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명(해남YMCA 사무총장)

근래 파워시니어라는 말을 언론을 통해 접했다. 생소한 단어였다. 지식백과에 검색을 해봐도 특별히 정의된 내용은 없다. 아마 대부분 사람에게 생소한 단어일 듯싶다.

서울대학교 이철희 교수는 "미래 노인들은 현재의 노인들보다 고학력에 더 건강하고 근로의욕이 높은 새로운 노년층"이라고 분석하며 "이들은 고학력에 의욕이 넘치고 건강한(Highly educated, Highly motivated, Healthy) '3H'로 무장한 노인들로 이른바 파워시니어(Power seniors)"라고 설명했다.

통계청의 장래 노인인구, 경제활동인구 조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학력별 65세 이상 인구 추이가 2020년 기준으로 전체 노인의 10%를 차지하고 있는 대졸자가 2040년이면 33%, 2051년에는 50%, 2070년에는 70%를 넘을 것으로 예측된다. 고학력의 시니어 세대가 양산된다는 것이 숫자로 증명되고 있는 것이다.

파워시니어는 기존의 노동 인구와는 다르게 디지털 기술과 인터넷 사용 등에 익숙하며, 이들이 갖는 지식과 경험은 현대 사회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이들은 많은 분야에서 경험을 쌓았기 때문에, 다양한 분야에서 새로운 아이디어와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다. 그리고 오랜 직장생활로 사람들과의 관계에 있어서 갈등을 원만히 해결하고 중재할 수 있는 능력도 탁월하다.

이런 고학력 고숙련도의 인력이 양산되는 시발점에 우리 주변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은퇴 후 일자리는 노인일자리사업이다. 노인일자리사업의 내용을 살펴보면 공공시설 청소, 거리 환경정화 활동, 어린이 보호구역 교통지도 등이 대부분이며 27만원 가량의 급여를 받는 단기 일자리들이다. 이것마저도 저소득층 중심의 일자리 사업이다.

단순 일자리도 중요하지만 파워시니어들이 가진 전문성을 살려주는 일자리도 필요로 한다. 그렇다고 이들에게 양질의, 고액의 일자리를 만들어 제공하자는 것은 아니다. 양질의 일자리 요구는 실업난을 겪고 있는 젊은 세대와 경쟁하는 형태로 나타날 수밖에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파워시니어의 일자리는 근무시간도 종일이 아닌 4시간 정도의 파트타임 형태의 탄력적인 일자리를 만들어 남는 시간은 개인 여가를 즐기고 그 외 시간에는 근로를 통해 소득도 창출하며 사회에 봉사한다는 마음이 들 수 있는 형태의 일자리로 접근해야 할 것이다.

은퇴 후 자아실현 욕구가 강하며 사회적으로 가치 있는 활동에 참여하고자 하는 욕구가 있는 파워시니어 세대에게는 단순히 경제적 소득을 위한 일자리보다는 사회적 영향력이나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 일자리와 연계함으로써 욕구를 반영해주고 삶의 가치를 느끼게 하는 게 좋을 것이다.

은퇴 세대를 위한 일자리를 만들자고 하는 이런 주장은 은퇴 후 편안한 삶을 영위해야 하는 세대에게 가혹한 노동의 짊이 아닌가 하는 반론이 있을 수 있다.

충분히 고민되는 부분이다. 그러나 일자리를 유지하는 것이 노후 활동에 있어 정신적·경제적으로 긍정적임은 물론이거니와 자아실현, 사회적 가치 제공, 삶의 목적을 찾는 등 다양한 이점을 가지고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단적인 예로 은퇴한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소득이 줄어들고, 건강 관리 및 의료비용 등의 지출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은퇴 후 일자리를 찾는 것은 경제적인 안정을 유지하기 위해 중요한 부분이다. 또한 은퇴 후 일자리가 없을 경우 일상적인 사회적 교류 활동에서 멀어질 수 있다. 이는 우울감과 상실감으로 나타나게 된다.

그러나 경제활동을 통해 사회와 연결되고, 다른 사람들과 교류하며, 새로운 경험과 지식을 얻어냄으로써 건강한 노년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국민연금에만 의존하는 노후에 경제적 안정감을 줄 수 있고, 건강보험의 의료비 지출 감소에도 기여할 것이다.

이제 파워시니어들이 대거 은퇴한 이후 시장으로 나오게 된다. 아직 우리 사회는 이들을 받아들일준비가 덜 되어 있다. 지금부터 하나씩 준비해나가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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