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명(해남YMCA 사무총장)

우리가 사는 태양계에는 8개의 행성이 있다. 어려서부터 외웠던 '수금지화목토천해명'의 마지막 행성(명왕성)은 2006년 공식적으로 행성에서 퇴출됐다. 우리 인간이 기준에 맞지 않다며 마음대로 넣었다가 빼낸 것이다.

청소년도 이 행성과 비슷하다는 생각을 해본다. 어른들의 기준에 의해 제한되고 결정되는 존재로 여기며 어른들 마음대로 정책에서 넣었다 빼지는 않는지, '어린애가 뭐를 알아?'라는 하위 객체로 인식하고 있지는 않은지 걱정스럽다.

청소년활동진흥법에는 청소년들에게 문화활동, 교류활동, 수련활동 등 다양한 활동거리를 제공하는 공간을 청소년수련시설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여기에 해당하는 시설은 청소년수련관, 청소년수련원, 청소년문화의집, 청소년특화시설, 청소년야영장 및 유스호스텔이다.

우리 해남군에는 아쉽지만 약간의 청소년수련시설이 있기는 하다.

청소년이 자연과 친숙해지고 건전한 야외활동을 갖게 하기 위한 해남유스호스텔이 있다. 그리고 황산면에 청소년문화의집이 있다. 안타깝게도 우수영유스호스텔은 특화형 숙박시설로 모양을 바꾸고 있다. 더 이상 청소년수련시설로서 역할을 할 수가 없다. 열악한 청소년수련환경을 갖고 있는 해남군에 그마저도 없애는 걸 보면서 아쉬움이 크다.

15년간 청소년지도사로 활동하면서 전국의 수많은 청소년수련시설을 돌아다녔다. 그 과정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공간이 청소년수련관이다.

청소년들이 방과후 그리고 주말에 마음껏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인 청소년수련관은 청소년들이 주체가 되어 시설 운영에 참여하고 다양한 활동을 전개한다. 영화나 음악을 만들어볼 수도 있으며, 목청이 터져라 노래를 부르고, 발바닥이 닳도록 춤도 출 수 있다. 한쪽에서는 상담도 가능하다.

우리가 잘 아는 연예인들도 청소년수련관에서 다양한 활동을 통해 성장한 사례도 많다. 가수 아이유는 수련관에서 피아노를 배우며 음악적 기초를 다졌고, 배우 윤여정은 미술을 배우며 예술적 감각을 키웠다. 방탄소년단도 청소년수련관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며 청소년기를 보냈다고 한다.

이런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는 청소년수련관이 아쉽게도 해남에는 없다. 점점 줄어드는 청소년 숫자 때문인지 국가적으로도 청소년수련시설을 소규모화 또는 복합형태로 추진하고 있다.

많은 예산과 시간이 들어가는 청소년수련관의 건립이 쉽지 않다면 도시재생 사업에 적극적으로 청소년 활동공간을 마련해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해남군의 도시재생사업은 첫해 노후 주거지 정비사업, 다음 해에는 골목길 보행환경개선 사업을 진행했다. 도시재생에 대한 주민역량강화 프로그램으로 도시재생 대학, 육아 및 공유주방 프로그램, 시장 축제 및 이벤트, 청년 창업 프로그램도 펼쳐졌다. 올해는 아이랑 사랑방, 가족 마실 복합커뮤니티센터, 해남창업 브랜딩 플랫폼 등 142억 원을 들여 다양한 분야의 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지금까지 내용을 살펴보면 아직 청소년 관련 사업은 없다. 사업을 구상할 때 청소년들을 위한 공간을 만들어보길 바란다. 한쪽에는 밴드 시설이 있고, 한쪽에는 체육시설이 있으며, 또 한쪽에는 방송시설을 갖춰 크리에이터를 도전해보는 흐뭇한 상상을 해본다.

'청소년은 오늘의 주인공이자 내일의 희망'이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우리의 미래를 이끌어갈 세대들을 잘 키워내자는 의미를 담은 것이다. 그런 이들에게 마음껏 공부하고, 뛰놀고, 노래 부르고, 악기 등을 연습하는 공간을 만들어 제공해보자. '애들이 공부나 해야지', '애들이 뭘 하겠어' 등 어른들의 생각대로 재단하지 말자. 그들과 함께 고민해보고 이야기해보자. 이는 분명 미래를 위한 건실한 투자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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