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정주 기자
석정주 기자
21일 아침 해남읍 용정리에 위치한 해남축협의 우시장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 소의 상태를 점검하고 경매를 위한 자리이동이 한창이다.

드디어 구제역 사태가 끝나고 그동안 묶여 있었던 가축시장이 활기를 찾고 있다. 소 경매를 위해 모인 사람들은 대략 250여명. 이들 중 사려는 사람과 팔려는 사람들의 모습속에서 구제역으로 가슴 답답했던 축산농가들의 마음이 뻥 뚤린 듯 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덩달아 우시장 개장으로 한 귀퉁이에서 커피를 파는 노점상 아주머니의 입가에도 웃음이 가시질 않았다. 여기 저기 긴장된 모습 속에 첫 전자경매가 이뤄졌다. 저마다 입찰가에 맞춰 전자투찰하느라 여기 저기 눈치를 보고 있다.

첫 경매결과가 전광판에 나오자 일제히 전광판으로 사람들이 시선이 집중된 가운데 낙찰된 소와 소 주인의 이름들이 전광판을 장식하고 있다.

"난 여섯 마리가 됐어. 얼마에 팔아야 하나. 생각보다 낮게 나와서 실망이야"등 갖가지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튀어나왔다.

낙찰된 소는 절반밖에 나오지 않아 한 숨을 쉬는 사람도 있었다. 소를 팔지 못한 한 농민은 "우리 소는 잘 키웠는데 왜 안사는 걸까"하며 낙심했지만 "조금 양보해서 가격을 낮춰 다시 한 번 경매에 올려야 겠다"고 말했다.

우시장을 찾은 사람들 대부분은 사려는 사람보다 팔려는 사람들이 많았다. 이는 구제역으로 축산거래를 하지 못해 경제적인 압박을 받았던 축산농가들의 아픔이 전해져 와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70대의 한 촌로는 담배를 한 모금 깊게 빨아들이며 "5월에 사료값이 오른다는디 소를 다 팔아야 할 모양이네. 이젠 늙어서 소키울 힘도 없네"라며 이번 우시장 개장에 맞춰 애지중지 키워온 소들을 내놨다.

그런데 지난 15일 경북 영천에서 구제역이 발생한 인근 지역까지 확산 조짐이 보이고 있는 가운데 정부는 확산 가능성이 낮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구제역의 공포는 남아 있는 셈이다.

그동안 청정지역을 지켜 해남의 한우들이 전국방방곡곡으로 명성을 떨칠 수 있는 날을 기대하고 있다.
우시장을 찾은 사람들에게서는 희망찬 얼굴과 수심에 찬 얼굴들을 다 볼 수 있었다. 하루빨리 구제역의 공포에서 완전히 탈출, 축산현장에서도 희망만을 볼 수 있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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