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낙평(광주환경운동연합 공동의장)

임낙평(광주환경운동연합 공동의장)
임낙평(광주환경운동연합 공동의장)
이맘 때 쯤이 농촌에서는 제일 바쁜 철일 것이다. 모내기를 하고 보리와 마늘 양파를 수확하는 일, 그리고 고추를 심고 고구마 순을 놓으며 콩을 파종하는 일 등이 겹쳐서 농민들에게는 눈코 뜰 새 없을 것이다. 과거 같으면 농촌의 초등학교 중학교에서 부모님 일손을 도우라는 취지의 '농번기'라는 방학이 있었다. 그만큼 크고 작은 일손이 필요했었다.

농업구조의 변화, 기계화, 농촌인구 감소 및 노령화 등으로 상황은 과거와 다르겠지만 그래도 바쁜 것은 과거와 다를 바 없을 것이다. 아무튼 어려운 여건에서도 국민의 먹을거리를 위해서 농촌을 지키며 농업에 종업에 종사하고 있는 농민들이 이 시대 최고의 애국자들이다.

도시사람들의 시각에서 농촌의 전원처럼 보이고 쾌적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농업과 농촌에도 다양한 환경생태계 문제를 지니고 있다. 도시에서는 손쉽게 '친환경 유기농 농산물'을 선호하지만 농촌과 농업이 어떤 환경생태계 조건에 있는지 알고 있지 못할 것이다. 사실 친환경농산물을 선호한다는 뜻은 지금의 농업이 환경농업이 아니라는 뜻이기도 하지만 그 내용을 상세히 알지 못한다.  

과거 붕어와 미꾸라지를 잡았던 마을의 개울가나 소하천은 어느 때부터인지 오염되어 '도랑 치고 가제 잡는'일은 옛이야기가 되었다. 비닐농업의 소산인 폐비닐이나 농약병 등이 잘 수거되지 않고 방치되어 있으며 화학비료의 남용에 따른 토양이 생명력을 상실하고 산성화되어가고 제초제나 농약의 사용으로 인한 폐해도 상당할 것이다.

농민들 스스로도 어느 정도 알고 있지만 '어쩔 수 없지 않느냐'는 것이 정서인 듯하다. 농민들은 농촌일손의 부족, 농축산물 가격하락, 이런 환경생태계 문제까지 삼중, 사중의 고통을 받고 있어서 환경문제까지 관심을 가질 여력이 없는 지도 모른다.

이런 환경생태계가 열악한 농촌과 농업구조를 그대로 가게 해서는 안 될 것이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는 그 실상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말로만 친환경농업을 말할 것이 아니라 마을 현장에서 농민들이 느낄 수 있는 정책을 수립하고 시행해야 될 것이다.

천문학적 예산을 투자해 4대강사업을 하면서 마을의 도랑이나 개울을 방치해서 되겠는가. 유기농, 친환경농업을 위한 구체적 정책과 예산을 적절한 것인가. 농경지 토양의 산성화를 극복하는 대안 정책이 바람직한가. 물과 공기, 땅을 살리고 쓰레기 공해를 극복하는 것이 도시에서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농촌에서도 똑같이 중요하다. 농촌과 농업을 회생시키는 일 가운데 중요한 일이 바로 농촌의 환경생태계를 살리는 일이기도 하다.

어려운 여건이지만 농촌을 지키며 농업에 종사하고 있는 농민들 또한 농촌의 환경생태계를 살리는 일에 적극 나서야 될 것이다. 환경생태계의 회복은 곧 친환경농업의 활성화와 경쟁력 있는 친환경농산물의 생산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농민운동 또한 농민들의 뜻과 의지를 모아 농촌의 환경과 생태계, 친환경농업 등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해 나아가야 할 것이다. 아름다운 마을공동체와 전통을 이어가는 것 또한 그들의 몫이다. 농민들이 자발적으로 나서서 지방자치단체, 나아가 정부가 이런 농촌의 환경생태계 등에 대한 의제를 정책으로 채택하고 예산을 편성하게끔 힘을 보여줘야 한다.  

환경적 측면에서 현재의 농촌과 농업의 구조는 변해가야 한다. 사실 이 주제는 선택이 아니고 필수인지도 모른다. 생명이 살아 숨 쉬는 농촌, 환경생태계가 다시 살아나 '도랑 치고 가재 잡는 농촌', 경쟁력 있는 친환경농산물이 쏟아져 나오는 농촌, 이런 농촌과 농업과 우리가 반드시 가야 할 길이다. 연중 가장 바쁜 농촌과 들녘에서 일하고 있는 농민들의 수고에 풍년을 기원하며 뜨거운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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