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 타Go! 버스 타Go! 힘들지만 배려 하Go!
수학여행을 떠나기 전 나의 머릿속에는 리허설이 진행되고 있었다. 수학여행을 떠나기 하루 전, 논산, 부여, 공주, 대전행 등의 교통편과 시각, 무료체험시설 예약 상황 등을 최종 점검했다.
드디어 아침이 밝았다. 눈을 뜨자마자 창문을 열고 날씨를 확인했다. 코 끝에 시원하고 상쾌한 공기가 느껴졌다. 운동장에 도착하자 여기저기서 해 맑게 웃으며 "선생님~~~"하고 배낭을 매고 달려오는 아이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 왔다. 그리고 우리는 첫 발을 힘차게 내딛었다.
첫날 논산역에서 내려 논산시외버스터미널까지, 그리고 부여 백제문화단지 내에서 2시간 남짓, 부소산성입구에서 숙소까지 우리는 걷고 또 걸었다. 짊어진 배낭은 우리의 발걸음을 무겁게 했다.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하늘은 햇빛을 가려주지 않았다. 아이들은 '힘들어요!', '다리 아파요!', '배낭이 무거워요!'라며 저마다 고통을 호소하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고통도 잠시, 숙소에 도착하자 아이들의 얼굴에 스며있던 피로는 말끔히 사라져 버렸다.
다음날 아침 우리는 더 많이 걸어야 했다. 숙소에서 부소산성까지, 부소산성의 낙화암·고란사를 향해 올라갔고, 나루터에서 부여시외버스터미널까지, 그리고 공주에서도 우리는 계속 걸었다. 잠시 쉴 그늘조차 없는 길을 걸으며 아이들은 몹시 지쳐있었다. "선생님, 몇 분 더 걸어야 해요?"라는 말을 들을 때 마다 나는 시간을 단축하여 말하였다. 아이들 마음이 힘들지 않게 하려는 의도에서였다.
앞장서 가며 마치 나는 망부석이 된 듯 했지만 뒤를 돌아보면 힘들어하는 아이들의 모습에 걸음을 재촉하기 어려워져 그 자리에 멈춰버릴 것 같았기 때문이다. 이렇게 힘든 과정을 잘 해낸 우리 아이들이 마치 원정대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초등학교 6학년! 과연 이 아이들이 잘 해낼 수 있을까? 안전하게 잘 다녀올 수 있을까? 처음 수학여행 준비활동을 시작할 때 의문과 걱정이 한 가득했다. 하지만 수학여행 리허설을 하며 우리 아이들에게 잠재되어 있는 가능성을 보게 되었고 기대감을 안고 수학여행을 떠나게 되었다. 이번엔 처음과 반대로 나의 기대감이 너무 컸을까? 버스 안에서 자리를 양보하고, 불평을 하긴 했지만 꿋꿋하게 배낭을 메고 걸었던 우리 아이들에게 많은 칭찬을 하지 못했던 것 같아 아쉬움이 남는다. 대견스럽기만한 우리 아이들은 이러한 이야기를 했다.
"선생님 아쉬워요! 한 번 더 가면 정말 잘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앞으로 우리를 배려해 준 시민들처럼 우리도 배려하는 사람이 되어야겠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다리 아픈 것이 아무 것도 아니에요! 이제 힘든 일도 더 잘 견뎌낼 수 있을 것 같아요!"
이번 수학여행은 아이들이 성장하는데 큰 밑거름이 된 것 같아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꿈을 향한 아이들의 소중한 시간이 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