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산식품단지 정상 운영·만호해역 어업권 해결에 역점"

박병찬(60) 해남군수협 조합장은 뼛속까지 어업인이다. 송지 땅끝마을을 17대째 지켜온 토박이이자 초등학교 시절부터 부모 밑에서 김 양식을 배웠다. 20세에 자립을 해 13년간 해오던 김 양식을 접고 90년대 후반 전복양식으로 전환했다. 2000년 어민후계자에 이어 2009년에는 선도경영인으로 선정됐다. 한국수산업경영인 해남군연합회장과 전남도연합회장, 중앙연합회 수석 부회장을 맡았고 해남군 전복협회장 등 수산관련 단체에서 잔뼈가 굵었다. 로타리 회원으로서 봉사활동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4년 전 수협 조합장 선거에서 단 한 표 차이로 낙선한 아픔이 있었으나 지난 3월 치러진 제3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에서 70%가 넘는 압도적인 득표율로 당선됐다. 제19대 해남군수협 조합장으로 취임한 지 100일을 맞아 그동안 활동과 계획 등을 들었다. 

 

전복가공·맛김 등 햇섭 인증 나 내달 본격 가동
김 양식장에 영양제 지원해 생산량·품질에 최선
기후변화에 강한 김 종자 개발에 모두가 나서야
고령 조합원 건강검진 혜택 등 복지확대에 노력

- 취임 이후 역점을 둔 활동은.

"3월 21일 취임 이후 마산면에 위치한 수산식품산업거점단지 정상 운영, 만호해역 어업권 갈등 해결 등을 위해 뛰었다. 만호해역 어업권 문제는 여러 방면에서 노력했으나 아직 결과물이 나오지 않아 아쉽다."

- 수산식품산업거점단지 가동 상황은.

"수산식품거점단지는 해남에서 생산되는 김, 전복 등 수산물의 저장, 가공, 유통의 중심지가 될 것이다. 전복가공에 대한 햇섭(HACCP) 인증을 받고 군납 전복을 직접 가공하는 등 지난달 말부터 가동에 들어갔다. 이달 23일에는 볶음자반과 맛김 햇섭인증도 나왔다. 조미김과 김부각 등의 라인도 설치되면 다음 달부터 정상적인 운영에 들어갈 것이다. 거점단지는 직영을 기본으로 하고 5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또 3급 2명, 4급 2명도 추가로 인사발령을 낼 것이다. 다만 수산식품거점단지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마케팅 분야가 중요하다. 제품만 만들고 판로확보를 하지 못하면 안 된다. 수협 직원이 이를 감당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마케팅 전문가를 외부에서 영입하고자 한다. 거점단지 운영이 첫술에 배부를 수 없지만 해남의 수산업 발전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본다."

- 만호해역 김 양식장 어업권 문제는.

"지난해 12월 대법원에서 최종 패소 판결로 진도 측과 협의에서 우리가 내놓을 수 있는 카드가 상당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진도와 협약에 의하면 김 양식장 시설물은 지난달 말까지 철거하도록 되어 있다. 하지만 만호해역 김 양식장은 우리 조합원들의 생존과 직결되는 삶의 터전이다. 진도군수협, 진도 어민과 꾸준히 협의하고 있으며 전남도도 적극적인 중재에 나서고 있다. 지금은 거의 의견 접근을 보고 있다. 진도 측은 만호해역 김 양식장이 아닌 다른 해역의 면허지 300ha를 넘겨주길 원하고 있다. 그 면허지가 실효되면 진도 해역에 대체 면허지를 내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갖고 있는 면허지를 내주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진도 어민들의 주장이 각자 갈리는 것도 협의를 어렵게 하고 있다. 앞으로도 힘든 협의가 되겠지만 좋은 방향으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 수협과 어민들의 최대 현안은.

"해남 어민들은 많은 면적에서 김 양식을 하고 있다. 하지만 김 양식 산업 자체가 기후변화에 따른 수확량 감소와 황백화 현상 등의 문제로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김 양식 생산량의 안정적인 확보와 품질 향상은 어민과 수협이 함께 안고 가야 할 과제이다. 김 산업과 관련해 반드시 해야 할 과제가 김 종자 개발이다. 해남 김의 품질을 유지하면서 기후변화에 강한 종자를 개발해야 한다. 이는 수협 뿐 아니라 전남도, 해남군, 수산과학원, 어업인이 힘을 모아 해결해야 한다. 김 종자 개발이 앞으로 어민과 수협의 생존을 위한 것이라면 눈앞의 현안은 생산량 확보이다. 공약사항이기도 하지만 김 활성처리제(영양제) 보조사업을 통해 해남 김의 생산량과 품질을 높일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나서겠다."

- 전복 양식어가도 어려운데.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라는 악재도 있지만 경기가 워낙 나빠 전복 소비가 크게 줄었다. 수협에서 어가당 1.5톤씩 수매에 나서고 있지만 판로가 사실상 막혔다고 보면 된다. IMF 당시에도 이처럼 어렵지는 않았다. 지금은 가격이 문제가 아니라 홈쇼핑을 통해서라도 어떻게든 판로를 확보해야 한다. 또한 신안수협에서 위판하고 있으나 내년부터는 전복을 저장하고 위판하는 유통시설을 만들고자 한다. 유통시설에는 20억원 정도 소요되는데 사업계획서에 포함시킬 예정이다."

- 전복 군납은 어떻게 되는지.

"취임 이후 전복 군납에 대한 점검을 자주 하고 있다. 지난해 전복 군납사업에서 적자가 났다. 원인을 파악해보니 완도에서 가공하는 비용이 워낙 많다. 1㎏당 가공비가 알전복은 7470원, 써는 전복은 7700원에 달하고 보관료도 무조건 1700원이다. 1㎏에 9000원이 넘는 비용을 감당하다 보니 적자가 날 수밖에 없다. 지난달 말부터 식품거점단지에서 가공을 하고 있어 이런 비용이 절감되고 있다. 그렇지만 이런 노력에도 적자가 계속된다면 전복 군납사업도 과감히 포기해야 한다. 물론 이런 상황까지 가면 안 된다고 본다. 수협의 경제사업도 중요하고 어민들의 소득도 생각해야 한다. 전복 군납사업이 적자가 나지 않도록 많은 부문을 점검하고 직원들도 책임감을 갖고 노력하도록 하겠다."

- 수도권 점포의 상호금융사업은.

"수도권에 경기 군포와 화성 동탄센트럴지점을 운영하고 있다. 상호금융이 어려운 여건이지만 두 곳 점포는 다른 수협에 비해 연체율이 아주 낮은 수준을 유지하는 등 건전하게 운영되고 있다. 대출규모는 군포가 1040억원 정도, 동탄은 730억~740억원에 이르고 있다. 지점이 제대로 운영되려면 대출이 1000억 원은 되어야 한다. 군포는 어느 정도 탄탄하지만 동탄은 아직 안정을 찾지 못하고 있다. 점포가 활성화되려면 상가지역이 좋지만 동탄은 아파트 밀집지역으로 젊은층이 많은 실정이다. 연말이면 어느 정도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에 점포를 개설하는 방안은 아직 없다."

- 조합원에게 하고 싶은 말은.

"조합원과 수협의 동반성장에 힘쓰겠다. 조합원들의 소득증대를 위해 지도사업비를 늘려나가겠다. 조합원에 직접적인 현금지원보다는 김 활성제 등의 지원을 통해 소득기반을 확대할 생각이다. 어란, 학가 등 물김 위판장에 조합원들이 쉴 공간을 마련하겠다. 또한 원로 조합원이나 독거 조합원에 대한 복지에 신경을 쓰겠다. 마을회관에 유류비 지원이나 청소, 반찬 전달 등 적은 것부터 해나가고 나이 드신 조합원에 대한 종합검진 지원 등 여러 구상을 하고 있다.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가 방류될 것으로 보여 수산물 소비 위축 등 큰 피해가 우려된다. 우리 모두가 자구책에 나서고 정부 차원의 피해대책도 마련해야 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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