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식(해남고 교사)

이정식(해남고 교사)
이정식(해남고 교사)

또 한 해가 가고 희망찬 새해가 시작되었다. 부쩍 커 보이는 자녀를 보면서 희망을 이야기하지만 미래에 대한 불안이 공존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큰 마음 먹고 시작했던 지난 해를 되돌아보면 언제나 비슷한 다람쥐 쳇바퀴 인생인 것 같다.

모두 교육에서는 경험자이면서 경험에 바탕을 둔 전문가다. 또한 교육적 철학에서 자기 생각을 고집하면서도 자녀의 교육만큼은 생각과 행동이 상반되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기적유전자 지배를 받는 인간의 본성이 아닐까?

장하준 교수는 '교육을 통해 얻은 지식은 사람들이 더 만족스럽고 독립적인 생활을 하는데 도움이 되지만 대부분의 경우 생산성 향상과는 직접 관련이 없다'라고 지적한다. 또 '지식 경제 시대에 접어들면서 교육이 경제 발전에 필수 요소가 되었다는 주장도 옳지 않다.' (2010, <그들이 말하지 않은 23가지>)라고 한다.

그런데도 왜 우리는 자녀교육에 목을 매는가? 만족스럽고 독립적인 생활을 위해서라고 감히 말할 수 있을까? 근본적으로 사람의 능력은 별 차이가 없다고 본다. 어떤 환경에 놓여 어디에서 누구와 만나서 어떤 일을 하는가가 중요하다는 의미이다. '무릇 있는 자는 받아 풍족하게 되고 없는 자는 그 있는 것까지 빼앗기리라'라는 마태복음 구절이 있다. 경제력이나 사회학적 지위를 얻은 사람이 더 많은 경제력이나 지위를 차지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으로 '마태복음효과'라 한다.

정우성 포스텍 교수는 이와 같은 경제·사회적 현상을 과학적 도구로 증명했다. 교육에서도 어린 시절에 출전 기회 등이 많이 주어진 학생이 성공할 확률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대구와 제주의 국제학교에서 학생 선발과 원서 접수를 시작했다. 2015년까지 제주에 초·중·고 국제학교 12개가 들어설 예정으로 학부모들의 관심이 지대하다. 기숙사비를 포함하여 연 4,000만원대의 학비에 아랑곳 하지 않은 학부모가 많다. 자녀에게만은 '마태복음효과'가 나타나기를 바라는 부모의 마음은 동서고금을 통해 어쩔 수 없는가 보다.

국제학교 개교는 해남에서 딴 나라 이야기같이 들린다. 앞으로 10년 후의 학생 수를 예측하면, 전국적으로 초등학생 20%, 중고등학교 학생 30%, 대학생 수는 25% 정도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해남은 더 극심하게 나타날 것은 분명하다. 뿐 만 아니라 늘어나는 다문화 가정은 또 다른 해남 문화의 충격으로 다가온다. 학생수는 줄고 외국 학교가 직접 들어와 교육하는 상황인데도 해남 교육은 현상유지도 어렵기 때문에 폐교의 속도 조절 정도가 대안으로 제시되는 것 같다.

하지만 세상은 항상 양면성이 존재한다. 복지로 말들이 많지만 복지의 기본은 기회의 균등이며, 일정한 수준의 '결과(최소 사회생활을 할 수 있는 수준)의 균등'이다. 다문화 가정을 복지만이 아니라 또 다른 가능성으로 볼 때 해남 교육의 한계를 벗어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결손된 언어 학습력을 보충해 주면, 그리고 그 학부모에게 '결과의 균등'을 위해 학교 교육력으로 흡수할 수만 있다면 해남은 문화와 환경 조건을 두루 갖춘 '해남국제학교'가 될 수 있다. 21세기 국제화된 사회에서 동남아시아가 우리의 무대라면 다문화 가정을 가지고 있는 해남이 얼마나 좋은 교육 환경이 될 것인가? 남들은 그런 조건을 갖추기 위해 유학도 가고 국제학교도 입학하지 않는가?

지금 주어진 다문화의 조건과 해남 문화와 자연을 새로운 교육의 기회로 창출해야 한다. 복지를 교육의 기회로 활용할 시각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것을 엮어낼 프로그램 개발과 관심이 필요하다. 그 시각과 프로그램과 관심에 '마태복음효과'를 나타낼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해야 되지 않겠는가?

전국 최초 공모형 교육장이 기대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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