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숙(한울남도생협 이사장)

이명숙(한울남도생협 이사장)
이명숙(한울남도생협 이사장)
한국수력원자력은 주식회사다.
핵발전소가 건설되지 않으면 망하는 회사다. 21세기의 흐름인 친환경사업이나 신재생 대체에너지를 개발하여 장기적으로 전력산업의 구조를 바꿀 노력은 제쳐놓고 손쉽게 돈을 벌려고 안전하지 않은 원자력에만 눈독을 들이는 한수원의 모습은 한심하고 후졌다.

해남사람들은 일치단결하여 핵발전소를 세차례나 막아내면서 핵발전소가 안전에 치명적이라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한수원은 이번엔 교묘하게도 지역경제에 도움이 될 거라는 막연한 소문을 흘리며 군민들을 현혹시키고 있다. 너무나도 어려운 농촌의 사정을 이용해서 달콤한 유혹을 해보자는 것이다. 미끼를 던져놓고 물기만을 기다리는 낚시꾼의 행태이니 우리를 물고기쯤으로 보는 모양이다.

한수원은 도대체 무슨 근거로 해남을 유치 후보지로 선정했는지를, 누가 유치 후보지를 원했는지를, 위험성, 안전성, 경제성, 환경성, 운영계획까지 군민들의 판단에 필요한 모든 자료를 즉각 공개해야 한다. 군민들이 판단할 모든 자료를 숨겨놓고 촉급하게 결정을 강요하는 건 백지 위임장에 도장을 찍으라는 말일 뿐이다. 한번 건설되면 빼도 박도 못할 치명적 암덩어리를 받는 일에 말이다. 한수원의 전략은 모든 걸 숨겨놓고 "결정을 위한 싸움도 너희끼리 해라, 잘못된 결정에 대한 책임 또한 너희가 져라"라며 군민들끼리 싸움을 붙여놓고 자기는 실익을 챙기겠다는 식이다.

사소한 땅끝권 개발을 위한 기본계획용역에 최고의 전문가들이 매달려도 결과를 내기까지 한 해가 넘는 시간이 걸린다. 하물며 핵시설을 들여오는데 세 달만에 결정하라는 말은 수작일 뿐이다. 그것도 자료 하나 공개하지 않고 달랑 두 장짜리 공문 하나를 던져놓고 말이다.

핵발전소 찬반문제는 군민들끼리 싸울 일이 아니다. 한수원으로 하여금 자료를 공개하여 최대한 설명하게 하고 군민들은 합심하여 이를 비판적으로 검토하는 게 일차적으로 필요한 일이다. 지역사회가 이견을 녹여 상호합의를 이루기 위해서는 수년의 시간이 필요한 일이다. 세 달이라는 시간은 군민의 합의는 커녕 의사표현하기에도 부족한 시간이다. 장사속에 권력까지 업었다지만 이런 장난 같은 행위는 지방자치권에 대한 우롱이자 지역민에 대한 모욕이 아닐 수 없다.

더 어이없는 것은 여기에 따라가는 지역의 국회의원과 군수, 군의회의 침묵 모드다. 턱없는 한수원의 요구를 반려해버리거나 거절해 버리면 지역엔 갈등도 문제도 없어진다. 지정 철회를 요구하는 간단한 일이 어렵다면 적어도 해남에 원전이 들어서면 장단득실이 무엇인지 묻고 세세한 자료를 요구해야 하고 하루 빨리 자신의 입장이라도 밝혀야 한다.

여론이 갈라질 때까지 숨어서 기다리는 일은 제발 갈등이 일어나라고 비는 꼴이다. 군수, 군의회가 한 목소리로 한수원에 핵발전소 건설저지를 외쳤던 전례를 들지 않더라도 지금 정치인의 침묵은 심각한 직무유기에 해당한다.

저작권자 © 해남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