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사자 전직하거나 취직 포기
소아과 야간진료 공백 장기화
문 닫은 내막은 여전히 미궁
인수 타진도 시기 놓쳐 불발
경매 진행에 낙찰 가능 낮아

▲지난해 1월 폐원한 해남우석병원. 병원 문이 굳게 잠긴 채 주차장만 주민들이 이용하고 있다.
▲지난해 1월 폐원한 해남우석병원. 병원 문이 굳게 잠긴 채 주차장만 주민들이 이용하고 있다.

의료법인 용호의료재단이 운영해오던 해남우석병원이 지난해 1월 폐원한 지 1년이 지난 가운데 병원 종사자 상당수가 여전히 실직 등으로 고통받고 있고 소아과 야간진료 공백 사태가 이어지는 등 지역의료체계도 흔들리고 있다.

우석병원에서 의료기술직(임상병리사, 방사선사)으로 일했던 50대 A 씨는 폐원과 함께 실직하며 다른 병원에 취직을 하고자 했으나 경력직 자리가 나지 않고 마땅히 일할 곳도 없어 아예 취직을 포기하고 현재 집에서 쉬고 있다.

A 씨는 "수입이 없어 힘든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 20년 넘게 일했던 곳에서 사실상 쫓겨나고 함께 했던 환자들을 만날 수 없다는 허탈함이 더 크다"고 말했다.

간호사 B 씨는 실직 후 바로 다른 병원에 취직했지만 적응하지 못하고 몇 달 만에 다시 병원에서 나와 지금은 사회복지사로 일하고 있다. B 씨는 "시스템이 다르고 텃세도 있어 적응하지 못하고 사회복지사로 일하고 있다"며 "예전 병원에서 만났던 할머니들이 알아보고 왜 병원 일을 그만뒀냐고 묻기도 하는데 청춘을 바친 곳이 갑자기 문을 닫으며 인생이 바뀐 셈이 됐다"고 말했다.

당시 병원이 적자를 이유로 폐원하며 간호사와 사무직, 청소직 등 50명 가까이가 실직했고 현재도 고통이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당시 병원 종사자들은 폐원을 막기 위해 나섰고 전남도에서 병원을 인수하고 고용을 승계해 요양병원으로 바꾸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병원 측에서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아 무산된 점을 아쉬워하고 있다. 적자 규모가 너무 커 회생이 어렵다고 보고 청산을 택했다는 설부터 부실 경영이 드러나는 것을 막기 위해 행정기관과의 논의는 배제하고 개인이나 다른 병원에 인수 타진만 하다 시기를 놓쳤다는 등 폐원 이유를 놓고 여전히 논란이 일고 있다.

병원 폐원은 지역의료체계의 공백으로도 이어졌다. 우석병원의 경우 소아과 특화로 야간진료까지 진행하며 인기를 모았지만 결국 문을 닫았고, 이후 다른 병원에서 시도했다 중단되고 다시 임시운영을 하는 등 소아과 야간진료 공백사태가 이어지고 있다.

'아이가 밤에 아프면 어디로 가야 하느냐'는 하소연이 계속되고 있는 것인데 다행히 해남군이 관련 지원조례를 만들고 사업자 공모를 통해 오는 7월부터 야간진료가 완전 정상화될 예정이다.

또한 폐원된 건물이 앞으로 어떻게 될지도 관심거리이다.

폐원과 함께 의료법인은 전남도에 법인 해산 신고를 했고 현재 법원에 의해 경매 등 청산절차가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권과 제약회사 등에 큰 규모의 채무가 있는 것으로 추측되고 있는데 경매를 통해 채무가 다 상환되지 못하면 파산을 하게 되고, 상환 후 잔여재산이 남으면 국가에 귀속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경매전문가들은 감정가가 20억 원을 넘고 있지만 철거나 리모델링 비용이 만만치 않고 특히 병상 규모가 적고 의료장비도 남아있지 않은데다 지속적으로 인구가 줄면서 수지타산이 맞지 않아 병원이나 요양병원으로 활용도 어려워 낙찰이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예전 병원 종사자들은 해남군과 전남도가 나서서 건물을 공적 기능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찾아줄 것을 바라고 있지만 이미 청산절차가 진행 중이고 앞서 제기된 이유로 개입이 어렵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 지역의 의료전문가는 "이번 사태는 단순히 한 병원의 폐원으로만 볼 게 아니고 인구감소와 지역소멸위기 속에 대규모 공공의료기관도 같은 사태를 맞을 수 있기 때문에 자치단체 차원에서 지역의료기관 전반에 대한 진단과 함께 보다 적극적인 지원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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