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 협의 위해 조례 제정 후 108명 위촉
현안 있어도 통과… 보여주기 행정 지적

해남군이 지역내 갈등이 발생할 경우 군민 의견을 수렴하고 민주적인 토론과 합의로 문제를 풀겠다며 '해남군 군민배심원단'을 구성했지만 2년 넘도록 운영 실적이 전혀 없어 전형적인 보여주기식 위원회라는 지적이다.

군은 지난 2020년 11월 17일 중요정책 및 대형 국책사업 유치 등 다수의 이해가 충돌하는 갈등 문제 해결을 위해 군민배심원제를 운영코자 판정관, 심의대상결정위원회 위원, 군민예비배심원 등 108명을 위촉했다.

이를 위해 지난 2019년 12월에는 해남군 군민배심원제 운영 조례를, 2020년 4월에는 운영 조례 시행규칙을 제정·공포했다.

군민배심원제는 군민 참여형 의사결정제도로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군정의 중요사안을 군민과 함께 숙의하고 군민의 의견을 반영하는 열린 소통의 장을 마련한다는 데에 기대가 컸었다.

하지만 위촉식 이후 이렇다 할 회의 한 번 열지 않고 위원들의 2년 임기가 종료되다 보니 생색내기, 보여주기식 위원회 구성이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당시 판정관에는 법률전문가, 군민법정에 상정할 안건을 심의하는 심의대상결정위원에는 군의회, 법률 전문가, 군민단체 대표 등 7인이 위촉됐다. 군민예비배심원에는 만 19세 이상의 군민을 대상으로 공개모집 및 추천을 통해 100명이 선정됐다.

군민배심원제 위원으로 참여했던 A 씨는 "해남군이 주민들과 갈등이 불거지는 중요 정책을 주민들의 의견을 듣고 민주적인 방식으로 결정한다는 취지에 공감해 참여했는데 회의에 참석해 달라는 이야기 한 번 못 들었다"며 "보여주기식 위원회라는 생각만 들고 2년 넘도록 열리지 않을 위원회였다면 애초에 만들지 말았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군은 교육을 위한 자리는 몇 차례 가졌지만 군민배심원단에서 논의할 안건이 없어 실제 운영은 없었다고 해명했다.

군 관계자는 "각 부서에 공문을 보내 군민배심원단에서 심의할 안건을 제출해줄 것을 요구했지만 제시된 의견이 없었다"며 "좋은 취지로 조례가 제정된 만큼 군민배심원단 활성화 방안이 필요한 실정이다"고 말했다.

하지만 군은 올해 예산에 군민배심원제 관련 예산을 편성해 놓지 않으며 스스로 운영 필요성이 없는 위원회로 못 박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특히 최근 지역 내에서 태양광발전사업과 관련한 정부의 도로 이격거리 완화 가이드라인, 산이면 부동지구 태양광집적화단지 추진 등을 비롯해 해남사랑상품권 연매출 30억원 이상 가맹점 제한 등 각종 이슈가 불거지고 있음에도 공론화 과정이 없는 상황에서 군민배심원제를 활용한 의견수렴과 논의 과정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지만 현재 예산도 없고 위원 임기도 만료돼 회의를 열고자 하더라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군민 생활과 밀접한 중요정책을 군이 결정해야 하는 상황에서 주민 간 찬반이 갈리며 갈등이 불거지고 있는 등 군민배심원제 운영 조례 목적에 맞는 사안이 발생하고 있음에도 군청 내부에서조차 군민배심원제 운영 방안이 나오지 못하고 있어 이름뿐인 군민배심원제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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