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낯익은 제목의 드라마가 넷플릭스에서 열띤 홍보를 하고 있다. 10여 년 전 시작해 지금은 여섯 번째 시즌으로 돌아온 영국 드라마 '블랙 미러'이다. 누구에게는 끔찍하고 찝찝한 기억의 드라마였고, 누구에게는 인생 드라마가 된 이 시리즈물이 또 한 번의 영광을 재현할지 누리꾼들의 관심이 크다.

블랙 미러는 말 그대로 검은 거울을 뜻한다. 흔히 미디어는 시대를 비추는 거울이란 표현으로 많이 쓰이는데, 검은 거울이란 전자기기를 껐을 때 검은 화면에 보고 있던 본인의 얼굴이 비친다는 점에서 따왔다. 미디어와 정보기술 발달이 인간의 윤리관을 앞서나갔을 때의 부정적인 면을 다뤘다는 점에서 참 잘 지은 제목이다. SF 옴니버스 드라마로 한 편 한 편이 다른 이야기로 이뤄져 있고, 실현 가능할 법한 수준을 지키는 묘사와 그 기술 아래에서 충분히 일어날 만한 상황이 잘 엮여있다.

시즌 1의 첫 번째 에피소드부터 심리적 압박과 타격이 어마어마하다. 영국의 공주가 납치됐고, 그녀를 살리기 위해선 총리가 수치스러운 모습으로 생방송에 서야 한다. 개인의 납치와 동시에 사회적 위신이 걸린 심각한 문제지만 언론에서는 이미 하나의 오락거리가 됐다. 전 세계 사람들이 TV 앞에 모여 있고, 거리엔 사람이 없다. 이후 이 사건은 한 현대 미술가가 13억 인구를 참여시킨 위대한 작품으로 남게 된다. 생명보다 자극적인 것에 쉽게 이목을 뺏기고 휩쓸리는 여론의 모습이 적나라하게 잘 나와 있다.

올여름 5일 빼고 비가 온다는 마이크로소프트의 날씨 예보, 이른바 장마 괴담이 퍼진 후 장화와 제습기가 불티나게 팔리고, 휴가 계획마저 바뀌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현 과학적인 상식에서 가능성이 없다는 기상청의 답변에도 사람들은 지갑을 열고 쉽게 흔들리는 걸 보면, 인간은 또 이렇게 불편한 상상을 이어가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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