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건비 치솟고 가격 폭락 조짐
호우 습해로 작황도 좋지 않아
정부 무대책에 추가 수입 검토

▲지난 23일 북일면 용원마을 김인수 씨의 밭에서 마늘 수확 작업이 진행됐다.
▲지난 23일 북일면 용원마을 김인수 씨의 밭에서 마늘 수확 작업이 진행됐다.

 

마늘과 양파 농가들이 본격적인 수확철을 맞았지만 수확의 기쁨보다는 수확량 감소와 가격 폭락을 걱정하는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김인수 전국마늘생산자협회 해남군지회장은 북일에서 3000평에 달하는 마늘농사를 하고 있다. 지난 23일 수확에 나섰지만 얼굴에는 쓴웃음만 가득하다.

수확을 앞둔 상황에서 이달 초 집중호우로 습해를 입으면서 줄기가 고사하고 병해충이 발생해 지난해보다 10~15% 정도 생산량이 줄고 마늘 구도 작아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비룟값과 농약값, 전기요금 등 생산비가 폭등한데다 수확철이 되자 인건비마저 남자의 경우 14만원, 여자는 13만원까지 치솟았다. 더 큰 문제는 이렇게 수확을 해도 제값을 받기는커녕 가격 폭락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라는 데 있다.

김인수 회장은 "습해 피해 등이 났지만 마늘 주산지인 경남 창녕과 합천 등 전국적으로 마늘 재배면적이 지난해보다 10% 넘게 늘어났고 재고량도 1만4000톤에 달하고 있다"며 "이 상황에서 정부가 수확하기도 전에 추가로 마늘과 양파에 대해 수입 계획을 밝히면서 가격 폭락을 우려해 밭떼기 거래는 실종됐고 농협 수매가격도 크게 출렁거리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최근 제주지역 농협이 결정한 수매가는 1kg에 3200원으로 지난해보다 30% 가까이 떨어졌다. 해남지역 농협은 아직 눈치만 보고 있는 상황으로 지난해 5000원대를 상회했지만 이 추세라면 3000원대로 급락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양파도 사정은 마찬가지이다. 문내에서 2500평에 양파를 재배하고 있는 변성주 양파생산자협회 해남군지회장은 다음달 초 수확을 앞두고 있지만 발만 동동거리고 있다.

습해와 병해충 피해로 수확량이 15% 이상 줄 것으로 보이고 올해는 작황마저 좋지 않은 상황인데 농자재값 폭등과 인건비 상승은 계속되고 있어 생산비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특히 정부가 양파의 경우 지난해 생산량 부족으로 가격이 뛰어 물가상승의 원인이 됐다며 저율관세할당(낮은 관세, 무관세로 수입하는 제도) 물량을 기존 2만톤에서 4만톤으로 두배 이상 늘리기로 최근 입법예고까지 하며 수확 이후 가격 폭락이 우려되고 있다.

변성주 회장은 "정부가 농산물 가격이 폭락할 때는 아무런 대책도 내놓지 않으면서, 가격이 조금만 오르면 물가를 안정시킨다며 수입부터 늘리고 있다"며 "정부의 농산물 수급 정책은 농민들 손해는 안중에도 없는 수입 정책밖에 없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해남을 비롯해 전국의 양파와 마늘 생산자협회는 지난 1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인근 도로에서 '전국 양파·마늘 생산자 대회'를 열고 정부에 수입 중단과 수급 대책을 촉구했다.

이들은 즉각적인 수입 중단은 물론 선제적으로 공공비축 수매, 적정 수준의 수매가 보장, 지자체의 손실보전금 지원을 요구했다.

지난해 쌀값 폭락에 이어 올해 양파, 마늘값 폭락이 우려되면서 앞으로 정부의 농정실패에 대한 규탄의 목소리가 어느 때보다 커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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