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활동 마친 5곳 이달까지 2기 출범
주민 참여 여전히 낮고 행정에 이끌려
자치위원회 7곳도 자치회 전환 유보돼
임기 마친 자치회장 "더이상 못하겠다"

2년 전 출범한 1기 주민자치회가 돛을 내리고 2기를 맞고 있으나 풀뿌리 자치를 위한 역량이 여전히 부족하고 관치의 틀에서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의욕적으로 출발한 주민자치회가 2년의 활동을 하면서 자치 기능이 되레 후퇴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관련기사 6면> 해남의 14개 읍면 가운데 현재 7곳은 주민자치회, 나머지 7곳은 주민자치위원회가 구성되어 있다. 주민자치회는 지난 2021년 4월 북일면을 시작으로 삼산, 계곡, 북평, 황산면에서 잇따라 돛을 올린 데 이어 지난해에는 산이·옥천면주민자치회가 출범해 활동에 들어갔다.

2년 전 출범했던 주민자치회는 지난달 삼산면에서 2기가 출범한 데 이어 북평, 북일, 계곡, 황산면도 이달 중 새롭게 구성될 예정이다.

하지만 2기에 접어드는 이들 5개 면의 주민자치회를 이끌어온 자치회장들은 하나같이 연임 의사를 접고 있다. 주민자치 활성화를 위한 주민들의 참여를 이끌어내기 벅차고 운영과정이 사실상 관치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 때문이다.

A면 주민자치회장은 "지난 2년간 주민자치회를 이끌면서 주민들의 참여율이 낮아 힘들었다"며 "자치위원 대부분이 생업에 종사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 달이면 정기회, 임원회의, 분과회의, 민관협치 회의 등 숱한 회의에 참석하기도 고역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치회를 대상으로 한 군의 공모사업은 줄 세우기에 다름 아니어서 참여를 하지 않겠다는 자치회가 많다"면서 "차라리 인구를 기준으로 예산지원을 한다면 얼마든지 감사도 받겠다"고 말했다.

B면 주민자치회장은 "이미 주민자치회가 운영되고 있는 상황에서 2기에 접어든 주민자치위원 접수를 면사무소에서 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더군다나 공무원들은 주민자치회를 아주 귀찮은 존재로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C면 전 주민자치회장은 "군이 사소한 일상 경비 집행마저 틀어쥐고 있으나 이런관치 행태에서 벗어나야 한다"면서 "주민자치회가 정착되기 위해서는 우선 공무원의 인식부터 변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런 가운데 군은 당초 지난해 말까지 7개 주민자치위원회를 주민자치회로 전환하겠다고 밝혔으나 돌연 이런 기조가 바뀌고 있다. 지난해 송지면이 주민자치회로 전환하려고 했으나 여건이 안됐다는 이유로, 올해 초에는 마산면과 화산면이 주민자치회로 전환을 추진했으나 올해 말까지 주민자치회 전환 유보 방침으로 진척되지 못하고 있다.

D면 주민자치위원장은 "주민자치회 전환을 위해 군에 문의했으나 올해는 신청서류를 받지 않는다고 했다"면서 "주민자치위원회 실적을 이유로 내세웠으나 삼산면주민자치회 등은 자치위원회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자치회가 출범한 것과 정면으로 배치돼 군의 기조가 바뀐 게 아닌가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군 관계자는 "주민자치회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개방성을 갖고 마을을 찾아다니며 사람을 발굴해야 하는 데 일부는 활동이 거의 없고 대부분 3~4명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면서 "이는 주민자치의 취지에서 벗어난 것으로 주민자치회 전환이 큰 의미가 없어 올해는 조직 기능 강화에 역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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