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굴조사 결과 4세기 유적으로 전남에서 최초 사례
고대사회 실체 규명할 중요 유적… 오늘 현장 설명회

▲토성 평탄지에서 확인된 주거지.
▲토성 평탄지에서 확인된 주거지.
▲해남읍과 삼산면의 경계에 자리한 옥녀봉 토성(원내).
▲해남읍과 삼산면의 경계에 자리한 옥녀봉 토성(원내).

해남지역 고대사회의 실체를 규명하는데 중요유적으로 평가되는 옥녀봉 토성에서 마한시대부터 삼국시대에 이르는 주거지가 확인돼 '국립마한역사문화센터' 해남군 유치에 탄력을 받을 것으로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해남군에 따르면, 전남 도내 마한유적 국가 및 도 문화재 지정을 위한 대상 유적에 옥녀봉 토성이 선정되면서 목포대학교박물관에서 지난달부터 오는 6월 29일까지 시굴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옥녀봉 토성은 해남읍 연동리와 삼산면 창리·신흥리의 경계에 자리한 옥녀봉(212.2m) 정상과 주변 일대를 두른 테뫼식(머리띠식) 토축산성으로, 삼국시대 또는 마한의 성지로 추정돼 해남지역 고대사회의 중요한 문화유산으로 인식되어 왔다.

또한 해남지역뿐만 아니라 전남지역에서 드물게 존재하는 토성으로 거의 완벽한 형태를 갖추고 있어,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가 작성한 '녹산성 국유림경계도'에 자세히 표기될 정도로 일찍부터 축조 배경에 관심이 깊었다.

이번 시굴조사에서는 표고 160m 내외의 성내 평탄지에서 수혈(땅 표면에서 아래로 파 내려간 구멍)들과 함께 주거지 여러 동이 확인됐다. 이는 전남지역에서 확인된 첫 사례로 의미가 깊다. 

조사과정에서 노출된 유물들이 성벽 성토층에서 출토되는 유물들과 유사한 것으로 볼 때 성내에서 확인된 주거지들은 옥녀봉 토성의 축조 세력과도 관련성이 높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토성 축조 이전에 조성된 고지성 취락(높은 지대에 형성된 주거지역)으로도 이해될 수 있어 마한의 전(全) 시대 역사를 품고 있는 해남지역 마한 역사를 잇는 중요한 연결고리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해남군에 따르면, 옥녀봉 토성 북벽 구간은 바깥쪽으로 10m 내외의 급경사를 이루는 자연지형을 따라 이어지며 성벽은 일정한 계획하에 단계별로 성토를 진행하여 축조하였다. 성벽의 높이는 2.0~2.7m이다. 현재까지 파악된 성벽 기저부의 폭은 10m 정도이나, 향후 외벽부의 끝이 확인된다면 이보다 넓을 것으로 예상된다. 

북벽 구간과 인접한 토성의 바깥쪽 공간에는 일정 규모의 평탄지가 여러 단을 이루며 확인된다. 평탄지는 옥녀봉 토성 또는 고지성 취락과 관련하여 조성된 것으로 추정되는데, 성내 공간과 마찬가지로 주거지, 수혈, 주공(기둥자리) 등이 확인됐다. 

산성의 입지와 성내 공간의 활용방식 또한 우리나라에서 사례가 없는 독특한 형태로 이번 시굴조사를 통해 산성의 축조 시기와 성격 규명을 위한 귀중한 자료가 확보되어 추후 조사성과가 기대되고 있다. 

해남군 관계자는 "이전에는 옥녀봉 토성 관련 정밀지표 조사를 통해 지표에서 수습된 유물과 지상에서 드러나는 형태로 역사를 확인했다면, 이번에는 처음으로 절개해 시굴조사를 진행한 것"이라며 "시굴조사 과정에서 4~5세기에 해당하는 토성으로 추정이 가능했고, 이와 함께 토성 내 사람들의 집자리들이 발견돼 역사적으로 높은 가치를 지닌다"고 전했다.

또 "도내에서 4~5세기 토성으로 추정되는 곳이 옥녀봉 토성 외에 영암 시종면 성틀봉 토성 한 군데 있는데, 아직 정확한 고증이 이뤄지지 않아 현재 확인된 토성은 옥녀봉 토성이 처음이다. 아직 시굴조사 단계이기 때문에 넓은 범위로 4~5세기라고 추정하고 있지만, 향후 정확한 발굴조사가 이뤄지면 4세기 이전으로 추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마한시대 유적은 기원전 2세기부터 기원후 4세기까지를 뜻하는데, 4세기에 걸친 토성과 무덤이 발견된 사례가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남군은 7일 오후 1시 현장 자문위원회를 개최하며, 향후 공개 설명회를 개최해 대국민 홍보를 할 계획이다.

한편 해남군은 옥녀봉 토성에 대한 시굴조사 결과를 토대로 종합적인 조사, 연구, 보존, 정비방안을 수립할 계획으로, 최근 역동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국립마한역사문화센터와 역사문화권 정비선도사업에도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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