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자(언론인·호남대 겸임교수)

김원자(언론인·호남대 겸임교수)
김원자(언론인·호남대 겸임교수)
인터넷에서 화제가 된 롯데마트의 통큰치킨. 아직 먹어보지도 못했는데 벌써 퇴장했다는 소식이다. 롯데마트가 지난 9일부터 전국 유통망을 통해 각 점포마다 하루 300개씩 한정수량으로 팔기 시작한지 꼭 한 주 만이다. 그동안 롯데마트는 일반 프란차이즈 점에서 판매하는 양념 닭 가격의 2/3에 해당하는 마리 당 5,000원이라는 단가로 닭을 제공하겠다고 밝혀 업계와 소비자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었다.

통큰치킨의 퇴장결정은 최근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동반성장이 사회적 화두로 제시된 상황에서 치킨 전문점 업주들의 반대 시위와 이들의 공정거래위원회 제소방침 등 반발이 거세져 부담을 느낀 탓으로 보인다. 어찌됐든 롯데마트의 결단에 치킨 업계는 환영하는 분위기지만, 소비자들은 좋은 제품을 싼 값에 살 수 있는 기회를 박탈당한 모양새에 다소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영세 상인들을 생각하면 판매를 중단하는 게 맞지만, 일반 치킨 가격의 거품을 뺄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며 아쉬워하고 있는 것이다.

자본주의 사회의 경제논리는 소비자들에게 많은 다양한 선택권을 주는 것이 맞다. 소비자들이 마음에 들면 사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사지 않으면 그만이지 무엇을 팔라, 팔지 말하라 압력을 넣는 것 자체가 시장원리에 어긋나는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자본주의 사회지만 시장원리에만 맡겨둘 수 없는 상황이 있다. 판매방식이 기업의 사회적 윤리와 양심에 비추어 올바른가 하는 것이다.

이마트 피자에 이어 롯데마트의 통큰 치킨까지, 기존에 잘 팔리는 상품을 자신들이 갖고 있는 풍부한 자본력으로 염가에 판매하는 대형마트의 마케팅방식 대부분은 자본주의의 본산인 미국 월마트와 코스트코 같은 대형 마트로부터 벤치마킹 한 것이다. 미국 월마트는 피자, 치킨, 샌드위치, 빵, 심지어 샐러드까지 모든 것을 판매한다. 물론 월마트의 치킨과 피자는 싸고 구입하기 편리해서 좋다. 맛과 질이 떨어진다는 결정적 약점이 있지만 자본시장에서 한 기업의 독점을 허용한 이상 질과 맛 모두를 요구한다는 것은 무리다. 역시 소비자들의 선택사항이다.

그런데 월마트는 미국 사기업 중 104만 명을 고용하는 가장 큰 고용주로서, 미국 전 지역에서 사업을 벌이고 있지만 아직까지 월마트가 미국에서 진입하지 못하고 있는 일부 대도시들이 있다고 한다. 그 중 한 곳이 바로 뉴욕시다. 뉴욕 소매상인들과, 시의회, 그리고 시민들의 반대에 부딪쳐 진입을 못했다. 우리나라에서 이마트와 롯데마트는 이미 동네 깊숙히 들어와 지금 '무엇을 판매할 것인지 말 것인지'를 논쟁하고 있는데 월마트는 뉴욕에 진입조차 못하고 있는 것이다. 하물며 프랑스에선 법적으로 대도시 중심부에 대형마트 설립 자체가 불가능 하다고 한다. 뉴욕보다 반 시장논리 수준이 또 한 단계 높다. 그렇다고 뉴욕과 프랑스가 한국보다 자본주의 시장이 덜 발달해서인가? 아닐 것이다.

이마트 피자와 롯데마트의 통큰치킨 판매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은 지금 치킨제품의 원가라든지 고가정책을 쓰는 치킨프랜차이즈나 동네치킨 점들의 횡포에 시선이 집중되어 있다. 마치 대형마트의 저가 판매방식이 소비자들에게 가장 이익이 되는 것처럼 비쳐진다. 지역상권을 보호하기 위해 프랑스처럼 대형마트는 아예 시내에 못 들어오게 하는 정치도 존재한다는 사실까지 바라볼 여유가 없어져 버린 것이다.

이번 롯데마트의 통큰 치킨 사건은 하나의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우리는 다시 한번 대형마트 존재 자체의 윤리성에 대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또한 이 해프닝을 계기로 치킨 산업에도 가격파괴의 여지가 있다는 것을 알고 프랜차이즈 업계들이 보다 더 합리적인 가격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통큰치킨 사건은 대학의 경영학교과서에도 취급할만한 좋은 논쟁소재를 제공하였다. 그러나 가만히 생각해보니 결국 가장 이익을 본 측은 롯데인 것 같다. 닭을 안 팔면 중소 상인 살리는 기업, 닭을 팔면 국민들 먹여 살리는 기업이 되었으니 결국은 팔아도 이득, 안 팔아도 이득을 본 것은 롯데뿐이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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