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복희(언론인)

채복희(언론인)
채복희(언론인)
소말리아 해적으로부터 우리 선원을 구출했다는 소식이 날아들며 온 나라의 관심이 거기에 쏠려있을 때 전북 순창 한 농촌마을에서 작은 사건 하나가 발생했다. 한국 남성과 결혼한 캄보디아 여성이 남편의 성기를 잘라버린 일이 그것인데, 다행히 생명에는 지장이 없고 좀 엽기적이라는 점에서 잠깐 시선을 받았을 뿐 워낙 큰 이슈들에 묻혀 쉽게 잊혀져 버렸다.

아프리카 동부에 위치한 소말리아는 사막이 많은 지형에 수백년간 강대국의 통치에서 벗어난 후 반세기가 넘게 내전에 시달려온 나라이고 아시아 남쪽에 있는 캄보디아는 정정은 안정됐으나 아직도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는 후진국이다. 두 나라 다 국민들은 지지리도 힘들게 살고 있어 최빈국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90년대부터 소말리아에 건설공병대대인 상록수 부대를 평화유지군으로 파견하고 지원해 왔다. 그 당시 소말리아 어린이들은 반나절 넘게 걸어 상록수 부대가 운영하던 천막학교를 찾아와 산토끼를 따라 부르고 국군이 나눠준 건빵을 먹으며 즐거워했다고 한다. 그 당시 국군들이 귀여워했던 그 나라 꼬마 아이 중 하나가 성장해 해적이 되었을까, 아득하면서도 정말 슬픈 상상이 아닐 수 없다. 현재는 무정부상태나 다름없어 국가 간 외교가 끊어져 있는 상태라 한다.

소말리아나 캄보디아를 비롯한 지구촌 남반부 국가들의 어려움은 여전하지만 어쨌건 북반부의 발전에 힘입어 세계는 계속 좁혀지면서 가까워지고 있음은 분명하다. 북반부 선진국 대열에 낀 우리나라는 노동시장을 유연하게 하고 농촌 남성의 혼인 등 당면한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많은 이민자들을 받아 들여왔다. 지난해 여성부 자료에 의하면 일부 농촌지역의 국제결혼 비율은 40%에 달하고 있다. 우리 해남지역에서도 가까이 둘러보면 마을마다 다문화가정이 형성돼 있고 이들이 평화롭게 안착해가고 있음을 본다. 그러나 아직도 타민족과 이질적 문화를 잘 받아들이지 못해 갈등이 노정해 있음을 종종 목격하곤 한다.  

앞으로도 더 많은 이주여성들 뿐 아니라 외국인들이 우리나라에 들어오게 될 것이다. 그리고 멀리 보면 그러한 현상이 국제 경쟁력을 강화시킬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이들의 2세들이 성장하면 어머니의 나라와 가교가 돼 국가 간 교류를 꾀하고 상호 발전을 도모하리라는 점도 어렵지 않게 짐작된다.

그러나 이러한 희망과 낙관에 앞서 최근 정부 당국자를 비롯한 일부 국민들의 태도와 의식을 보면 과연 글로벌 시대를 맞이하기나 한 것인지 의문이 생긴다. '아덴만 작전'은 우리의 생존권을 지키고자 하는 정당방위였음에 분명하다. 그러나 그 행위에서도 희생을 최소화 시키고 생명과 인권, 국제사회의 질서를 지키려고 하는 노력이 당연하게 기울여져야 한다.

오늘 현재 머나 먼 소말리아 처녀와 우리나라 총각이 혼인을 맺을 일은 거의 없는 것 같다. 그러나 미래 언젠가는 그들과도 교류가 생기고 사돈국가가 되지 않으리란 법은 없다. 자국민을 보호하는 정당한 군사적 행동은 당연하다. 다만 그 나라와 그곳에서 사는 죄 없는 다른 사람들에 대한 집단 증오심을 일으키는 일말의 과오라도 저지른다면 그것은 정녕 안될 일이다.

이미 농촌지역을 필두로 -우리의 필요에 의해- 대한민국이 이제는 자신의 영원한 고국이 된 이국의 여성들이 정착해 가고 있다. 따라서 혹시라도 이번 사태들이 순후한 이웃집 부인의 친정국가에게 증오와 편견을 분사하는 어리석은 국민정서를 빚게 한다면, 이는 위정자들의 치명적 과오로 남고 한국민들은 부끄러운 군상으로 전락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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