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식(해남고 교사)
이정식(해남고 교사)
예전부터 인간의 성장에 유전자와 환경, 본성과 양육 중 누구의 영향력이 큰가가 관심거리였다. 사람들은 자녀를 위해 학군 따라 이사도 하고, 결혼도 가려하였다. 환경과 양육, 유전자와 본성 모두가 인간 성장에 중요한 조건이라는 것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대부분 사람들은 유전자는 바꿀 수 없으니 교육에 목메는 것 아니겠는가.

존 로크는 환경 결정론을, 찰스 다윈은 유전 결정론을, 프로이트는 어릴 때의 경험이 영향을 미친다는 환경결정론을 주장했다. 최근 '인간게놈프로젝트' 결과 10만개 정도로 생각했던 인간의 유전자가 3만개 정도로 알려지면서 환경적인 영향에 더 힘이 실리고 있다. 영국의 '매트 리들리'라는 학자는 본성과 양육이 따로 작용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의존한다는 주장을 한다. 유전자와 양육, 양육과 유전자는 서로 어깨를 기댄다는 의미이다(2004, <매트 리들리의 본성과 양육>).

아마도 우리의 평범한 이웃들은 존 로크나 찰스 다윈, 프로이트의 생각에 쉽게 동의하지 못하고 매트 리들리의 생각에 더 동조하는 것 같다. 유명한 학자들이라고 우리의 생각을 크게 벗어날 수도 없고, 사회를 떠난 학자들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해남의 학부모들은 일찌감치 아이의 교육을 위해서 대도시로 전학 보내고 명문고로 진학시키고 싶어한다. 해남을 등진다고 그들의 자식 사랑을 책망하고 원망할 것은 아니다. 모두 자기 자식이 소중하여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기 때문이다.

요즘 복지와 학생 인권이 사회적 주요 관심사이다. 서울시 교육감의 체벌 반대의 확고한 교육적 소신에 많은 사람들은 우려와 갈채를 보낸다. 서울시 교육감의 의견에 찬성과 반대를 떠나 교육적 소신을 가졌다는 것에 부러움을 느낀다. 그런 이슈가 사회적 논의 과정을 거치면 결과적으로 사회의 인식과 제도의 변화를 이끌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해남에 살고 있는 우리는 학생의 인권 문제로 시끄러운 서울이 부럽고, 복지 문제로 달궈지는 중앙정치권의 논의가 부럽다.

해남 교육도 지난 10여년 전 그런 논의가 있었기에 지금의 체제가 마련되지 않았을까. 1990년대에 문제의식을 느끼고, 논의하고 실천하였기에 다른 지역에서 부러워하고, 해남에서 학교를 보낼만하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해남 교육의 모델은 10여년 전 교육제도에 맞는 체제일 것이다. 하지만 최근 교육제도와 환경이 크게 변하고 있다. 학교에 장학기금을 지원하는 것으로 해남 교육을 변화시켰지만 이제 또 다른 차원의 모습을 논의할 때가 되지 않았나 싶다.

해남은 다른 지역에 비하여 문학과 예술 등의 역량이 뛰어나다고 말한다. 각 분야의 많은 전문가 집단이 있고, 그 위치에서 그들이 충분한 역할을 하고 있다. 또한 바다와 농토가 어우러진 풍요로운 자연은 우리의 마음을 포근하게 한다. 그 포근한 자연과 뛰어난 문화와 예술이 학교에서 꽃을 피울 수는 없을까? 우리 해남의 학생이 해남의 문화와 자연에서 꿈을 키우는 도발적인 상상을 해 본다.

얼마 전 서울의 명문대학들을 방문하여 입학관계자들을 만날 기회가 있었다. 그들은 해남이 인물이 많이 나고 살기 좋은 곳이라 한다.

노벨 화학상 수상자 '다나키 고이치'는 초중고교와 대학을 소도시에서 다닌데 대해 '소년 시절 자연 속에서 자란 것이 호기심과 창의력의 원천이 됐다'고 고백했다.

인간의 양육 조건에서 해남 사회문화와 자연적 환경은 충분히 호기심과 창의력을 키우는데 좋은 토양이 될 것 같다.

우리도 이제 밖에서 맹모삼천지교를 논하는 것이 아니라 해남에서 새로운 바람을 일으킬 수는 없을까. 포근한 자연과 멋들어진 문화가 창의성 교육으로 녹아들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되었으면 좋겠다. 그런 여건이 무르익어 가는 것 같다.

저작권자 © 해남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