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 떠난 출향인 자녀가 후원
마을경로당서 풍성한 점심 대접
해남경음악협회 밴드봉사로 풍성

▲송지 대죽마을 주민들이 경로잔치로 마련된 점심을 하고 있다.
▲송지 대죽마을 주민들이 경로잔치로 마련된 점심을 하고 있다.
▲경로당 마당에서 펼쳐진 흥겨운 노래자랑.
▲경로당 마당에서 펼쳐진 흥겨운 노래자랑.

5월 가정을 달을 맞아 마을 곳곳에서 경로잔치가 한창이다. 송지면 대죽마을도 지난 10일 마을 경로당에서 대부분 주민이 참석한 가운데 경로잔치가 열려 흥겨운 하루를 보냈다.

올해 대죽마을 경로잔치는 여느 해보다 특별하게 다가왔다. 오래전 마을을 떠난 출향인의 후원으로 풍성한 잔치가 마련됐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마을 기금과 주민들이 비용을 마련했기 때문에 '의례적인 자축행사'에 머물렀다.

이날 대죽마을 경로잔치는 연휴를 맞아 지난 5일 고향을 찾은 김인종 씨 등에 의해 시작됐다. 김 씨는 어릴 적 고향을 떠났지만 선친(김순민)은 이곳을 평생의 삶의 터전으로 삼았다. 김 씨는 고향에서 성묘를 마치고 마을 어르신들에게 식사 대접을 하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 마침 경로잔치도 예정되어 있어 비용을 후원하기로 했다. 김 씨가 마을 어르신들에게 대접하겠다고 생각한 것은 조카(김지헌)가 지난해 변호사 시험에 합격하자 축하 플래카드를 마을이 내걸어 준 것에 대한 보답도 있었다. 경로잔치 비용을 후원한 김 변호사는 대죽마을에서 태어나지 않았지만 부모 고향을 마음 한켠에 간직하고 살아왔다.

대죽마을 주민 이동배(77) 어르신은 "매년 열리는 경로잔치는 타지에서 생활하는 자녀들도 보탬을 줬지만 대부분 마을 기금과 주민들이 부담했다"면서 "올해에는 오래전 마을을 떠난 향우가 선뜻 희사한 후원금으로 열려 남다르게 다가온다"고 말했다.

이동안(51) 마을이장도 "타지에서 살고 있는 출향인이 고향 어르신을 대접하는 게 쉽지 않는데 감사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이날 경로잔치는 소고기 불백, 광어회, 오징어회 등 푸짐한 점심 식사로 시작됐다. 음식 준비를 주도한 최화자(59) 부녀회장은 "일부 마을은 고령화에 뷔페로 잔칫상을 대신하기도 하지만 우리 마을은 지금까지 자체적으로 음식을 마련해 즐겼다"면서 "오늘 경로잔치도 60명이 넘는 주민들이 함께 식사를 하는 모습에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점심에 이어 경로당 앞마당에서는 전자오르간, 색소폰, 기타, 드럼 등 밴드의 반주에 맞춰 흥겨운 노래자랑도 열렸다. 이날 밴드는 (사)한국경음악협회 해남군지부(지부장 김원근)가 봉사에 나섰다.

대죽마을은 45가구에 73명의 주민이 살고 있다. 여는 농촌마을처럼 급속한 고령화로 인해 빈집도 15채나 된다.

이동배 어르신은 "마을에 초등학생이 한 명도 없을 정도로 아이 울음소리를 들어본 기억이 나지 않는다"면서 "그래도 단 한 건의 범죄도 발생하지 않는 등 화목하고 평화로운 마을"이라고 자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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