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무진(해남군농민회장)

마늘값이 폭락했다. 작년 농협 수매가가 상품 1kg에 5500원 이상 형성되던 것이 해남 이외 지역에서 3000원 초반대로 뚝 떨어졌다. 마늘은 농협과 계약재배를 하지 않더라도 대다수 물량이 농협으로 유입돼 저장업자 또는 깐마늘 공장으로 유통되니 마늘 수매가격이 농민이 받는 최종가격으로 봐도 무방하다. 특히 공영도매시장 등에 주대나 피마늘로 유통되는 비중이 생산량의 5% 이하밖에 되지 않기에 농협의 수매가는 중요하다.

마늘 가격은 4년 전인 2019년에도 폭락한 적이 있다. 마늘은 3~4년 터울로 가격 등락이 반복하는 대표적인 국민양념 채소이다. 이유는 가격이 높으면 더 재배하고 낮으면 덜 재배하는 패턴이 반복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마늘 재배면적은 2013년 3만ha가량 되던 것이 올해 2만4000ha로 줄고 있다. 언론에서 가격이 좋아 사상 최대로 재배면적이 늘었다고 지적해도 결국 총 재배면적은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다. 마늘 소비가 더 줄기 때문일까? 브라질, 이탈리아 등 마늘을 많이 먹기로 손꼽히는 국가의 1인당 연간 소비량은 0.74~0.97kg이다. 한국은 이들 나라보다 6~7배 많은 양의 마늘을 섭취한다고 한다. KREI(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센터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1인당 마늘 소비량은 2017년 기준 6.2kg의 마늘을 섭취한다고 조사되었다. 여전히 마늘을 많이 소비하는 한국민의 특성상 10년 동안 5000ha(1500만평)의 면적이 감소했다는 것은 줄어든 재배면적만큼 다른 마늘이 대체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즉, 수입이 그만큼 더 늘어난 것이다.

마늘의 98% 이상은 중국에서 수입되고 있다. 그리고 TRQ(저율관세할당-관세 50%) 물량을 제외하면 360%의 관세를 물린다. 윤석열 정부 이전에는 중국산 수입가격이 조금이라도 오르면 수입이 불가능해 국내산 마늘 가격이 형성되곤 하였다. 하지만 2022년 정부는 물가를 잡는다며 마늘 TRQ를 급격히 늘려버렸다. 마늘은 수확 이후 1개월 이내에 종자를 제외하고 농가 손을 다 떠나는 품종이다. 수입만이 능사가 아니라 유통구조 문제 등 종합적인 점검을 통해 가격하락 요인을 찾았어야 한다.

그럼에도 어떠한 노력도 하지 않고 저관세 수입물량만 늘렸다. 그 후과가 올해 산 마늘 가격에서 나타나고 있다. 올해 마늘 생산량은 전년 대비 30% 이상 감소할 것으로 예측된다. 평상시 같으면 이 정도로 생산량이 감소하면 가격이 폭등해야 한다. 하지만 재고 물량이 많다는 이유로 농협들이 3000원대 초반에 수매가격을 결정하고 있다. 현재 재고의 대다수는 수입물량으로 추정된다. 저장업자와 깐마늘 공장들은 자신들이 보유한 마늘값을 충분히 정산하고 생산되는 이 시기에 농민들에게 싼 가격에 마늘을 인수한다. 그 가격에 수익을 붙여 팔면 자신들은 손해가 없기 때문에 결국 작년에는 앞뒤 안 가리고 들여온 저관세 TRQ 물량이 생산 농민에게만 가격 폭락이라는 고통을 강요하는 꼴이다.

통계청은 올해 남도산 마늘 최저생산비용을 1kg에 3500원 가량으로 책정했다. 종구대, 인건비, 유통비용 등이 상승해 1kg에 3500원이 되지 않으면 농가 손해라는 뜻이다. 농가가 생산, 판매하는 농산물과 농가가 구입하는 생활품목 등의 가격 상승 폭을 비교해 농가의 채산성을 파악하는 지표인 농가교역조건지수라는 지표가 발표된다. 100이면 본전이다. 2022년 이 지표는 전년보다 14% 하락해 100 이하로 형성되었다. 농민들이 농산물을 생산해봤자 적자라는 뜻이다.

현재 마늘가격도 이 지표와 다를 바가 없다. 이런 상황에는 정치가 필요하다. 국가는 농산물의 안정적 공급을 위해 생산자를 보호·육성할 것을 헌법에는 명시하고 있다. 또한 지자체는 지역의 중대 산업인 농산물 생산의 지속성이 유지되지 못하면 발생할 위기를 사전에 대응할 의무를 갖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농업을 비롯 민생을 포기한 정권임을 지난 1년간 보았다. 더 이상 바랄 것도 없다. 국민이 쫒아내는 것만이 답일 것이다. 하지만 지자체는 다르다. 전국 최대 농군인 해남에서 농업생산의 지속성 유지는 지역소멸 대응과도 연계된다. 해남군의 정치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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