붕 덧씌우기 공사나 창고 출입구에 이중문을 설치하는 악취 저감에 노력해왔다고 강조하고 있고, 군은 악취와 관련해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해남군은 지난 2020년부터 올해까지 이 업체에 대해 40차례 현장을 답사해 악취 검사 등 지도점검에 나섰지만 악취배출 허용기준을 초과해 적발된 건수는 단 1건으로 그것도 개선 권고 조치에 그쳤다.

또 사업장 주변 숲에 나무들이 고사한 것과 관련해서도 주민들은 악취와 관련한 세정탑 배출 가스가 연관이 있다는 입장이지만 군은 전문가 조사 결과 해충이나 자연도태 가능성이 크다는 입장이다.

신평마을 이장은 "반입 원료가 적절한지, 생산된 부숙토가 어디로 가서 어떻게 쓰이는지, 공장 증설 때 제대로 절차를 거쳤는지, 공기 중 유해성분은 없는지, 악취 시료를 제대로 채취하고 있는지 알고 싶은 게 많다"며 "그렇지만 군에서 알아서 조사하고 문제가 없다고만 주민들에게 통보하고 있어 어느 정도 신뢰성이 있는 것인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전문가와 주민이 포함된 민관협의체나 공동모니터링단을 구성해 주민들이 걱정하고 궁금해하는 내용을 직접 확인하면 오해도 풀리고 함께 대안을 찾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며 "이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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